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②] ‘범죄도시’ 허동원 “영화 망할까봐 댓글 5600개 달았어요”

강경윤 기자 작성 2017.10.12 07:39 수정 2017.10.12 10:26 조회 3,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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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원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동원아, 이제 그만 자라.”(윤계상)

배우 허동원은 영화 '범죄도시' 개봉을 앞두고 3일 밤을 새웠다. SNS에 댓글을 다느라 3일 내내 눈을 붙이지 않았다. 이런 허동원에게 영화 '범죄도시'에 함께 출연한 배우 윤계상은 “이제 그만 자라.”며 말리기도 했다.

“대체 왜 그랬나.”라고 묻자 허동원은 “너무 절박해서,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라고 답했다. 

“영화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님은 상업 영화 경험이 전혀 없는 저를 발탁해주셨어요. 대부분 배우들을 숨은 진주처럼 찾아내서 배역을 주시고 애정을 쏟아주신 분이었죠. 감독님이 저희처럼 유명하지 않은 배우들을 믿고 캐스팅해주셨는데 영화까지 망하면 '거봐, 내가 뭐랬어. 인지도 있는 배우들 쓰자고 했지'라고 할까봐 너무 무서웠어요. 다신 이런 영화가 안 나올까 봐요.”

범죄도시 허동원 마동석

허동원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추석 대작들이 연달아 개봉하면서 '범죄도시' 영화관 수는 턱없이 적었다. 이렇게 가면 '범죄도시' 역시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10년 동안 대학로에서 연극무대에 올랐던 노하우를 십분 발휘했다. 소자본의 연극 제작사가 하는 것처럼 '범죄도시' 입소문 마케팅을 직접 하기로 나선 것. 개봉 전 시사회를 보고 영화 관련 댓글을 남긴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렇게 허동원이 직접 단 댓글이 무려 5600개. 허동원은 3일 동안 SNS에서 쉬지 않고 댓글을 달았다. 휴대전화기를 쉬지 않고 사용한 탓에 유심칩이 가열되어 휴대전화기까지 교체하기도 했다. 그는 “계속 쉬지 않고 댓글을 다니까 댓글 다는 자동 계정인줄 알고, 해당 사이트에서 세 번 정도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허동원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들로 “실제 경찰의 모습과 정말 비슷했다.”는 칭찬을 꼽았다. 마석도 형사(마동석 분)의 곁을 지키는 형사 오동균 역을 맡은 허동원에게 “저희 남편이 경찰인데, 경찰의 모습과 정말 비슷했다.”던 댓글은 잊을 수 없이 고마운 글이었다.

허동원

허동원 뿐 아니라 '범죄도시'는 많은 배우들에게 절박한 작품이었다. 주인공인 마동석과 새로운 연기 변신을 한 윤계상에게는 물론이고,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대체로 오랜 연기 생활에도 대중의 관심에서 소외되어 있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범죄도시'는 숨은 진주 같은 배우들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한편의 역전 드라마였다. 조선족 조폭부터, 강력계 형사들, 술집 종업원 등 다양한 작은 배역들의 연기자들조차 찬란하게 빛나며 자신의 몫을 다 했다. '범죄도시'가 지루할 틈 없이 재미를 준 까닭은 군데군데 포진한 옹골찬 배우들 덕이었다.

허동원

“극 중 장첸파의 위성락 역을 맡은 진선규 선배는 대학로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배우 중 한 명이었죠. 정말 대단한 형이었어요. 그리고 이수파의 두목 박지환 역시 정말 연기 최고죠. 순박하고 매너도 좋아요. 룸사롱 마담 역을 맡은 배우 배진아 씨는 어린이집 선생님 하다가 다시 연기로 돌아온 배우이고, 막내 형사 하준은 같이 무대 인사하는데 작년까지 그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정말 '범죄도시'에 각자의 절박함과 짠함을 가지고 도전했고, 그만큼 좋은 평가를 받아서 다행이고 감사해요.”

허동원은 영화 '범죄도시'를 영화판 '미생'이라고 말했다. “생활도 좋아졌나.”란 질문에 허동원은 “그렇진 않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연극 무대에 서면서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10년째 해오고 있다. '잘 됐으니 술 사라' 이런 말도 듣긴 하지만 아직까지 피부로 달라진 점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범죄도시' 댓글이 6만 개가 넘어간 건 정말 기쁘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허동원은 대학 2학년 때 본 연극 무대에 매료돼 부산에서 무작정 대학로로 올라왔다. 현재 극단 '웃어' 소속으로 활약하고 있다. 연극과 무대에 대한 애정은 그 누구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뜨겁다.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님이 저를 알아봐 주셨듯 많은 영화 관계자분들이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극배우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어' 소속이자 '연기의 신'이라고 불리는 김진욱 같은 '숨은 진주'들이 재평가받았으면 더 바랄 게 없어요. 강윤성 감독님이 두 번째 작품을 하실 때 안 불러주셔도 전혀 섭섭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만큼 다른 연극하는 배우들이 내가 얻었던 기회 정도만이라도 돌아간다면 만족해요.”

허동원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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