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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태지, 방탄-3만5천 관객과 25주년 '춤 실력은 여전해요'

작성 2017.09.03 08:59 조회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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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SBS연예뉴스 |이정아 기자] 무려 25년이다. 강산이 변해도 두 번은 넘게 변했을 이 시간 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킨 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서태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었다.

서태지 데뷔 25주년 기념공연 '롯데카드 무브ː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가 2일 오후 7시 20분부터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본 공연에 앞서 서태지의 25주년 앨범에 참여한 국카스텐과 어반자카파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등의 무대를 펼치며 공연장을 예열했다.

이른 시각부터 공연장은 팬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3만 5쳔여 명의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이 공연은 2015년 '콰이어트 나이트' 전국투어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공연이기도 했다.

서태지

마침내 공연 시작 시간,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블랙홀을 형상화한 로고가 인상적인 무대와 관객들의 눈빛은 더욱 반짝였다. 마침내 오랜 기다림 끝에 '내 모든 것', '줄리엣'을 부르며 서태지가 등장했다. 그 순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공연 부제 '타임 트래블러'처럼 바로 그 순간 관객들은 서태지와 함께 자신들이 가장 빛났던 그 시절로 이동했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의 합동 무대는 공연 초반 배치됐다.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은 '난 알아요', '이 밤이 깊어 가지만', '환상 속의 그대', '하여가', '너에게', '교실이데아', '컴백홈' 등의 무대를 함께 꾸몄다.

서태지의 '녹슬지 않은 춤 실력'은 여전했다. 방탄소년단은 감각과 스웨그가 넘치는 댄스와 랩으로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사했다. 서테지와 방탄소년단은 어울려서 군무를 추며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이 재결성된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관객들은 '떼창'으로 함께 했다.

서태지는 방탄소년단과 함께한 무대 후 "보고 싶었다. 오늘 분위기 정말 좋다. 이 순간을 너무 기다려서 지쳐버렸다"라며 웃었다.

방탄소년단 지민은 서태지와 끌어안으며 "우리 호흡 장난 아니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서태지 역시 지민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화답했다.

서태지

서태지의 '필승'도 관객들의 록 본능을 일깨웠다. 서태지는 '필승'을 원키로 소화하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서태지는 '필승'을 부르기 전 "내가 이제 원키로 못 부른다는 말이 있다. 나를 뭘로 보고"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진 '필승'은 서태지의 '원키'와 함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필승' 무대 후 서태지는 "오랜만에 회춘한 느낌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음악이 청소년 시절 학교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면 '테이크 원', '테이크 투', '울트라맨이야', '탱크', '오렌지', '인터넷전쟁' 무대는 관객들의 록 본능을 깨웠다. 서태지의 내지르는 보컬과 강렬한 기타연주에 관객들은 헤드뱅잉을 시작했다. 록 공연장을 능가하는 열기였다.

또 가장 최근에 발표한 '소격동', '크리스말로윈'도 관객들의 떼창을 유발하며 신곡을 기대케 했다.

서태지

서태지는 이번 공연에서 과거 앨범에 수록된 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했다. 서태지는 당시 레코딩 사운드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약 세 달 전부터 악기 및 음향장비를 공수해 사운드 메이킹을 진행했다. '하여가'의 태평소 소리부터 우리가 앨범을 통해 익숙하게 들었던 그의 소리들이 잠실주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팬들과 서태지의 호흡은 두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서태지의 25년 음악사를 완벽하게 조망할 수 있는 자리로 새로운 연출과 조명,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무대를 보다 생생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대형 중계 스크린은 실시간으로 디자인돼 상영됐고 2015년 서태지가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사운드 시스템 '더블 시스템 라인 어레이'도 2년간 업그레이드 돼 이번 공연에 다시 세팅됐다. 2008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세계적인 지휘자 톨가 카쉬프를 초청해 완성한 '서태지 심포니' 무대도 이번 공연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서태지의 25주년 기념 공연은 '우리들만의 추억'을 끝으로 2시간 30분여 만에 막을 내렸다. 25주년을 이렇게 팬들과 함께 보낸 서태지. 이 자리에서 보니 서태지뿐만 아니라 그 시절을 함께 해온 팬들도 주인공이었다. 이들이 함께 만들어갈 또 다른 역사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서태지는 1992년 '난 알아요'를 시작으로 지난 25년간 총 9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이끌었다. 또 그의 무대는 매번 음향과 조명, 연출에서 국내 공연 수준을 한 단계씩 끌어 올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happ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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