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천우희의 ‘로코 정복기’ 기대해도 될까요?

작성 2017.10.02 06:00 조회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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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을 보기 좋게 뒤집은 배우가 있다.

첫 드라마 주연작이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드는 적응력과 믿고 보는 명불허전 연기력, 그리고 진정성으로 무장한 배우 천우희다.

천우희는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에서 해고된 기자들의 결원을 채우기 위한 계약직 기자로 출발하며 '용병' 취급을 당했지만, 힘든 일 앞에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사람의 선의를 믿고, 약자의 입이 되어주는 '뼛속까지 기자' 이연화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크린 대세 여배우에 이어 안방극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한 천우희를 만났다.

글: 김재윤 기자 jsama@sbs.co.kr
사진제공: Namooactors


영화계에서는 차세대 여배우로 각광 받았지만, 드라마 주연 도전은 처음이라 부담이었을 것 같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었을 거다. 드라마 한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왜 영화 잘 하고 있는데 굳이...'라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영화에서 드라마로 넘어온 이후 연기력 논란이나 시청률 저조로 인해 안 좋은 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들이 있어서 그런 걱정을 해주신 것 같다.

또, 주위 평판도 평판이지만 개인적으로도 걱정은 있었다. 체력적으로 잘 할 수 있을까, 드라마 시스템에 잘 적응할까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정말 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르곤' 들어가기 전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것들은 다 이룬 것 같다. 예를 들어 쪽대본이라던지, 촬영 환경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아르곤'은 쪽대본도 없었고, 촬영 시 힘든 상황도 없었다. 여러 가지로 최적의 조건이라 늘 웃으며 촬영했다. 그래서인지 김주혁 선배가 '이건 드라마를 맛본 축에도 못 낀다', '150부작이나 쪽대본 드라마를 해봐야 웃음기가 사라지지'라고 하더라(웃음).


그래도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가 있을 텐데?
글쎄, 비교 대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드라마를 한 번 더 경험해보면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연기적으로 어려운 건 내 스스로 안고 가는 부분이다.

첫 드라마임에도 현장에서 너무 사랑받았고, 스태프 여러분들이 다 웃으면서 도와주셔서 그런지 몰라도, 딱히 드라마라고 해서 다른 점은 없었던 것 같다.

천우희


제작발표회 때 피드백이 바로바로 오는 점에 대해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드러냈는데, 촬영 중간중간 반응들은 체크했나?
드라마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첫 방송 다음 날 야외 촬영을 했는데 금방 알아봐 주시더라. 영화만 했을 때는 내 이름은 모르고 '어, 써니에 출연한 배우다'라고 하신 분이 많았다면 '아르곤'을 한 이후엔 '어, 천우희다'라는 반응이 많다.

또, 방송 중에 바로 기사도 올라오고, 시청자 소감과 댓글이 올라오는 것도 신기했다. 반응을 바로 알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여기에 너무 젖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주관 없이 시청자들 평가만 지나치게 의식하고 끌려다닐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앞으로도 칭찬도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일 예정이다.


기자를 연기했던 만큼 그동안 접하던 기자, 혹은 뉴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
뉴스를 보는 자세가 달라진 것 같다. 멋진 풍경을 담은 화면을 보면 '저 장면을 담기 위해 제작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마찬가지로, 그래도 조금이나마 간접 경험을 해서 그런지 요즘 뉴스를 보면 기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취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극 중 연화는 '용병'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낯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몸으로 부딪혀 이겨나간다. 드라마라는 낯선 세계로 들어와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이 연화와 비슷해 보인다.
연화의 모습이 바로 우리 이웃들이 살아가는 모습인 것 같다. 기자라서가 아니라 비슷한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직장인 친구들도 감정이입이 된다고 얘기해줬다. 특히 영웅 같은 기자, 꿈같은 이야기, 작위적인 설정이 아니라서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했고, 연화에 잘 녹아든 것 같다.


실제 천우희라면 연화같이 할 수 있을까?
'난 잘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근자감일 수도 있는데 성격이 낙천적인 편이다. 그래서 나름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재능이 없었다면 포기했겠지만, 재능은 있지만 방법이 없었다면 연화처럼 계속 노력했을 것 같다.


'아르곤'이 현실 반영도 잘 했고, 던지는 메시지도 묵직했다. 실제로 요즘 방송사 기자들을 둘러싼 이슈가 뜨거운데 촬영 시 염두에 둔 부분은 있었나?
방송사 총파업 등 피부로 느끼는 문제들도 있었다. 특히, '뉴스는 믿는 게 아니라 판단하는 것'이라는 대사가 가슴에 와 닿았다. '아르곤'이 현실의 문제를 그대로 다 반영한 건 아니지만 총파업 등 시기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조심스럽긴 했다.

외부 요인을 신경 안 쓸 수는 없지만 그렇게 되면 작품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서, 배우들끼리 우리는 우리 대로 잘 표현해보자며 힘을 모았다.

천우희


전작들을 보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 그런 작품에 관심 있는 건가, 아니면 선택하다 보니 우연히 그렇게 된 건가?
도덕적이지 못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정치 사회적 발언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개인적으로 내 생각을 강요하고 주장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누구나 생각은 다를 수 있지 않나. 그렇기에, 직접 말을 못 해서인지 은연중에 나도 모르게 사회성 있는 작품들을 선택하는 것 같다. 그 작품들 속에서 연기로 메시지를 전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


작품을 마친 만큼 재충전의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연기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떤 식으로 해소하나?
지금까지는 먹는 걸 좋아해서 맛있는 것 먹고 요리하면서 풀었다. 일기 쓰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 지금까지는 겁도 나고 여유도 없어서 못했는데 스트레스 해소엔 제격인 것 같다. 아직 미국도 못 가봤고, 올해 목표 중 하나가 몽골 여행이었다. 그런데 친구들 보고 제안했더니 사서 고생하냐며 아무도 안 간다고 하더라(웃음).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간다. 향후 계획은?
'한공주'로 함께 했던 이수진 감독, 설경구 선배와 함께 '우상'이라는 작품을 촬영한다.


배우 복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쟁쟁한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선배들을 계속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특히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에서는 쟁쟁한 선배들을 한꺼번에 다 만났다. 작품에 임하는 자세라든지, 현장에서 배울 점이 너무 많다. 난 참 복 받은 배우다. 그러면서 배우는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천우희


남자 배우 복이 많은데도 로맨스는 좀 아쉽다.
로코나 멜로 정말 하고 싶다. 사실, '아르곤'에서도 러브라인에 대해 감독님이 물어봤는데 단호히 No라고 했다. 선후배 간 애정이면 몰라도 사랑은 아닌 것 같아서 그랬다. 아쉽지만 좋은 작품 만나서 멜로 연기 하면 될 것 같다. 로코나 멜로를 하고 싶지만, 그걸 염두하고 작품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본인만의 작품 선택 기준이 있나?
기준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이다.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연기 하고 싶다는 흥미를 일으키는 대본이 있다. 보기에 재미있겠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 말고 하기에 재미있겠다는 작품,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는 작품이 좋다. 성격상 '저 이 작품 촬영했어요. 보러오세요'라고 말하기 어려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


행보마다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다음 더 행보가 궁금하다.
액션과 멜로는 꼭 해보고 싶다. 저질 체력이지만 정신력은 강하다. 유난히 몸 쓰는 작품이 많았는데, 강한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다. 아울러 현실적인 멜로 연기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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