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곽현화의 '뼈아픈 실수'가 남긴 교훈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9.12 09:57 조회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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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화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방송인 곽현화가 5년 전 찍은 영화 '전망 좋은 집'으로 깊은 수렁에 빠졌다. 계약서로는 보호받지 못할 노출 장면을 찍었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IPTV 시장에서 '무삭제판'으로 유통됐다.

원치 않는 촬영을 하고, 그 결과물이 동의 없이 배포까지 된 곽현화는 피해자다. 그러나 법으로는 보호받지 못할 피해자가 됐다.

종전까지 곽현화와 이수성 감독이 쌍방 재기한 형사(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및 민사(명예훼손)소송에서 각자 무죄 및 혐의없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열린 형사 재판 항소심에서 이수성 감독은 1심과 동일한 무죄를 선고받았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연 곽현화는 사건의 개요부터 전개 그리고 재판 결과에 대한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곽현화는 "2012년 3월에서 4월경 프로듀서로부터 이 영화의 출연 제의를 받았다.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노출 장면 때문에 출연이 어렵겠다고 답했다. 이후 이수성 감독에게 다시 말을 해서 그 장면을 찍지 않는 걸로 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계약 당시부터 노출신에 거부감이 컸다고 운을 뗐다.

촬영에 들어간 후 이수성 감독은 곽현화에게 문제의 장면을 촬영하자는 이야기를 해오기 시작했다. 곽현화는 거듭 거절을 했고 감독은 "이 장면을 촬영하고 편집본을 보고 빼달라고 하면 빼 주겠다"고 말했다. 곽현화는 그 말을 믿고 가슴 노출 장면을 촬영했다.

전망좋은 집

문제의 장면은 극 중 미연(곽현화)이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상의 탈의를 한 채 서 있는 장면이다.   

2012년 10월 극장 개봉에서는 이 장면이 편집된 채 상영됐다. 그러나 이 영화는 2014년 '감독판'이라는 타이틀로 IPTV(인터넷)에 공개됐다. 이 버전에는 곽현화의 가슴 노출 장면이 있었다.

곽현화는 감독판에 대한 고지를 받지 못했고, IPTV 시장에 유통되고 난 후 친구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곽현화는 IPTV 유통 소식을 접한 이후 감독에게 항의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곽현화는 감독에게 항의와 추궁을, 감독은 사죄의 말을 반복했다. 이수성 감독은 제작사의 요구에 의해 감독판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면서 잘못을 시인했고 "무릎 꿇고 빌겠다"는 말도 했다. 

이 녹취록은 형사 소송의 증거로 제출됐다. 그러나 곽현화의 노출신 거부권과 배포 동의권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고, 녹취록은 법적 효력이 미비했다. 

곽현화

곽현화는 기자회견에서 판결문도 일부 공개했다. 재판부는 양측 입장을 모두 반영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재판부는 "적어도 곽현화 입장에서 자기의 동의가 있어야 배포가 가능한 장면으로 알고 찍었고 이후 동의 없이 배포가 된 것을 알고 고소할만한 충분한 사정이 존재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촬영장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가든 현재 재판부의 판단에 따르면 그것은 모두 협의 과정에 불과하니 출연 계약서의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곽현화는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으로부터 "노출신 배포를 원치 않았다면 현장에서 왜 그 장면을 찍었으며, 배포 금지에 대한 사항을 문서화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많은 이들에게 수없이 받았을 질문에 대해 곽현화는 "제게는 첫 영화였다. 당연히 영화 현장도 처음이었다"고 운을 뗐다.

곽현화는 "당시 저는 방송인에서 배우로 거듭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첫 작품의 감독님인데 (노출신 배포 금지에 대해) 문서화를 요구한다면 버릇없어 보이거나 까탈스러워 보일 것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녹취록을 들어서 아시겠지만 노출신이 포함된 감독판이 제 동의 없이 IPTV에 공개되고 난 이후에도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빼주세요!!"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이런 제 태도는 영화 촬영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곽현아

곽현화는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촬영일에 감독이 '이렇게 여러 명의 스탭들을 데리고 이 장면을 다시 찍기 어려운 건 알지 않냐. 나중에 현화 씨도 이 장면이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후회할지도 모르지 않냐. 현화 씨가 이 영화로 연기자로 자리매김했으면 조겠다'고 설득해 그 말을 믿고 촬영을 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한 이은의 변호사는 "곽현화 씨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다. 피해자에게 '왜'를 묻기 전에 가해자에게 '왜'를 물어야 한다"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부탁했다.

곽현화는 녹취록과 관결문 내용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배우의 출연 계약에서 사용되고 있는 계약서가 양자 간에 오해를 빚을 수 있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배우에게 돌아오는 측면이 있음을 공유하기 위함"이라며 "적어도 이제 배우가 출연계약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지금까지 사용되던 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을 재고하고 현장에서의 촬영에 대해 감독과 논의함에 있어서 그저 구두로 협의해서는 안되고 문언과 날인의 정도로서 남겨두어야 하지 않겠냐는 현실적인 권리 보호 방법을 논의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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