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박민영 “제 20대를 돌아보면요? 파란만장했죠”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8.10 09:44 조회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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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배우 박민영(32)은 스스로를 '캔디 같은 여주인공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최근 종영한 KBS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에서 그가 보여준 단경왕후 신채경의 모습은 그에게는 '도전'이었다. 박민영은 “덥고 잠을 못 잤던 건 아무렇지 않았다. 끝나고 '민영아 이렇게까지 잘할 지 몰랐어'라고 얘기해준 사람들의 응원만 기억에 남았다.”고 만족해했다.

박민영은 '7일의 왕비'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신채경의 모습으로, 이역(연우진 분)과 이융(이동건 분)의 사이에서도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박민영이 표현한 신채경의 모습에서 환한 미소와 발랄한 매력을 가진 '캔디'는 없었다. 박민영은 “연기적으로 갈증을 느끼던 차에 만난 신채경 역은, 꼭 잘하고 싶은, 그래야만 하는 역이었다.”며 남다른 의미를 강조했다.

박민영

박민영은 “어떤 연기적 갈증을 가졌었나.”란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다.

“사실 제 역할이 캔디에 국한되다 보니까, 제가 느끼는 저의 장점과 정체성을 표현할 수 없음에 많은 아쉬움이 있었어요. 저는 더 보여주고 싶은데, 직업만 다른 캔디 캐릭터를 연달아 맡으면서 자기복제가 되는 것 같았고 저 역시도 재미가 없었어요. 그런 갈증이 타오를 때쯤 '7일의 왕비'를 만나게 됐어요.”

'7일의 왕비'에서 박민영은 조금 더 내면의 깊은 연기에 집중했다. 강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신채경이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팬들의 호평이 많았다.”고 운을 떼자 “저희 팬들이 냉철한 평가를 해주시기로 유명한 분들인데 이번엔 감사히 좋은 평가를 해주셨다.”고 밝은 미소로 답했다.

“사실 저희 어머니는 상당히 객관적인 눈으로 연기를 평가해주셔요. 이번 '7일의 왕비'를 보신 어머니가 다른 말씀 없이 '너에게 참 뜻깊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제가 얼마나 치열하게 했는지 그걸 보신 것 같아요. 제작발표회에서 '죽을 힘을 다해서 연기하겠다'고 했는데 저 스스로 그 약속을 지켰어요. 모든 걸 쏟았기 때문에 시청률의 아쉬움 없이 지금도 웃을 수 있고,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고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박민영은 MBC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혜성처럼 연예계에 등장, 무명시절 없이 단번에 하이틴 스타가 됐다. 이어 '성균관 스캔들', '시티헌터', '힐러' 등에서 여주인공으로 승승장구를 했다. 그가 생각한 20대는 어땠을까.

“파란만장했어요. 동료들은 저에게 '넌 참 여유가 있어'라고 했는데요. 생각해보면 전 사실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에 늘 쫓기듯 했었죠. 어렸을 땐 주인공이 되고 싶었고, 캐스팅 1순위가 되고 싶었고, 그다음엔 상을 받고 싶었고, 그다음에도 더 큰 상을 받고 싶었죠.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욕심을 부리면 아무것도 채워질 수 없었어요. 내가 한 만큼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한 거지, 한 것 이상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걸 이젠 알았어요. 이렇게 20대를 회상하는 시간이 좋아요. 치열하긴 지금도 치열하지만(웃음) 지금은 저를 더 잘 알게 됐으니까요.”

박민영

그는 20대와 30대의 시선의 차이를 스킨스쿠버에 비교했다.

“스물다섯에 열심히 하는 깊이와 서른두 살의 깊이의 차이는 확실히 있었어요. 말하자면 스킨스쿠버와 심해 잠수부라고 해야 할까요. 단 1~2m 차이라고 하더라도 깊은 바다를 보고 온 기분이 들어요. 연기가 정말 재밌어졌어요. 제가 깨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까 뭐든 열심히 하고 싶어졌고요. '나도 맨날 웃는 캔디가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은 원동력이 생겼어요.”

박민영은 '7일의 왕비'가 그런 파란만장한 20대를 보냈기에 '선물'처럼 찾아온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5년 전이라면 이 역할이 나에게 들어오지 않았을 거다. 신채경의 기쁨과 슬픔, 이혼의 감정과 38년 후의 모습까지를 표현해 내려고 이 나이에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체력적으론 힘들었지만 촬영장에서는 정신적으로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박민영에게 '여행'은 스스로를 알아가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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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펼쳐놓고 '어디를 갈지' 상상만 해도 즐거워요. 럭셔리하지도 계획을 많이 세우는 편도 아니지만, 여행을 가서 그곳에서 분위기를 즐기며 소소한 영감을 찾는 게 정말 좋아요. 개인적으로 좋았던 여행지를 꼽자면, 프랑스 에즈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그리고 겨울에 찾기 좋은 일본의 오타루요. 조용한 오르골 마을의 추운 눈길을 걷는 느낌이 많이 기억이 남아요.”

박민영은 드라마 '힐러'를 촬영하며 서른을 맞았다고 했다. “벌써 30대인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자 박민영은 주위에서도 “네가 언제 30대가 됐어?”, “어, 너도 주름이 있네?”라고 놀라워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가 '거침없이 하이킥' 고등학생으로 데뷔를 해서 그런지 아역 출신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어릴 때의 풋풋한 느낌이나 그런 걸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죠. '너도 주름이 있어?'라고 물으면 '당연하지. 나도 30대인데 자연스러운 거지.'라고 얘기해요. 표정 주름도 소중하고, 지금이 제일 좋아요. 20대 때 어떤 풋풋함과 상큼함이 있었던, 거슬러 올라가고 싶지 않아요. 연기하는 지금 저의 모습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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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화창고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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