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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알’ 장경주PD “성심맹아원 사건, 애초에 책임 있는 사과 있었더라면”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8.13 23:23 조회 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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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맹아원 그알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2012년 11월 8일 충주 성심 맹아원에서 사망한 11세 소녀 김주희 양의 죽음을 조명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장경주 PD는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주희 양의 사망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점을 제시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맹아원 관계자 등 사건과 얽힌 많은 이들을 접촉했지만 돌아온 건 무거운 침묵이었다. 주희 양의 부모는 그런 침묵에 맞서 5년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희 양이 사망했지만 책임을 진 맹아원 관계자는 없었기 때문. 사망 당시 당직 중이었던 강 모 교사 한 사람 만이 업무상 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의 판결을 앞둔 상황이다.

주희 양 죽음에 대해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하려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Q. 성심 맹아원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흘렀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이 사건을 다루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언론을 통해서 이 사건을 접했고, 여러 가지 조사를 하면서 의외로 이 사건을 둘러싼 쟁점이 여럿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사망 당시 주희 양의 자세에 대한 의문이었다. 주희 양이 의자에 무릎을 꿇은 채 팔걸이와 등받이 사이에 목이 끼인 채 사망했다고 했다. 이런 자세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몸 곳곳에 난 상처에 대해서도 사실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Q. '그것이 알고싶다'는 방송을 통해서 사망 당시 주희의 자세와 몸에 난 상처뿐 아니라 맹아원 생활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가장 무게를 둔 질문은 무엇이었나.

“사망 당시 주희 양 자세에 대한 부분이었다. 여러 법의학자들에게 주희 양이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됐을까 질문을 던졌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도 사망 당시의 상황에 접근해보자 했다. 자세성 질식사에 대한 가능성도 그런 질문들 끝에 제기된 주장 중 하나였다. 물론 정확한 사인에 대해서 규명이 되진 못했지만 주희 양의 사망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했다.”

Q. 이 사건이 특히 안타까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방송에서 다뤘다시피, 주희 양 몸에 난 상처는 경찰, 검찰 등이 수사과정에서 무관심했다. 주희 양의 몸에 왜 그런 상처가 났는지 좀 더 세심한 조사가 이뤄졌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5년째 법적 소송을 하고 있는 주희 양의 부모님은 힘없고 평범한 분들이었다. 지금도 5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규명되지 않은 진실이 얼마나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겼는지 많이 안타까웠다.”

Q. 많은 이들을 만나서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였다.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여러 매체에서 이 사건을 취재하자 아예 답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결정한 듯했다. 아이의 몸에 왜 그렇게 심한 상처가 났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 모르겠다는 답만 돌아왔다. 상처를 치료한 의사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취재진과의 만남을 피했다. 방송이 확정되기 전 조사만 하는 과정에서도 맹아원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철벽 방어'를 했다. 반론도 하지 않았다.”

Q. 사인에 대한 많은 의문이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주희 양의 사인에 대해서 취재하면서 만난 많은 법의학자들이 여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중 하나가 자세성 질식의 가능성이었다. 결국 누군가가 그 시기에 있었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었다. 법의학자마다 사인을 두고 많은 의견과 토론이 있었지만, 재판에서 보다 다양한 의견이 검토됐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Q. '그것이 알고싶다'는 누가 주희 양을 사망에 이르게 했느냐 보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고 했다.

“장애가 없는 아이라고 하더라도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다치거나 방치됐다고 하면 응당 책임 있는 쪽에서 사과를 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시각 장애인에 뇌병변까지 가졌던 주희에 대해서 맹아원 측이 최선을 다했는가를 묻고싶다. 애초에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위로와 사람으로서의 예의가 있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Q. 책임 있는 사과가 있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질 수 있었을까.

“방송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주희 양 부모님은 처음에는 주희를 마음속에 묻으려고 하셨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있는 교사 세 사람이 반성문과 함께 사과를 한다면 그 반성문을 장례식 때 태우자는 약속을 했었다고 하더라.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 명 가운데 단 한 명만 사과했고, 장례과정에서 맹아원에서는 진심을 다한 위로나 사과가 아닌, 비용에 대한 부분만 강조하면서 주희 양의 가족에 상처를 줬다. 맹아원은 주희 양 부모가 의혹을 제기하고 소송을 제기해서 이런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맹아원 측에서 먼저 유가족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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