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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성폭행은 NO, 사실혼은 인정?"…'그것이알고싶다', 이상한 주지스님

강선애 기자 작성 2017.10.15 00:47 조회 2,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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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알고싶다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가 한 스님과 관련된 의혹을 추적했다.

14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주지스님의 이중생활'이란 부제로 조계종 내 소문으로 돌던 H스님 괴문서의 실체를 추적하고 여러 의혹을 파헤쳤다.

지난 7월 31일, 조계종 본원과 경북지역 여러 사찰에 같은 내용의 팩스가 전송됐다. 수신된 문서는 '주지승려 성폭행범을 고발합니다'라며 발송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표기된 한 장짜리 문서였다.

이 문서에는 25세 여성이 경북 칠곡군 소재의 꽤 규모가 큰 사찰의 주지스님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해 출산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문서에 언급된 스님은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인 S사찰의 주지승인 H스님으로, 조계종 내에서는 판사의 역할인 초심호계위원까지 맡고 있던 중요한 인물이었다.

사찰에 문서를 발송했던 이는 진경숙(가명) 씨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했다. 바로 그녀의 딸, 박영희(가명) 씨에 대한 일이었다. S사찰의 종무원으로 일하던 영희 씨가 주지승인 H스님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5년 동안 그림자처럼 숨어 살았다는 것이다.

영희 씨는 “그 스님은 사람이 아니라 악마다”라고 말하며 제작진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영희 씨는 제작진에게 스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당시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했다.

영희 씨는 H스님의 개인사찰에서 처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영희 씨는 “(스님이) 가까이 와보라고, 안 잡아먹는다고. 이제 저보고 수양딸 말고, 자기를 평생 시봉하는 시봉보살처럼 부부처럼 지낼 생각은 없냐고 묻더라. 나가려고 하니 잡았다. 잡으면서 이불에 눕히더니 절 겁탈하려고 했다. 이 주변에 건물 없어서 니가 아무리 소리 질러봤자 듣는 사람 없다고 그러는 거다. 제가 몸부림 치니 뺨을 때리더라. 뺨을 맞고 나니 입술 쪽이 부풀어 오르고 입안에서 피맛이 느껴졌다.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있으니 제 옷을 벗기면서 겁탈했다. 한번 성폭행 하고 나니 그 후엔 자기가 하고 싶을 때마다 했다. 밤에 늦게 자기 주지실에 올라오라고 해서 주지실에서도 성폭행 당한 적이 있다”라고 전했다.

영희 씨는 “자기(H스님)는 아는 국회의원들도 많고, 그때 당시 칠곡경찰서의 경승이란다. 사람들이 자기 말을 믿지 제 말은 안 믿는단다. 네 엄마도 소리 소문 없이 없애버리다면서 그렇게 협박했다”며 자신이 그동안 진실을 밝히지 못했던 이유도 전했다.

영희 씨는 지난 7월 6일, 해당 스님을 성폭행 및 폭행 혐의로 경찰청에 고소했다. 그에게 평생 끌려 다닐 수도 없고 자라고 있는 딸 별이를 위해서라도 그에게서 벗어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H스님은 현재 환속제적원을 신청해 승복을 벗고 속세로 돌아갔다고 했다. 제작진은 H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의 주장은 영희씨와 전혀 달랐다. H스님은 영희 씨와의 첫 관계에 대해 "난 네가 좋은데 어떠냐 하니까 자기도 내가 좋다 하더라. 그래서 '나이가 너무 어리고 너랑 관계하기는 좀 그렇다' 하니까 '난 친구하고도 했고 선배하고도 했다. 걱정마라'며 옷을 벗어서 누웠다. 때리거나 고함지른게 전혀 없었다"라고 기억했다. 그는 영희씨 모녀가 큰 돈을 얻어내기 이번 일을 꾸몄고, “19억 8천만원 안 내놓으면 널 파면시키고 세상끝까지 가서 망가뜨리겠다”라고 협박했다는 것. 그리고 모녀의 배후에는 무속인 이씨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영희씨는 신병 때문에 다시 몸이 안 좋아져 무속인 이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단지 그 뿐, H스님에게 돈을 얻어내기 위한 협박의 배후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H스님의 생각지 못한 고소 소식이 들려왔다. 그가 영희씨를 상대로 '사실혼 부당파기에 대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위자료 5천만원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것. 성폭행이었든 아니었든, 일단 H스님이 영희 씨와 관계를 맺어온 것을 인정하며 '사실혼' 관계였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지미 변호사는 “강간죄를 피하려고 '우리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거는 아주 드문 일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왜 그 주장이 가능하냐면, 아이가 있어서다. 부부관계에서 애 낳고 살면서 관계하는 게 뭐가 문제가 되냐는 말을 결국 하고 싶은 거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H스님보다 영희 씨의 주장에 더 신빙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영희 씨의 진술이 일관적이고 구체적인데 반해, H스님의 주장은 전형적인 성폭력 가해자들의 그것과 레퍼토리가 똑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 사건은 이게 강간인지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에 너무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종교적인 지도자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임은 명백하지 않나”라며 H스님이 스님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른 건 맞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지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여러 스님들과 사찰 관계자들을 만났으나 이들은 폐쇄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H스님의 사건을 종단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도 터져나왔다. 그렇게 취재를 이어가던 제작진은 종단 내 고위인사가 H스님과 연관되어 뒤를 봐줬다는 의혹과 마주했다. 그가 상전처럼 모셨다는 큰스님은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서의현 스님으로 추정됐다. 서의현 스님은 이런 의혹에 대해 인터뷰 자체를 거부했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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