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①] ‘범죄도시’ 허동원 “마동석, 얼굴 찌푸린 적도 없어”

강경윤 기자 작성 2017.10.12 07:39 수정 2017.10.12 10:04 조회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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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원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야, 너 눈이 왜 그래”(마동석)

연극판에서 연기로 이름 좀 날리던 배우 허동원(36)이 영화 '범죄도시'로 첫 상업영화에 진출했다. 그가 맡은 건 일명 '가리봉동 히어로' 마석도 형사(마동석 분)의 곁을 지키는 형사 오동균 역. 허동원은 실제 형사와 흡사한 자연스러움과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마석도 형사가 숱한 야근과 잠복근무로 인해 지치고 꾀죄죄해진 후배 형사들을 챙겼듯, 마동석 역시 촬영장에서 후배 연기자들을 살뜰하게 챙겼다. 고난도 액션 장면을 소화해야 하는 스케줄에도 마동석은 힘든 촬영을 마치면 “맥주나 한잔하자.”며 후배 연기자들을 한 명씩 챙길 정도로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범죄도시 허동원 마동석

“얼굴 찌푸리는 걸 한번도 못 봤을 만큼, 마동석 선배는 굉장히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에요. 워낙 바쁘니까 촬영 마치고 다른 스케줄 소화하기 바쁠 텐데도 꼭 '술 한잔하자'고 먼저 말을 걸어줬어요. 술자리에 가면 연기 얘기도 안해요. 그냥 일상적인 얘기 하며 하하 호호 웃죠. 선배가 술자리에서 연기 얘기를 꺼내면 바로 다음 날 촬영장에서부터 주눅 들게 되거든요. 편안하게 해주는 게 고마웠어요.”

그래서였을까. '범죄도시' 말미에 마석도 형사가 오동균 형사를 가리키며 “야, 근데 얘 눈이 왜 그래?”라고 묻는 대목은 꽤 자연스럽다. 이 대사는 대본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만들어낸 마동석의 '애드립'이었다.

“전날 골목에서 형사들이 장첸파의 양태(김성규 분)을 좇는 액션 씬을 촬영하다가 제가 벽에 얼굴을 부딪치는 작은 사고가 있었어요. 촬영할 땐 몰랐는데 다음날 보니 눈에 퍼렇게 멍이 들어있더라고요. 그대로 촬영장에 갔는데 현장에서 마동석 선배가 '얘 눈이 왜 그래?'라는 대사를 만들어냈어요.”

허동원

마동석의 살가운 배려와 강윤성 감독의 따뜻한 격려는 배우 허동원을 춤추게 했다. 영화 오디션만 가면 “대사에 연극 톤이 너무 강하게 묻어나네요.”라며 쓴소리를 듣기 일쑤였지만, '범죄도시' 현장에서만큼은 “좋은데?”라는 짧고 굵은 칭찬들이 쏟아졌다. 허동원은 “그런 칭찬들과 배려들이 작은 배역 배우들이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게 한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윤계상 역시 '범죄도시' 멤버들에게 따뜻한 애정을 쏟았다.

“강윤성 감독님은 주목받지 못한, 절실한 배우들을 주로 뽑으신 듯했어요.(웃음) 저와는 달랐겠지만 계상이 형도 굉장히 '절실함'이 있었어요. '이 영화 아니면 안된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절실한 사람들이 모이면 질투도 많고 욕심도 내기 마련인데, '범죄도시'는 순둥순둥하고 낯가림도 많은 배우들만 모여서 누구 하나 모나질 않았어요. 다들 연극하며 단체생활도 해봐서 그런지 오랫동안 알던 절친한 동료들처럼 팀워크를 발휘했어요.”

범죄도시 허동원 마동석

'범죄도시'는 조선족 조폭들과 이를 제압하려는 형사들과의 전쟁을 그리다 보니 위험천만한 액션 장면들이 주를 이뤘다. 허동원은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하면서 몸이 성할 날 없이 다쳤다. 그는 “마동석, 윤계상 선배들을 보면서 '아프다'는 말을 꺼내기가 미안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손가락이 찢어지거나 무릎에 멍이 들어도 '저 여기 아파요. 밴드 좀 주세요'라고 감히 못 하겠더라고요. (마)동석 선배는 무릎이 안 좋았고, (윤)계상이 형은 화장실 장면을 찍으면서 너무 고생을 많이 했더라고요. 게다가 스턴트 연기자들은 실제로 피를 흘리시는 사고를 당하기도 하니까, 제가 감히 아프다고 할 수가 없었어요. 조용히 집에 와서 연고를 바를 뿐이었죠.”

허동원

'범죄도시'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순항하고 있다. 허동원은 “잠을 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을 정도로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기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고향에 있는 부모님에게 떳떳한 자식이 된 것 같아서 더욱 기쁨이 크다고 허동원은 말했다.

“연기를 시작한 10년 동안 아버지, 어머니가 많이 답답하셨을 거예요. 제가 연기한다고 서울에 올라갔는데, 딱히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또래 다른 사람들은 다 시집, 장가가서 가정을 꾸리는데 저는 백수나 다름없이 살고 있으니까요(웃음). 지난 추석에는 처음으로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된 것 같았죠. 한 시름 놨어요. 부모님 걱정을 조금 덜어드렸으니까, 이제는 정말 조급하지 않게 허동원이란 배우의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허동원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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