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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현장] KBS 아나운서들은 왜 상암 MBC 사옥을 찾았을까?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8.31 13:47 조회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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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파업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공영방송사 MBC와 KBS는 시청률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다. 두 회사에 속한 아나운서들은 사석에서는 선후배의 정을 나눌 수 있지만 공적인 일을 함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윤인구 아나운서를 비롯한 KBS 아나운서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MBC사옥을 찾았다. 그리고 MBC아나운서들과 뜨거운 포옹도 나웠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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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11시 5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로비는 점심시간 동안 피켓팅 시위에 참가하려는 MBC 노조원 100여 명이 가득 메웠다. 이들은 저마다 “김장겸 사장은 퇴진하라.”, “우리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다.”, “다시는 지지 않는다.” 등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었다. 다음 달 총파업이 예고되는 MBC에는 불안감이 감돌던 2012 총파업 현장과는 사뭇 달리 자신감이 넘쳤다.

KBS '아침마당'을 진행하는 윤인구 아나운서를 비롯해 최원정, 이광용 아나운서 등 10여 명의 KBS 아나운서들이 등장하자 피켓팅 시위 현장은 더 뜨거워졌다. MBC 아나운서 협회장 김범도 아나운서는 “우리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공감해주는 KBS 동료들이 찾아와줬다.”며 반가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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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아나운서들 가운데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건 윤인구 아나운서였다. 그는 “김범도 아나운서 협회장에게 힘내라며 밥 한 끼 사주고 싶다고 얘기한 게 이렇게 일이 커지게 됐다.”면서 “용기를 내어준 KBS 아나운서 동료들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인구 아나운서들은 “가수 이미자 씨처럼 저도 오늘이 KBS아나운서로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 MBC 다른 아나운서들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며 “MBC에서 마이크를 놓고 있는 아나운서들이 조속히 카메라 앞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며 총파업을 예고한 MBC노조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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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광용 KBS 아나운서도 “더이상 공영방송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두 방송사가 힘을 합치자.”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아나운서는 “시청률로 경쟁하는 사이지만 현장에서 보면 반가운 동료들이자 형동생들이 아닌가.”라고 말해 박수를 유도했다. 또 그는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연호하며 호응을 이끌기도 했다.

사회를 보던 MBC 허일후 아나운서는 “욕을 하더라도 우리가 욕을 하는 게 낫지, KBS 아나운서가 '김장겸은 물러나라'라고 하니까 기분이 좀 이상했다.”고 재치있게 말하면서 “MBC 김장겸 사장은 꼭 우리 손으로 퇴진시키겠다.”며 파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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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눈물의 기자회견을 통해 MBC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의 인사전횡을 폭로했던 MBC 아나운서들도 이날만큼은 방끗 웃었다.

2012년 파업 종료 이후 아나운서국에서 주조실 MD로 전보조치 됐던 신동진 아나운서, “모 임원에게 인사를 안했다.”며 라디오 뉴스에서 하차당했다고 주장한 손정은 아나운서 등 MBC아나운서들이 오랜만에 만난 KBS 아나운서 동료들과 밝은 미소를 띄우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편 MBC노조는 오는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29일까지 진행된 총파업 찬반투표가 투표율 95.7%, 찬성률 93.2%로 가결됐기 때문. MBC 예능PD 노조원들도 파업에 동참, MBC '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은 다음 주부터 결방 등 방송 차질이 예상된다. MBC가 오는 16일부터 24일까지 총 9일간 개최 예정이었던 2017 DMC 페스티벌은 이미 취소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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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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