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 Y] '군함도', 어쩌다 '논란의 화약고'가 됐나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7.31 17:02 조회 1,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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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이쯤 되면 논란의 종합선물세트다. 한 편의 영화에 대해 양극단의 프레임과 정반대 성격의 논란이 혼재한다. 관객의 감상은 저마다 다르기 마련이라 해도 극과 극의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광풍에 가까운 논란이 그렇다.

'군함도'는 지난 26일 전국 극장에 개봉해 5일 만에 전국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폭발적인 흥행 질주만큼 논란도 뜨겁다. 처음엔 심각해 보이지 않았던 몇몇 트집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방향으로, 광범위하게 나아가고 있다.

2017년 최고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군함도'는 개봉 5일 만에 문제작으로 둔갑했다. 무엇이 '군함도'의 논란을 키우는 것일까. 영화 안팎의 잡음을 정리해봤다. 

군함도

◆ 친일 영화vs항일 영화

영화가 개봉하고 나자 한쪽에서는 친일 영화, 다른 한쪽에서는 항일 영화라는 반응이 나왔다. 모두 영화 속 이야기와 특정 신을 토대로 나오는 주장들이다.

'군함도'에는 절대악 일본 만큼이나 악한 조선인이 등장한다. 일본에 충성해 군함도 중간 관리자가 된 인물과 조선인의 정신적 지주를 자처하면서 뒤로는 나쁜 짓을 일삼는 부역자 캐릭터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일본놈보다 조선인이 더 나쁘다는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관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관객들은 딸의 안위를 위해, 또 살아서 군함도를 나가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은 이강옥(황정민 분) 캐릭터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개봉 전부터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조선인 부역자 캐릭터에 대해 "몇몇 조선인 캐릭터를 그런 식으로 그린 것은,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군함도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 게 그곳엔 나쁜 일본인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좋은 조선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너무 쉬운 이분법으로 진영을 나누고 관객을 자극 시키는 방식은 오히려 이야기를 왜곡하기 좋은 모양새라 생각한다. 조선인 선, 일본인 악으로 그리는 것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정반대로 항일 영화라는 시각도 뚜렷하다. 영화 후반부 욱일기를 절단하는 장면이나 일본 수장의 목을 베는 장면은 일본 정부를 자극할 정도로 강렬하고 센 장면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예고편을 통해 욱일기 절단 장면을 본 일본 네티즌들은 분노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군함도

◆ 신파 요소는 있는데 눈물이 안 난다?

더불어 '신파가 과하다'는 지적과 '신파가 약하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왜일까. 신파적 설정은 있지만, 감정을 과잉하지 않은 절제된 연출 탓으로 보인다.  

'군함도'는 상영 후 1시간까지는 군함도의 참상과 각 캐릭터들의 등장과 소개에 집중한다. 중반 이후 본격적인 탈출극이 펼쳐지며 다소 전형적인 드라마 플롯이 나온다. 특히 후반부에 이르러 아빠와 딸의 애틋한 사연과 지옥섬에서 감정을 나눈 두 남녀의 안타까운 러브라인도 고개를 든다.

영화 후반부에는 인물 간 감정 교류가 절정에 달하는데 몇몇 신들이 전형적인 신파라는 의견이다. 반대로 "신파적 요소가 분명하지만,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면서 감동을 끌어올리는 연출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신파'를 경계한 것은 사실이다. 의도적으로 관객을 울려 영화에 대한 감상을 눈물로 마무리하길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야기의 흐름안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도록 연출하고자 했던 것 같다. 

비극의 역사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의 공분을 일으킬 수 있다. '군함도'라는 알려지지 않은 역사는 더욱 그렇다.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고, 저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뜻하지 않게 고초를 당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보며 눈물이 흐르는 것은 감독의 말 그대로 '측은지심'의 정서다. 이것을 신파라고 비하할 필요가 있을까.

군함도

◆ '촛불영화'라고? 평점 테러의 음모론

'군함도'가 개봉하고 난 뒤 촛불영화라는 의견도 적잖게 발견됐다. 개봉 전 포털사이트에서는 때아닌 '평점 테러'가 벌어져 상반기 최악의 영화로 꼽히는 '리얼'보다 낮은 4점대 네티즌 평점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평점 테러가 극우 사이트의 집단행동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시중에서 돌고 있다는 단체 문자를 확보했다. '군함도'가 촛불영화이기 때문에 봐서는 안되는다는 내용이었다. 출처가 어디인지는 확인이 안 됐지만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군함도'에 대해 촛불영화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영화 후반부 등장하는 장면 때문이다. 박무영(송중기)이 군함도를 이용하는 조선인 부역자의 진실을 알리고 탈출을 독려하는 장면에서 조선인들이 결의를 다지는 상징으로 일제히 촛불을 든다. 

영화 평점은 관객의 고유권한이다. 1점 평점이 집중적으로 나오는 행태가 이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행위가 특정 집단 주도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확실한 정황이 나온 것은 없다. 1점 행렬이 이상한 것은 맞지만, 테러로 모는 것도 일종의 음모론이다.   

군함도

◆ 스크린 독과점 논란 여전…누구의 잘못인가?

'군함도'는 개봉 첫날 전국 9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날 '군함도'는 개봉 영화 최초로 스크린 2,000개(2,027개)를 돌파했고, 1만 174회 상영해 상영 횟수 점유율 55.2%를 기록했다. 개봉일부터 이어진 독과점 논란은 개봉 5일 차에 접어든 현재도 유효하다.  

스크린 배정은 극장 고유의 권한이다. 극장 측은 '군함도'의 스크린 할당은 예매율, 좌석 점유율, 관객 선호도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많은 관객이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영화를 관계사인 CGV가 밀어준다"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모두 '군함도' 스크린 편중이 50%가 넘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7 상반기 한국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전체 관객 수는 전년 대비 2.8% 증가, 매출은 3.4% 증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한국 영화 관객 수는 3.5% 감소했다. 

특히 상반기 700만 관객을 동원한 '공조', 500만 관객을 동원한 '더 킹'을 제외하면 300만 이상의 중박 영화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미녀와 야수', '스파이더맨:홈커밍' 등 외화의 인기로 극장은 간신히 손해는 면했지만, 대목인 여름 시장에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화제작 '군함도'에 스크린을 몰아주는 기형적 현상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본의 아니게 '군함도'는 모든 작은 영화들의 공공의 적이 됐다. 그러나 영화는 죄가 없다. 오히려 스크린 독과점을 법률로 규제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관객에게까지 확대한 계기가 됐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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