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문성근 "드라마 결말은 판타지…블랙리스트 누구도 반성하지 않아"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9.13 08:56 조회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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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문성근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배우 문성근이 2009년 이후 국정원이 퇴출 활동을 펼친 문화계 연예인 리스트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준 가운데 "밥줄을 끊어놓는 블랙리스트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범죄이자, 작동시킨 사람은 지금이라도 꼭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8년 만에 SBS 드라마 '조작'으로 연기자로 돌아온 문성근은 "(연기를)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는 문성근의 일방적 주장만이 아니었다. 지난 11일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공개한 'MB 정부 블랙리스트'에서 문성근은 80여 명의 문화계 인사들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지난 12일 SBS '조작' 종방연에서 취재진과 만난 문성근은 블랙리스트 관련 질문이 나오자 크게 한숨을 내쉬며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블랙리스트 실체가 일부 드러났다."는 질문에 문성근은 "알고 있는 일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연기를 시작한 1985년 이듬해부터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익숙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민주화를 거치지 않았나. 블랙리스트가 사라졌다가 다시 되살아났다. 불이익을 주라고 하고 그걸 실천한 사람들이 부활했다. 참 답답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를 작동시킨 사람 뿐 아니라 '손과 발'이 되어 실천한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 다시는 문화계에 블랙리스트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력 상층부에서 통치를 하는 사람이 자시에게 불편한 사람을 탄압하겠다는 마음을 먹자 그 밑에서 열심히 손발이 돼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그게 범죄인 줄 알고 한 것이다. 모르고 했는지 알고 했는지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실천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감봉 10%'라고 받아야 다시 이런 불법적인 지시를 받았을 때 '이게 저항해야 마땅한 일'이라는 생각이 확립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성근은 블랙리스트 뿐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화이트 리스트'에 대한 수사 역시 촉구했다. 화이트 리스트란 과거 정부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영화나 제작자, 배우에게 문화부 지원금을 주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문성근

문성근은 "예컨대 영화계에선 일부 정부 기금이 들어간 모태펀드를 정부 쪽에서 판단해서 투자를 통해 간섭을 했고, 입맛에 맞지 않으면 불이익을 줬다. 이렇게 실천한 사람들은 반드시 수사 대상이 대해야 하고, 방송국에 압박을 가한 행위에 대해서도 분명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SBS도 마찬가지다. 어떤 지시를 받고 어떻게 실천했노라 확인해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그동안 불이익받은 사람들과 화해가 된다. 제발 방송사들도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년 만에 '조작'으로 돌아온 문성근은 극 중 우리나라 대표 보수신문인 대한일보의 상무 구태원 역을 맡아 신랄한 악역으로 부패한 언론 권력의 상징을 보여줬다. 지난 12일 종영한 '조작'에서 구태원은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문성근은 "드라마에서 저는 처벌을 받는다. 구태원은 처블을 받고 반성도 일부분하고 그런다."고 말을 하면서도 긴 한숨을 쉬었다. 이어 그는 "드라마 속 판타지다. 현실에서 반성하는 사람 본 적 있나. 절대로 안한다."고 씁쓸해했다.

마지막으로 문성근은 문화계 인사들을 탄압했던 블랙리스트에 대해서 "밥줄을 끊는 거다. 이거는 정말 해서는 안 되는 범죄"라면서 "존재 이유를 뺏어버리는 것 아닌가. 우리는 행복한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존재 이유인데 그걸 부정당하는 거라서 참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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