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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알’ 이큰별 PD “필리핀 총기사건, 용의자 하루빨리 송환되어야”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9.10 17:29 조회 1,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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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지난해 7월 1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故신주영 씨의 사망사건의 미스터리를 조명했다. 지난 9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는 신 씨가 뇌사에 빠질 당시 한 방에 있었던 전 모 씨와 그의 친구 송 모 씨의 행적을 추적했다.

'필리핀 마닐라 미스터리 총기사건' 편을 연출한 이큰별PD는 “필리핀 경찰의 초동수사에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용의자가 한국으로 송환되어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현지에서 변호사를 구해 국내 송환을 거부하고 있어서 고인 사망과 관련된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Q. 사건 발생 1년 여 만에 이 사건을 조명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보를 받은 건 지난해 10월 정도였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보창구를 통해서였는데, 당시 국정농단 이슈가 한창 있어서 당시 제보들이 제대로 방송에서 소화되지 못했다. 최근 다시 과거 제보들을 검토했는데 하나하나 억울한 일들이 많았다. 이 사건도 그중 하나였다.”

Q. 유족을 만나고 안타까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유족이 동의해야 취재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에 취재 전 유족을 찾아갔다. 방송에는 다 나오지 않았지만 고인의 아버님은 광주의 택시운전사였고, 방광암으로 암투병 중이었다. 생계 때문에 치료를 받으면서도 계속 택시운전을 하고 있었다. 장남이 죽었고 의심은 되는데, 아버지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한국의 수사기관이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Q. 신주영 씨 사망과 관련해 자살로 보기에는 어려운 의심점들이 여러 가지가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의혹을 가졌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신주영 씨의 휴대전화기를 디지털 포렌식 했는데, 송 씨가 총을 들고 있는 사진들이 삭제된 흔적이 나왔다. 그리고 송 씨가 총을 들고 찍은 사진을 친구에게 보냈던 사진도 팩트로 확인이 됐다. 송 씨는 '자랑삼아서 친구에게 보냈다'고 했지만 이상했다. 게다가 그 총은 신주영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바로 그 총이었다. 자신의 휴대폰이 아닌 신주영 씨의 휴대폰 속 사진인데 남의 핸드폰에 있는 걸 본인이 다 지웠다는 건지, 아니면 주영 씨에게 부탁해서 '내 사진 지워줘'했다는 건지. 둘다 일반적이진 않지 않나.”

Q. 또 다른 의심점이 있다면?

“호텔 CCTV를 분석하면 세 사람이 밤새 함께 있었던 건 팩트다. 그런데 신주영 씨 휴대전화기를 보면, 같이 있는 와중에 전 씨가 신주영 씨에게 '어디냐'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건다. 1분 넘게 메신저 통화를 한 기록도 있다. 본인들의 주장은 '김사장에게 보내주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양팔에 발견된 주사 바늘 등과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주변 진술들로 미뤄 이른 밤부터 제압을 당했거나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Q. 부검과정에서 충분히 검증될 수 있지 않았을까.

“부검 당시 약물검사가 되었다면 확인이 됐겠지만, 우리가 확인한 결과 신주영 씨는 혈액검사가 안되어 있었다. 부검을 담당한 의사에게 물어보니 '가족이 간단한 검사만 요청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그런 요청을 했다고 통역을 해준 사람은 전씨였다. 부검, 장례과정에 대해서 통역을 한 사람은 모두 전 씨였다. 결과적으로 혈액 검사가 생략되면서 약물 부분이 미궁으로 빠졌다.”

Q. 사건발생 직후 사건의 실체를 밝혀낼 여러 가지 단서를 잃었다?

“송 씨가 영어를 거의 못하는 반면 전 씨는 세련된 고급 영어를 구사한다고 알려져있다. 필리핀 경찰이 출동했을 때 진술할 사람이 전 씨밖에 없었다. 송씨도 진술을 했지만 그 통역을 해준 사람이 전 씨다. 경찰은 두 명의 진술이 일치하니까 자살로 추정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특히 7월 1일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첫 날이라 아무래도 경찰의 수사력이 마약 쪽으로 집중 될 수밖에 없었다. 목격자 두명 모두 '자살'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니 자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타살 혐의점을 가지고 수사하는 것과자살이라고 추정하고 수사하는 건 의지, 집중도가 전혀 다르다. 1년 뒤에 우리 취재진이 알아보려고 하니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에 여러 고리가 사라져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Q. 어떻게 보면, 제3자라고 할 수 있는 김사장의 셋업사기 사건을 비중있게 다룬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전문가들이 여러 정황상 김사장의 사건은 셋업사기로 봐도 무방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사장이 전 씨를 의심하면서 '자수해라'라고 강하게 압박한 게 신주영 씨 사망사건 바로 전날인 6월 30일 저녁 8시였다. 전 씨는 밤 12시쯤 신주영 씨가 있는 호텔로 갔다. 전 씨는 김사장에게는 거짓으로 나눈 신주영 씨와의 대화를 캡처해 보냈다. 그리고 신주영 씨 총성 이후 전 씨는 앰뷸런스가 오기 전부터 김사장에게 전화해서 '주영이가 자살했다.'고 알리고,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전화를 돌렸다. 신주영 씨가 중상을 입고 피 흘리며 쓰러져있는 와중에 한 행동 치고는 일반적이지 않지 않나. 셋업 사기 얘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Q. 이번 편에서 특히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신주영 씨의 사망 당시 베개를 검증하지 못한 것이다. 현장에서 수거한 피 묻은 베개가 캐비넷 안에 있다는 것까지는 확인을 했다. 필리핀 영사의 공문까지 받았는데도 결국 확인하지 못했다. 총기 전문가 두 분이 현장 사진을 분석해서 베개에 총알자국으로 의심되는 구멍이 있다고 강력하게 추정했다. 베개에 총알자국이 있다면 그건 누군가 베개에 총을 대고 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타살의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결국 베개를 직접 보지 못해서 그 부분을 확인을 못했다. 송 씨와 전 씨의 진술이 99% 거짓이라고 나온 거지말탐지기 결과가 강력한 심적 증거라면, 피 묻은 베개는 강력한 물적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이 사건을 취재한 소회는 어떤가.

“이 사건 뿐 아니라, 파타야 임동준 씨 살해사건 때도 그렇고, '그것이 알고싶다'를 하면서 만나는 유가족들은 힘없고 어디 의지할 곳 없는 분들이다. 왜 이런 분들이 이렇게 안타까운 일들을 겪어야 하는지 참담했다. 파타야 임동준 씨의 아버님도 택시운전사였고 역시 투병 중이다. 우리 사회에서 힘 없고 가난하고 빽없는 사람들은 가족이 억울하게 죽었는데도 법률적으로 해결이 안되어 몇 년 동안 슬픔에 빠져있는 현실이 정말 안타까웠다. 필리핀은 재판을 한번 하면 3~4년씩 걸린다고 한다. 전 씨가 송환 되어야 국내 수사기관에서 잃어버린 고리들을 심도있게 수사할 수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하면서 계속 고민이 된다. 최소한 용의자가 송환이 되어야 진실이 드러날 기회라도 갖는 게 아닐까. 여론이 모아져야 송환이 가능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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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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