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김재윤의 비하인드] ‘약 빤’ MC BAR와 EPL PD, 그리고 SWAG

작성 2017.08.17 14:32 조회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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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연예뉴스 | 김재윤 선임기자] '약 빤다'

마약사범을 연상시키는 이 부정적인 단어는 시청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재미있다', '기발하다', '기상천외하다', '상상 이상이다' 등의 좋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리고 이 수식어를 자주 듣는 제작진이 있다. 바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를 중계하는 SBS스포츠(SBS Sports) 제작진이다.

EPL 제작진은 축덕쌀롱을 비롯해 이른바 '약 빤' 콘텐츠를 잇따라 선보이며 경기 외적인 재미를 배가시키고, 본 경기 관람을 한층 흥미 있게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2017~18 EPL 개막과 함께 제작진은 다시 한번 특유의 톡톡 튀는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EPL 캐스터를 맡고 있는 이재형 아나운서와 김정우 PD. 두 사람은 최근 개막한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홍보 스팟영상 '이것이 프리미어리그다송'의 기획자와 래퍼로 각각 변신했다.

'이것이 프리미어리그다송'은 프리미어리그 시즌 개막을 기다린 캐스터의 심경을 랩으로 풀어낸 곡으로, 2017~18 시즌 주요 이적 선수와 최고의 중계권료 등 EPL의 특징을 적재적소에 녹여낸 센스 만점의 곡.

김정우 PD는 프라이머리의 '독' 멜로디에 절묘한 내용의 가사를 붙였고, 이재형 캐스터는 읊조리는듯한 엇박자의 랩으로 소화해냈다. 특히 김정우 PD는 이재형 아나운서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래퍼로 변신시킨 일등 공신이다.

“사실 광고주용 스팟 영상으로 기획하다 방송용으로도 준비하게 되었어요. 우리만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건 좋은데 백화점식 나열은 재미없을 것 같아 고민했죠. 그러다 하고 싶은 것, 재미있는 것을 찾게 되었고 랩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리우올림픽 홍보영상에서 수준급 랩을 선보인 조정식 아나운서를 염두했는데, 잘하는 랩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콘셉트와 잘 맞아떨어지는 게 중요했고 EPL 중계팀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인물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EPL 중계에 잔뼈가 굵으면서도 랩과는 거리가 먼 이재형 캐스터와 함께하게 되었어요”(김정우 PD, 이하 김)

지난 2월 장유례 아나운서가 주도하는 격월간(Bimonthly) 프로젝트의 첫 곡 '문라이트 드림(Moonlight dream)'에서 성악과 출신답게 감미롭고 따뜻한 목소리로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 이재형 아나운서.  

그는 여세를 몰아 랩에 도전했지만 다소 어설픈 모습으로 '예능감'을 한껏 드러냈다.

이재형


특히, 이재형 아나운서가 성악을 전공한 탓에 발음과 음정 박자가 지나치게 정직했다는 후문이다.

“엇박 플로우를 타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재형 선배가 정박으로 딱딱 끊어서 녹음했어요. 또 발성을 높이면 '성스러운' 분위기도 연출되었죠. 조정식 아나운서랑 할 걸 하는 후회도 잠시 했었어요.(웃음) 영상 촬영 시에는 미리 녹음한 곡에 립싱크를 했는데, 그걸 못 맞추기도 했죠. 결국 영상 중간중간 뒷모습과 손동작, 표정, 들썩임 등을 삽입해 마무리했어요”(김)

“사실 힙합을 즐겨듣는 편은 아니에요. 구사할 수 있는 랩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정도고 듀스 이후의 힙합은 잘 몰라요. 그래서인지 요즘 랩은 신기할 정도였어요. 읊조리는듯한 랩 스타일과 엇박자가 너무 어려웠어요. 조정식 아나운서는 래퍼 같지만 저는 전혀 래퍼 같지 않죠. 그게 저만의 매력 일거라 생각해요”(이재형 캐스터, 이하 이)

하지만, 이재형 아나운서와 함께하면 과정은 힘들지만 결과물은 좋게 나온다고 한다. 콘텐츠에 대한 애정과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선배에게 좋은 후배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후배에게 좋은 선배가 되는 건 더 어렵잖아요. 그래서 후배들이 이런 제의를 해주면 더 고맙고, 더 열심히 하게 되죠. 이번에 래퍼 제의를 받고서 원곡인 프라이머리 '독'에 빠져 계속 듣고 따라 했어요. 그래서인지 요즘 회사에서 인사하면 '잘 보고 있어, Yo~'라며 랩으로 화답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사내 분위기가 좋아요”(이)

이재형 아나운서의 읊조리는 엇박 랩만큼 이번 프로젝트에서 눈길을 끄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이재형 캐스터의 래퍼명인 MC BAR다. 이 역시 김정우 PD의 작품.

지난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8강전을 중계하며 일본 시바사키 선수의 이름을 잘못 불러 욕설처럼 들리는 방송사고(?)를 저지르며 '씨바재형'으로 등극했던 이재형 아나운서. 김정우 PD는 이재형 아나운서의 과거 실수를 재치 넘치는 래퍼 예명으로 승화시켰다.

“욕설이 연상되는 단어를 이용한 예명이라 위험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이재형 캐스터가 중계의 전문성과 깊이도 있고, 무엇보다 진정성이 있기 때문에 희화화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걸 활용할 수 있을 때 하자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그 단어로 인해 본인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인지도를 끌어올렸잖아요(웃음)”(김)

“스포츠 중계에서 선수가 주연, 캐스터는 조연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조연이 살지 않으면 주연도 살지 않죠. 임팩트 있는 조연도 좋다고 생각해요. 재미를 위한 '드립'이 아니라 매 상황과 팩트를 바탕으로 한 저만의 멘트를 구사하려고 노력해요. 문제의 그 단어를 포함해서 재미 안에 진심도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이)

'이것이 프리미어리그다'는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으는 두 사람에게서 진정한 프로의 SWAG이 느껴졌다.

“EPL은 보면 Unexpected라는 단어가 자주 나와요. 그만큼 불확실성이 심하고 역동적인 리그죠. 시청자들이 그런 매력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jsam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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