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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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청년경찰', 맛있고 독한 사이다…유쾌함 뒤 쓴맛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8.10 14:17 조회 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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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경찰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청년경찰'(감독 김주환)은 독한 사이다 같은 영화다. 패기와 열정으로 무장한 두 청춘이 시종일관 유머와 재기를 발휘하며 청량한 웃음을 선사하지만, 이들이 직면하게 되는 사건은 그 무게와 잔혹함의 수위가 꽤 세다.

의욕 충만 행동파 기준(박서준)과 이론 100단의 원칙주의자 희열(강하늘)은 경찰대에 만나 급속도로 친해진다.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 저녁 외출을 나왔다 한 여성이 납치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기준과 희열은 학교에서 배운 대로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증거 부족으로 수사는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두 사람은 직접 발로 뛰는 수사를 시작한다. 열정과 패기로 사건의 실체와 범인을 추적해나가던 중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영화는 버디 무비 형식을 띤다. 성격이 상반된 두 남성 캐릭터가 부딪히며 웃음을 유발하고, 사건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화합하는 이야기 구성이다. 

여기에 청춘 영화의 재기발랄함을 덧입혔다. 경찰대학교라는 학문의 요람을 주요 배경으로 설정해 성장 영화의 기틀을 마련해놨다. 학교는 원칙과 소신에 따른 정의 수호를 가르치지만, 이들이 조금 일찍 경험한 사회는 잔혹 범죄가 판을 치는 비윤리적 공간이다. 두 인물은 이론 적용이 불가능한 현실에 분노하고 정의를 앞세운 행동으로 부조리에 맞서나간다.  

청년경찰

영화는 전, 후반부 분위기가 극명하게 다르다. 전반부가 '덤앤더머'류의 코미디 영화라면 후반부는 잔혹 범죄를 다룬 스릴러물이다. 이야기의 흐름과 온도가 변화하는 지점에서도 영화는 '유머'를 사수한다. '청년경찰'만의 개성이다. 이 차별점은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관객들은 시작과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고, 영화관을 나올 때도 웃으면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웃어도 되는 이야기인가'라는 서늘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청년경찰'이 다루는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법한 극사실주의 잔혹 범죄다. 이 사건을 추적하는 두 인물은 캐릭터에 기반해 반응하고 행동한다. 이들의 진심이 진실되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위기의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부조화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것은 두 인물의 특수한 캐릭터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강조한다. 일관된 캐릭터 설정은 사건을 대하는 인물의 태도를 의심하지 않도록 돕는다. 게다가 통계학적으로 납치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하는 '크리티컬 아워'(Critical hour) 7시간을 강조하면서 생명 중시와 정의 수호에 대한 의지도 확실하게 드러낸다.  

청년경찰

그러나 현실공포에 가까운 사건을 제시하면서 범죄자와 피해자를 다루는 방식이 피상적인 것은 아쉽다. 범죄 집단 묘사는 조선족에 대한 비하로 보일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시선도 사려가 부족하다. 무엇보다 범죄의 크기와 잔혹함에 비해 해결은 너무 단순하고 쉽다.

'청년경찰'은 범죄물로서의 밀도는 부족하지만 청춘물로서의 강점은 뚜렷하다. 특히 강하늘, 박서준 두 배우의 앙상블이 영화의 생기와 활력을 끌어올렸다. 자칫 썰렁한 말장난에 그칠 수 있는 유머도 두 사람의 찰떡같은 호흡과 대사의 리듬감으로 살려냈다.

청춘물과 범죄 액션을 섞은 이 영화는 올여름 만나는 흥미로운 변종 코미디다. '군함도'와 '택시운전사'라는 묵직한 영화 뒤에 출격한 '청년경찰'은 2시간 내내 웃고 즐길 수 있는 팝콘무비로서 확실한 매력을 발산한다. 개봉 8월 9일,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09분.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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