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언니는’ 손여은, “악역... ‘내가 제일 잘났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죠”

작성 2017.10.18 10:57 수정 2017.10.18 14:22 조회 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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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여은

[ SBS연예뉴스 | 김재윤 기자] '인생 캐릭터'...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 바로 인생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본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본인의 연기력은 물론, 동료 배우와의 호흡, 감독, 작가, 시청자 등 여러 요소가 시너지를 내야만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여기, 연기생활 12년 만에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 낸 배우가 있다.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SBS 주말특별기획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손여은이다.

손여은은 양정아 김다솜과 함께 '악녀 3인방'을 구축, 매주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악행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손여은은 구필모 회장(손창민 분)의 딸이자 공룡그룹의 본부장으로,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구세경 역을 맡았다.

이계화(양정아 분)가 빈틈이 많은 악녀였다면, 구세경은 빈틈없는 악녀였다. 이계화가 중간중간 실수하거나, 위기를 맞는데 비해 구세경은 자신의 야망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은 가차 없이 제거하며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해나갔다.

또한, 구세경은 '닥치고 전진'으로 일관하는 양달희(김다솜 분)와는 달리, '전략가'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극 후반부 구세경은 드라마틱한 반전을 맞았다. 바로, 유방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으며 생을 마감하게 된 것. 이로 인해 구세경은 극 후반부에 개과천선하며 다른 악녀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이에 손여은은 상황 변화에 따른 캐릭터의 변화는 물론, 미묘한 감정과 얼굴 표정에 이르기까지 입체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악녀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인생 캐릭터를 만든 손여은을 만났다.

손여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만큼 작품을 마친 소감이 남다를 듯하다.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실감이 안 난다. 악역이라 욕은 많이 먹겠구나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응원까지 해주셔서 놀랐다. 그동안은 청순한 역할을 맡아서인지 남성 팬들이 많았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여성 팬들이 많이 늘었다.


'흥행의 신' 김순옥 작가와 함께했는데?
사람들이 눈을 떼지 못한 채 열광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에피소드를 다 생각하지'라고 감탄한 적이 많다. 그래서인지 세경의 악행도 끝이 없고, 사건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또 다른 악녀들과 서로 약점을 잡고 잡히고, 그런 연결고리들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매번 연기한 결과물들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 반응도 폭발적이었지 않나 싶다.


결말은 마음에 드나?
시한부라 죽을 줄은 알았지만 은향(오윤아 분) 무릎에서 최후를 맞을지는 몰랐다. 세경이 암에 걸려 죽는다는 소식을 안 이후부터는 늘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결말이다.


연기하면서 힘든 점은?
계속 화가 나 있는 상황이어야 했다. 남편과는 싸우는 신 밖에 없었고, 회사에서는 화내고 소리 지르고, 밖에서는 항상 누군가 나를 압박해오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화가 안 나서 힘든 적도 있었다. 평소 큰 목소리를 내는 편이 아닌데 소리를 많이 지르다 보니 득음했냐고 하더라.


연기 변신에 대한 주위 반응은?
소리 지르는 거 보고 놀란 사람들도 많았고, '괜찮니', '언제 끝나니'라고 걱정스레 문자로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엄마가 악역을 맡아 걱정 많이 하셨지만 '내 딸 멋있어'라고 격려도 해주셨다.


언급한 것처럼, 세경이 더욱 돋보일 수 있었던 데에는 은향의 역할도 큰 것 같다.
극 중에서 대립하는 관계고, 내가 낯을 좀 가리는 편인데 잘 챙겨주었다. 덕분에 호흡도 잘 맞았다. 특히 은향과 원수가 되었고, 그런 은향과 훈훈하게 마무리를 짓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우였다. 

손여은


연말 시상식에서 세경x은향 베스트 커플상을 노려봐도 좋을 것 같은데?
상에 대한 기대 자체가 없다. 매 순간 충실하며 연기하고 싶지, 뭘 바라고 연기하고 싶지는 않다. 기준치나 욕심을 정해놓으면 힘들 것 같다. 상 욕심은 지금도 앞으로도 없다.


무엇보다 '악녀 3인방'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서로 의식하지는 않았는지?
딱히, 의식하지는 않았다. 서로 처한 상황도 달랐고 그로 인한 차별화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경은 재벌가 장녀로 다른 두 명에 비해 다 가진 자였다. 그래서 '내가 제일 잘났다. 내가 제일 위에 있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김다솜은 살아남기 위해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다솜과 연기할 때는 '네가 감히', '너 따위가' 같은 생각을 품고 연기했다. 또, 양정아는 도우미였으니 '나와는 감히 상대할 수도 없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고 캐릭터가 변화되어 갔다. 연기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상황 자체가 쉬운 상황은 아닌지라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특히, 아버지께서 재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당시 기억을 더듬어보고 아버지의 입장도 생각해봤다. 죽음 앞에서는 제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내가 어떻게 살아왔나 돌아보게 되고, 반성도 하지 않나. 그런 점들을 참고했다. 표면적으로는 안보여도 파고들어서 캐릭터를 연구하고 이해하려는 스타일이다. 그래서인지 세경에 대한 측은지심도 있었다.


선한 역이던 악역이던 똑 부러진 역할이 많았는데 실제로도 그런가?
사실 똑 부러진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잘 흘리고 다니는 성격에 가깝다. 그래서 푼수나 허당, 빈틈 있는 역할이 좋고, 해보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계속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줄리엣 비노쉬를 좋아하는데, 나이 들고도 계속 도전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딱히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를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그동안 무거운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기에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jsama@sbs.co.kr

<사진= 제이와이드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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