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데뷔 20년, 배우 김주혁은 여전히 새롭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17.10.01 08:50 조회 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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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데뷔한 지 20년이나 됐지만 우린 아직도 배우 김주혁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목격한다. 부드러운 멜로남, 혹은 찌질한 남성 캐릭터가 어울렸던 그가 어느새 '구탱이형'이라 불리며 허당미 가득한 모습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더니, 영화 '공조'에선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악역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아르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주혁은 후배들로부터 '사이코'라 불릴 정도로 신경질적이고 깐깐하지만,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신념 앞에 든든하게 팀을 이끄는 탐사보도 팀 아르곤의 팀장 겸 기자 김백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수트를 입고 앵커석에 앉아 냉철한 표정으로 뉴스를 전하는 모습, 권력의 편에서 압력을 가하려는 상부에 대항하는 저돌적인 모습,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후배들을 채찍질하는 모습, 딸에 대한 미안함에 인간적으로 고뇌하는 모습 등. 김주혁이 김백진으로 분한 모습들 하나하나는 모두 새로웠다.

4년 만의 드라마 출연작에서 여전히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배우임을 입증한 김주혁을 만났다.

김주혁

Q. 드라마를 끝낸 소감부터 듣고 싶다.

김주혁: 드라마가 힘든 건 언제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팀 분위기가 좋은 건 처음이었다. 감독이나 스태프나 배우나 누구 하나 모난 사람이 없었고, 모두가 작품의 지향하는 바가 같아 촬영 분위기가 좋았다. 작품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내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이 작품이 내 인생에 어떻다, 그런 생각은 잘 안 하는 편이다. '아르곤' 역시 내가 했던 여러 작품들 중 하나일 뿐이지만, 참 즐겁게, 올바르게 작업했다.

Q. '아르곤'은 총 8부작으로 호흡이 짧았다. 다른 드라마 작업에 비해 그나마 덜 힘든 편 아니었나.
김주혁: 체감은 그렇지 않다. 힘든 건 똑같았다. '아르곤'과 영화 '독전' 촬영을 같이 병행해서 더 힘들게 느낀 것일 수도 있다. 8부작이라 다행이었지, 이걸 보통의 드라마처럼 16부작에 맞춰 8부작을 더 한다고 생각하면, 어휴... 생각만 해도 버겁다.

Q. '구암 허준' 이후 4년 만의 드라마였다. '아르곤'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김주혁: 작품 선택할 때 글을 우선시한다. '아르곤'은 다른 대본하고 달랐다. 좋았다. 과하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았다. 너무 사건 중심도 아니었고, 사람 냄새가 났다. 딱 대본만 봐도, 리얼하게 끌고 나갈 드라마라는 느낌이 들어서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Q. 김백진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앵커였다. 앵커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나.

김주혁: 특정 모델을 염두하지는 않았다. 각종 방송사의 앵커들이 어떻게 뉴스를 진행하나 다 찾아봤고, 결국에는 내 멋대로 하기로 했다. 그게 오히려 나만의 색깔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다만 이게 드라마 속 앵커라, 감정을 어느 정도 실어야 하나 고민했다. 실제 앵커들은 정보전달만 해야지 감정이 섞이면 안되지 않나. 그래서 감정이라기보단, 앵커 멘트 중에 강조하는 부분들을 살려 과하지 않는 선에서 느낌만 더 주려고 했다.

김주혁

Q. '아르곤'이 다른 드라마와 달랐던 점은 무엇인가.

김주혁: 배우들이 스스로 느끼면서 찍었다. 대본을 보고 배우가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연기했다. 클라이막스 부분이라고 해서 집중하기보단, 배우 스스로가 중간 부분에서 힘을 줘야겠다고 느낀다면 그렇게 연기했다. 제약이 없었다. 감독도 그걸 원했다. 그래서 애드립도 많이 했고, 감독한테도 '난 이런 식으로 풀어보겠다'라며 다른 방식을 제안한 적도 많다. 예를 들어, 마지막 회에서 신철(박원상 분)과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은, 대본의 맥락을 이해하고 포인트 단어들만 기억한 채 즉흥연기를 펼친 거다. 그냥 나오는 대로 연기했다. 그게 연출진과 배우 간의 호흡인 거 같다. 서로를 믿고 갈 수 있다는 거, 그리고 다른 배우들도 상대방이 뭘하든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 분위기가 사람을 만든다고, 촬영 분위기가 그러다 보니 신인급 배우들도 센스있게 다들 맡은 연기들을 잘 해냈다.

Q. 여주인공 천우희는 첫 드라마 주연이었다. 연기 호흡이 어땠나.
김주혁: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 하는 친구라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우희는 배우로서 드라마 시작을 좋은 드라마로 한 거다. 이 드라마는 다른 드라마보다 좀 더 영화적인 느낌으로 찍어서 우희도 편하게 느꼈을 거다. 우희는 아직 드라마 판의 힘든 맛을 못 봤다.(웃음)

Q. '1박 2일'에서 허당스럽던 '구탱이형'과 멋있고 카리스마 있는 김백진의 이미지 차이가 크다. 두 모습 다 김주혁이 가진 것들일 텐데, 연기와 예능 중 어느 쪽이 더 편한가.

김주혁: 당연히 예능이 더 힘들다. 내 전공이 아니니까. '1박 2일'은 스태프와 출연진이 좋아 버텼던 거지, 예능이 나한테 잘 맞아서 했던 건 아니다. 하면서도 나 스스로를 '민폐'라고 생각했다. 시청자에게 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몸은 뒤로 빠지더라. 예능에서 그러면 안되는데 말이다. 애들한테 미안해 일찍 하차하려 했다. 근데 이제 막 팀이 꾸려져 서서히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는 와중에, 내가 나간다는 것 자체만으로 또 민폐가 되더라. 그래서 원래 1년만 할 걸 2년이나 했다. 2년째가 되니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 수개월 전부터 그만둘 것을 논의했고, 충분한 이해 속에서 하차할 수 있었다.

김주혁

Q. 영화 '공조'를 보며, 김주혁은 악역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 배우라 생각했다. 그동안 악역을 한 게 드문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김주혁: 악역이 안 들어와서 못했지, 하고는 싶었다. '공조' 이후로 악역이 계속 들어온다. 최근 촬영이 끝난 '독전'에서도 악역을 소화했다. 배우로서 역할 선택의 폭이 좀 더 넓어졌다는 게 좋다. 시청자와 관객들이 내가 악역을 하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성공한 거 같다.

Q. 작품 선택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
김주혁: 일단 글이 좋아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인가를 본다. 선한 역인가 악역인가는 중요치 않다. 내가 할 수 없는 걸 하는 건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연기 스펙트럼이란 건 점차 넓혀나가야 하는 거지, 갑자기 어울리지도 않고 소화하기도 버거운 역할을 맡아버리는 건 멍청한 짓이다. 그건 작품을 보는 대중에게서도 공감받기 힘들다. 또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꼭 전과 다른 걸 하려 집착하지도 않는다. 어떤 역할이든 똑같은 건 없다. 극에 따라 다 다른 인물이라 편안하게 생각하고 연기하려 한다.

Q. 어느덧 데뷔 20년이다. 배우로서의 삶은 어떤가.

김주혁: 모든 직업이 장단점이 있겠지만, 배우는 충분히 장점이 있다. 자기가 좋다면 할 만하고, 자기가 불편해하고 힘들어하면 빨리 때려쳐야 하는 직업이다. 이 직업은, 어찌 보면 약간 마약 같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달콤한 맛을 보면 거기에 빠져버릴 수 있다. 난 그런 거, 사람들의 싫어함과 좋아함에 별로 신경을 안 쓴다. 단순하게 연기가 좋아 재미를 느끼며 하는 거다. 촬영장에서 모든 화음이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으며 연기할 땐 굉장한 희열을 느낀다. 사람들을 만나 수다 떨고 노는 것보다, 촬영장에서 연기하며 현장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업이 100배 더 재밌다.

김주혁

Q. 쉴 때는 집에만 있는 편인가?

김주혁: 집돌이다. 미동도 하지 않고, 손에 닿는 거리에 모든 것을 둔 채 널브러져 있다.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거나 한다. 헬스장만 매일 간다. 스케줄이 없으면 집-헬스장이 전부다.

Q. 사람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댓글을 챙겨보는 성격은 아닐 것 같다.
김주혁: 그렇다. 댓글은 절대 안 본다. 아니, 그걸 볼 용기가 없다. 일부러 봐서 굳이 마음 아프고 싶지 않다. 그래도 나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알아야 하니, 매니저들한테 “지금 내 포지션은 어떻게 되니?” 물어보곤 한다. 포장하지 말고 냉정하게 말해달라 해서, 매니저들도 솔직하게 알려준다. 난 스스로에게 채찍만 주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 포지션에 대해 말해주면, 난 그 기준보다 더 밑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제외한 외적인 것들에는 자신감이 없는 편이다.

Q. 집돌이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성격이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김주혁: 옷을 엄청 좋아한다. '쇼핑 중독'이라 말해도 될 만큼, 내 지출의 대부분이 옷 구매다. '1박2일'에 입고 나간 옷들도 거의 내 소유 옷이었다. 패션쇼를 가거나 옷가게를 여러 군데 다닌다거나 하지는 않는데, 옷을 사러 일본에 간다던지 해외직구를 한다던지 옷을 위해 투자를 많이 한다. 맛집을 찾는 것도 좋아한다.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즐긴다. 그래서 '뭐 먹을까'를 한 시간씩 고민하기도 한다. 먹는 것과 입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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