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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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여배우는 오늘도' 고군분투합니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9.15 14:31 조회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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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트로피는 많고 배역은 없다"

이 카피에는 충무로 특급 여배우의 역설을 담았다. 장식장엔 빛나는 트로피가 가득한 연기파 배우지만, 관록의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시나리오는 손에 꼽을 정도다. 배우에게 작품은 인연이라는데, 운명이라고 여긴 상대는 자신을 번번이 외면한다. 

'여배우는 오늘도'(감독 문소리)는 여성으로 사는 삶과 배우로서의 삶을 고민하는 문소리의 이야기를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은 작품. 배우 문소리가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과제로 만든 3편의 단편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을 한데 엮어 장편으로 완성했다.

문소리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들었다. 게다가 주인공으로 나서 배우 문소리를 '연기'했다. 이 영화는 뚜렷한 문제의식과 메시지가 담긴 블랙 코미디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여배우

영화는 캐스팅 탈락 전화를 받는 문소리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18년이 지난 지금 '베니스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는 허울만 남았다. 존경하는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젊고 어린 여배우에 밀려 좌절한다.

문소리는 "여배우는 연기력보다 매력이 중요하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현실 인식이 빠르다. 그렇다고 해서 배우로서의 자의식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자의식을 지키기 위해 자존심 정도는 내려놓을 줄도 안다. 좋은 배역을 얻기 위해 사회성을 발휘하고, 인맥 관리에도 최선을 다한다. 

좌절을 맛볼 때는 무작정 달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영화에는 유독 '뛰는 문소리'가 많이 나온다. 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웃음이 터지지만, 이 웃음에는 아드레날린과 페이소스가 함께 실린다.

배우인 동시에 엄마이자 딸, 아내인 문소리는 집에서는 아마추어다. 딸의 육아를 대신하는 엄마의 눈치를 보고, 어린 딸의 응석 앞에서 엄마의 고단함을 토로하며 울먹인다.  

영화를 연출하고 연기한 문소리는 이 작품에 대해 '픽션'이라고 전제했다.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배우의 진솔한 목소리가 담긴 영화지만 실제로 겪은 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실'은 아니지만 '진심'을 투영했다고 강조했다.

여배우는

영화가 유발하는 웃음은 현장의 생생함과 캐릭터의 생동감에서 기인한다. 업계 환경과 직업의 노고를 내부자의 시선으로 그린 영화는 '당신'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고 여길 정도로 높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연예인 혹은 여배우도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이고 여성이라는 편견에 부딪히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배우 문소리의 삶도 희극과 비극을 오간다. 멋진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는 그녀의 삶은 부러움 그 자체였지만, 우리는 그녀의 희로애락을 몰랐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배우 문소리를 통해 여배우이자, 여성, 나아가 우리의 고단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소리는 '한국의 메릴 스트립'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녀는 인터뷰에서 '제2의~'라는 수식어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덜 유명하더라도 누구를 닮거나 따라가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삶과 일에 있어 주체가 되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여배우는 오늘도,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9월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71분.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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