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범죄도시' 하준 "'진실의 방' 아이디어?…마동석 선배 덕분"

김지혜 기자 작성 2017.10.22 13:01 수정 2017.10.22 13:10 조회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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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1차 오디션 보러 왔던 곳인데 감회가 새롭네요. 당시 광탈(광속 탈락)해서 본방송에는 나오지도 못했거든요"

SBS 목동 사옥에 들어선 하준은 남다른 감회에 젖은 듯했다. 2011년 곽경택 감독이 신인배우 발굴차 만들었던 SBS '기적의 오디션' 1차 시험을 보러온 장소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드라마 데뷔작인 '쓰리 데이즈'와 두 번째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모두 SBS 작품이었다. 배우에게 친정이라는 의미는 무색하지만, 연기 인연의 시작점이 된 곳인 만큼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을 터. 게다가 출연 영화가 전국 400만 관객을 돌파해 비 내리는 오전의 인터뷰도 마냥 신날 수 밖에 없다.

눈여겨 볼만한 매력적인 신인 배우가 등장했다. 영화 '범죄도시'의 미남 형사 '강홍석' 역을 맡아 여성 관객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는 신예 하준을 만났다. 

범죄도시

◆ "'진실의 방'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범죄도시'의 흥행에는 마동석, 윤계상의 하드 캐리도 있지만, '도대체 어디서 찾았을까' 싶은 개성파 배우들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 조폭 느낌이 물씬 나는 박지완, 허성태, 김성규, 진선규와 진짜 경찰 같은 허동원, 홍기준, 하준의 활약이 눈부시다.

주연을 제외한 대부분 배역은 오디션을 통해 발탁했다. 오디션에 임한 조, 단역급의 배우만 1천여 명에 달했다. 신선한 얼굴을 발굴하고자 한 강윤성 감독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가 나온 셈이다.

"두 차례의 오디션을 통해 영화에 캐스팅됐어요. 보통 막내 형사 역할은 인지도가 있는 젊은 배우를 쓸 텐데 기회가 올까 싶었죠. 오디션 때 너무 기대하면 힘도 들어가고 망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런 기대 없이, 그러나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오디션을 나쁘게 보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연락이 없었어요. 실망하고 있는 찰나에 "시나리오 받아가세요"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막내 형사 '강홍석' 역할이었고 생각보다 비중이 커 가슴이 벌렁벌렁했어요."

출연 배우 중 막내였던 하준은 '잘생김'을 담당하며 여성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하준은 "상대적으로 돋보인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범죄도시

"처음 홍석이라는 인물을 분석할 때 그가 이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뭘까를 생각하며 인물과 대화를 해봤어요. 그다음엔 인물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뭘까를 생각했죠. 홍석은 적성과 능력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이에요. 그게 우리 사회 청년들이 가진 딜레마와 닿는 부분이 있다고 여겨졌고, 어떻게 잘 표현할 것인가를 생각했어요.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등장할 때 인물들 사이에서 어떻게 비칠 것인가도 고민했어요. 그게 없으면 인물이 평면적으로 보일 것 같았거든요. '저 친구 눈빛이 심상찮아서 배신할 거 같았는데 안 해서 좋았다', '목욕탕에서의 대사가 배반의 전조일줄 알았다" 이런 생각 하지도 못한 반응이 많았어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면을 발견해주시는 걸 보면서 영화란 찍고 나서 관객과 만나야 진짜 완성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촬영장의 막내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감독과 선배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예고편에서부터 화제를 모은 '진실의 방'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머쓱해 하던 그는 "촬영을 준비하는데 감독님이 "저 방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하시길래 "감독님, 진실의 방 어때요?"라고 한 게 다인데.... 그걸 마동석 선배가 대사로 맛있게 잘 살려주셨어요. '범죄도시' 현장은 막내부터 고참까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라 너무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영화 안에서나 밖에서나 마동석은 정신적 지주이자 중심축이었다. 하준은 "영화에 나오는 형사 느낌 그대로세요. 동생들 살뜰히 챙기고, 현장 분위기를 늘 업시켜주셨어요. 작품 속 이야기가 어둡다 보니 더 밝게 분위기를 이끌려고 하신 것 같아요. 워낙에 개그감이 좋으시잖아요. 후배들에게도 생활 유머가 곳곳에 들어가야 이 영화의 밸런스가 잘 유지된다고 계속해서 조언해주셨어요."라고 전했다.

하준

◆ 바닥부터 천천히, 기초부터 탄탄히…10년의 과정 

31살,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다. 하준은 적절한 때에 좋은 기회를 잡았다. 물론 이 기회가 하루아침에 툭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경남 창원 출신인 하준은 고등학교 때 실용음악 학원에 다니다가 선생님으로부터 "연기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연기학원으로 옮겨갔고, 그곳에서 하루 3~4시간씩 자며 연기 연습에 몰두했다. 그 결과 서울예대 연극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이라는 곳이 그렇게 잘 맞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저희 때는 군기나 기합 문화가 많았거든요. 1학년 때는 '난 연기를 하고 싶어서 왔는데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드니 서글프기도 했어요. 그래서 군대를 일찍 갔는데 거기도 별반 다를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군대 생활이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군대에 있다보니 사회와 학교가 간절해지더라고요. 자유가 없으니까.  복학 이후에는 정말 치열하고 재밌게 학교생활을 했어요. 스스로 단단해지기 위한 과정이었고 고마움과 감사함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데뷔작은 2008년에 출연했던 뮤지컬 '환상의 커플이었다. 그리고 여러 드라마의 조,단역을 거치며 기회를 기다렸다. '쓰리데이즈' 출연은 '육룡이 나르샤'로 이어졌다. 단역으로 들어갔다가 20회차로 분량이 늘어난 케이스였다.

양치기들

"그 드라마에선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잖아요. 전 운 좋게 살아남았죠. '육룡이 나르샤' 갤러리에서는 절 '추포맨'이라고 불렀어요. 이방원쪽 인물을 추포하는 얄미운 캐릭터라 욕도 많이 먹었지만, 처음으로 별명이 생겨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하준에게 결정적 기회를 제공한 것은 영화 '양치기들'(2016)이었다. 김진황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인 이 영화는 잘못된 거짓말이 일으키는 비극과 파장을 그려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1984년생인 감독을 필두로 네 명의 남자 주인공 모두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다.

영화에서 하준은 친구의 잘못을 모른 척하다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물 '광석'을 연기했다. '양치기들'에 나오는 대부분이 그렇듯 신선하고, 패기가 넘친다. 젊은 감독과 배우들이 빚어내는 앙상블은 후반부로 갈수록 뒷심이 달리는 약간의 아쉬움도 상쇄할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하준은 이 영화를 눈여겨본 '범죄도시'의 피디의 부름을 받아 오디션을 보게 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하준은 자신에 해온 작품을 이야기할 때마다 당시 캐릭터의 음성으로 짧은 시연을 했다. 중저음의 음성과 안정된 발성에서 나오는 연기 탓에 보지 않은 작품조차 본것과 같은 느낌을 전해줬다. 

하준

◆ 극장의 인연, 그리고 배우의 인연

하준은 '범죄도시' 2주 차 무대인사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가졌다. 그는 "그 일정이 특별했던 게 4년 전에 알바를 했던 곳이거든요. '신세계' 상영 후 극장을 청소하면서 '나는 언제쯤 무대인사를 해볼까?'라고 되뇌었던 기억이 나서 더 뭉클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조,단역 시절부터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멈추지 않았다. 향수 시향제 알바를 할때는 이정재를 보기도 하고, 압구정의 한 백화점에서 일할 때는 쇼핑 온 윤계상을 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가 든 생각은 '와, 잘생겼다'였다고. 알바가 끝난 후 압구정동에서 양재동 자취방까지 3시간 반을 걸으며 '지치지 말고 도전하자'는 각오를 다졌던 시기였다고도 했다.  

하준은 '범죄도시'의 흥행 이후 SNS 팔로우 수가 수천 명으로 늘었다. 영화 개봉 초반에는 '범죄도시' 해시태그가 달린 모든 게시물을 찾아다니며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5,000개까지 눌러봤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영화를 보고나서는 뭘 먹는지도 보이더라고요. 우리 영화에 나오는 양꼬치, 새우요리, 피스타치오, 꽈배기 등을 사드시더라고요. 문화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랄까 그런 걸 느꼈어요. 그러면서 나도 그 일원 중 한 명이구나 생각하니 괜히 뿌듯했어요."

하준

하준은 최근 마동석 배우가 200만 돌파 기념으로 갈비를 쏜 이야기도 전했다. 하준은 "그 자리에서 동석 선배가 이게 다 관객 여러분의 힘이라고 강조하셨어요.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했던 날이었어요."라고 회상했다.

"선배들이 "모든 현장이 다 이렇진 않아.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해"라고 말씀하세요. 또 제가 요즘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초심을 잃지 말라'는 거에요. 우리 영화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배우 모두 간절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작은 관심 하나하나가 감사해요. 그 마음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하준의 본명은 송준철이다. 발음이 어렵고 각인이 쉽게 되지 않는다고 여겨 인터넷 작명 사이트에서 급하게 지은 가명이 '하준'이었다. 그것도 무료 이벤트 행사로 말이다.

"아무리 프로필을 돌려봐도 연락이 없고 낙심하고 있을 때 '이름 때문인가' 싶더라고요. 작명 사이트에 생일이랑 생시를 넣으면 음양오행에 따른 가명을 지어줘요. 아래 '하'에 평평한 '준'자가 나왔어요. 제가 좋아하는 교수님이 늘 '배우는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하신 게 생각나면서 마음에 들더라고요. 또 어떤 작품이든 베이스를 깔아주는 배우가 된다는 의미도 있을 것 같고, 전반적으로 지향해야 할 삶의 태도처럼 여겨졌어요. 그런데 최근 어떤 뉴스를 보니 하준이라는 이름이 요즘 태어나는 남자 신생아에게 가장 많이 붙이는 이름 2위더라고요. 혹시라도 내 이름이 사회면에 나오면 동명인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반듯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네요. 하하."

하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예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배우는 캐릭터의 옷을 입는 것이고, 연기라는 건 제 안에서 나오는 거니까 저 자신부터 멋있는 사람, 예쁜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계속 모난 제 모습을 깎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평생 해야죠."라고 예쁘게 말했다.

"대학 다닐 때 좋아했던 교수님이 '면허 따자마자 포르쉐 타면 안 돼. 경차부터 타야지'라고 늘 말씀하셨어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올해 31살인데 지금도 어찌 보면 좀 빠른 것 같아요. 들뜨지 않고 계속 노력하려고요. 하루하루를 돌이켜 보고 명상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너무 행복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하고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젊은 배우는, 독립영화 '리메인'으로 후속 활동을 이어간다. 영화 오프닝에 등장하는 짧은 신을 소화하기 위해 발레를 배우고 있다는 하준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향했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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