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강남역 사건을 영화로?"…'토일렛', 노이즈 마케팅 눈살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8.11 10:44 조회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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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렛

[SBS연예뉴스 | 김지혜기자] 영화 '토일렛'이 노이즈 마케팅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토일렛'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강남역 여자 화장실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범죄 심리 스릴러 '토일렛'이 8월 개봉한다"고 고지했다. 함께 공개된 포스터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상협(이상훈)이 칼을 들고 피해자를 노려보는 살벌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모든 것은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 때문이었다"는 카피가 실렸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토일렛'은 여자들에게 모욕을 당한 한 남자가 일행과 함께 복수를 시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배우 이상훈이 직접 각본, 연출, 주연까지 맡았다.

이상훈 감독은 "강남역 살인사건, 층간 소음 살인사건, 묻지마 살인사건 등 상식을 벗어난 즉흥적인 범죄들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제작하게 됐다"는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냈다. 대한민국을 충격과 슬픔에 안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데다 이를 자극적 방식으로 홍보한 것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모든 것은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 때문이었다"라는 카피 문구는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다. 피해자 가족의 슬픔과 상처를 고려하지 않은 경솔한 표현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상훈 감독은 10일 오후 자신의 SNS에 "'토일렛'은 강남역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영화"라면서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감싸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나 역시 그 누구보다 강남역 사건에 울분한 사람이고 범죄자에 대해 지탄하는 사람이다"라고 해명했다.

토일렛

이어 "'토일렛'역시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다. 완벽한 범죄는 없고 범죄자는 결국 그 벌을 받는다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이자 주 내용이다. 아무쪼록 더 이상의 오해나 불편한 영향들을 끼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상훈 감독의 해명은 어딘가 석연찮다. 보도자료에 버젓이 '강남역 여자 화장실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범죄 심리 스릴러'라는 문구를 게재하고도 본 사건과 무관한 영화라고 해명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그의 이상한 해명이 사실이라면 보도자료에는 어떻게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것일까. 

개봉 영화의 마케팅 계획과 방향은 홍보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감독,배우,제작사,투자배급사와의 회의 끝에 이뤄진다. 언론사에 배포되는 보도자료 역시 일일이 확인을 받는 구조다. 때문에 카피 문구는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할수 밖에 없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 삼아 영화화하는 것은 감독의 선택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상처와 고통이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영화를 기획하고 만든 것은 섣부르고 불편하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완성된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성까지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이 영화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감독이 말한 의도조차 의심할 수밖에 없는 홍보 방식 때문이다. 기획도 제작도, 홍보도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상영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NS에는 상영 반대라는 해시 태그도 등장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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