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방송 프로그램 리뷰

김성주-정은아, 엇갈린 희비…좋을 때만 ‘친정’인가요?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9.15 10:10 조회 6,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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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MBC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성주를 공개 비난해 논란이 뜨겁다. 주 기자는 총파업 중인 MBC파업 현장을 찾아 “김성주 아나운서 같은 사람은 2012년 MBC 파업을 틈타 MBC 스포츠 캐스터로 다시 MBC에 입성했다.”고 비판했다. 김성주만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밉다.”고 표현했다.

주 기자가 공식 석상에서 한 표현이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있다. 중요한 건 표현 방식보다 이 발언이 나온 전후 맥락과 본질이다. 2012년 총파업 이후 5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김성주의 행보는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종종 언급되며 논란에 불을 지핀다. “프리랜서로서 출연 제의를 고사하지 않은 게 왜 비난의 대상이 되나.”라는 반론도 있다. 그럼에도 2012년 총파업 당시 김성주의 '친정' 복귀는 논란을 불러일으킬까.

2012년 MBC 총파업에는 대부분의 아나운서들이 참가했다. 총파업 종료 이후 5년간 아나운서국은 총파업 후폭풍이 가장 거셌던 곳 중 하나였다. 50명 가까운 인원 중 총 11명이 마이크를 제대로 잡아본 적 없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오상진, 박혜진, 문지애 등 MBC를 이끌던 간판급 아나운서들은 수년간 카메라 앞에 설 기회를 잃은 채 떠나갔다. 남은 사람들에게도 시련은 매서웠다. 부당전보, 인사 보복과 차별 등을 당했다며 눈물로 성토하는 MBC 아나운서들이 많다.

김성주

2012년 총파업이 끝날 때 이런 상황을 예측한 MBC 아나운서 노조원들은 많았다. 사측은 총파업 시기에 어떻게든 외부에서 불러온 대체인력으로 파업을 무력화하려는 조치를 취했다. '케이블의 황태자'였지만 MBC로 복귀하지 못했던 김성주가 돌아왔다. 임경진, 박은지 등 MBC 출신 프리랜서 방송인들이 MBC 아나운서 노조원들이 놓은 마이크를 대신 잡았다.

방송인에 대한 평가는 그 실력이 잣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옳다. 김성주는 자칫 파행으로 갈 뻔했던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밝은 중계로 선전했다. 김성주가 파업 시점이 아니었어도 MBC로 돌아올 수 있는 방송인으로서 실력을 갖췄다는데 이견은 없다. 김성주가 MBC의 사정과 구성원들의 고통을 이해했더라면 선택은 달라졌을까.

정은아는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안정된 진행 실력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방송계에서 롱런하는 방송인이다. 그는 KBS 라디오 '함께 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를 통해 1년 넘게 청취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출근길과 퇴근길은 라디오에서는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는 프라임 시간대다. 하지만 그는 이달 초 KBS새노조가 파업을 선언하자, 정은아도 마이크를 내려놨다. 그는 30년 방송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의로 방송 출연을 거부했다.

오영실 정은아

정은아는 “후배들의 빈 책상을 보며 마음이 안 좋았다.”며 총파업 지지 의사를 밝히며 파업이 끝날 때 돌아오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은아는 파업의 주체인 KBS새노조 노조원도 아니기에 고용을 담보할 수도, 파업이 끝난다고 해서 자신의 자리를 보전받을 수 없는 위치였다. 한마디로 방송사의 '을'이다. 사측에 대척점을 세우는 일은 프리랜서에게는 생계를 위협할 수도 있는 중대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대로 KBS사측은 곧바로 후임 MC로 오영실을 내세웠다. 대체 MC라고 발표됐지만 오영실의 대타는 정식 MC 교체로 뒤바뀌었다. 결국 '함께 하는 저녁길 오영실입니다'로 프로그램 제목이 바뀌었다. KBS새노조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사측이 석연찮은 이유로 정은아를 해고자로 만들었다.”며 반발했지만 결국 모든 피해는 정은아에게로 돌아갔다.

다시 돌아가서 김성주의 MBC 복귀에 대한 이야기다. 김성주는 2000년 입사해 2007년 회사를 떠났다. 총 7년의 기간 동안 김성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거쳐 스포츠 캐스터라는 적성을 찾았고 큰 사랑을 받았다. 전폭적인 회사의 지원과 구성원들과의 협업과 신뢰가 없었다면, 김성주는 프리랜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성주 역시 프리랜서 선언 이후 MBC를 '친정'이라고 표현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한때 몸담았던 회사를 '친정' 표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단어에는 그곳의 윤택한 환경과 기회뿐 아니라, 그 안에서 울고 웃는 구성원들과 그 안에서 살아서 숨 쉬고 있는 고민들도 포함된다.

김성주의 '친정' 컴백은 결과적으로 그의 방송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정은아가 후배들의 파업에 자신의 마이크를 내려놓은 행동에 대한 당장의 불이익은 굉장히 커 보인다. KBS 사측의 조치에 정은아도 상당한 상처를 받았음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이런 정은아의 행보가 나쁜 선택이었을까? KBS 아나운서 후배들과 많은 시청자들은 정은아의 소신 있는 행보는 큰 감명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성주가 2012년 당시 했던 선택 역시 시청자들과 후배들에게 평가받을 것이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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