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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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이 엠…', 당신이 몰랐던 조커 이전의 히스 레저

김지혜 기자 작성 2017.10.30 11:40 수정 2017.10.30 14:09 조회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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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히스 레저는 죽었지만, 죽지 않은 '불멸의 배우'가 됐다. 어쩌면 우리는 히스 레저를 잃고 21세기 또 다른 제임스 딘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호주 출신의 히스 레저는 약관의 나이에 배우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로 넘어갔다. 빛나는 재능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그는 일찌감치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눈에 띄었다. '내가 널 사랑할 수밖에 없는 10가지 이유'(1999)와 '기사 윌리엄'(2001)과 같은 작품에서 여심을 홀리는 달콤한 미소와 박력 넘치는 연기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른 나이에 부와 인기를 얻었지만, 그에겐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배역의 크기와 상관없이 재능을 발산하거나 잠재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작품을 고르기 시작했다. '패트리어트-늪속의 여우'(2000), '몬스터 볼'(2001)은 조연이었지만 명배우(멜 깁슨, 빌리 밥 손튼)와 작업한다는 의미를 부여한 선택이었다. 이 영화에서의 작지만 빛나는 연기는 대표작 '브로크백 마운틴'(2005)과 '다크 나이트'(2008)에 캐스팅되는 데 있어 중요한 발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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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건 히스 레저가 '다크 나이트' 조커를 연기할 때 고작 27살이었다는 점이다. 안타까운 건 그가 29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조커 이전의 히스 레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아이 엠 히스 레저'는 히스 레저가 스스로 써 내려간 청춘의 비망록이다. 이 기록은 당신이 몰랐던 히스 레저의 1%까지도 엿볼 기회다. 

히스 레저는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에도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 그는 죽기 연 영화 연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피사체를 담고, 그 결과물을 컨트롤 하는 일은 셀프 카메라로부터 시작됐다. 10대 시절부터 홈 비디오와 필름 카메라로 자신의 일상을 꾸준히 담아왔다. 이 기록이 사후 자신을 기리는 영화의 중요한 소스가 될 것을 몰랐겠지만.

'아이 엠 히스 레저'는 고인이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약 10여 년간 영상과 필름으로 남긴 기록과 최측근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다. 새로운 형식이나 스타일을 추구하기보다는 인터뷰와 영상물로 고인을 차분히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정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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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로 넘어온 이후 히스 레저는 영화 그리고 연기가 삶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것처럼 보인다. 친구들은 그의 인생의 변곡점이 됐던 주요 작품과 해당 캐릭터를 맡아 고뇌했던 그의 모습을 회상한다. 

인기와 명예를 원하면서도 경멸했다. 배우가 너무 유명해지면 추해진다는 강박관념도 가지고 있었다. 측근들과의 파티는 즐겼지만, 쇼비니지스 세계와는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하곤 했다. 

고인은 내적 고민을 셀프 카메라에 여러 차례 토해내기도 했다. '패트리어트' 촬영을 앞둔 그는 "경험이 약이란 말이 와닿지 않아요. 늘 실수할 것 같고 포기하고 싶어요."라는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고백한다. 도전을 즐기며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그의 내면엔 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했던 것으로 보인다. 

히스 레저를 추억하는 주요 인물들은 가족, 고향친구, 감독, 작가, 뮤지션, 에이전트 등 다양했다. 영화에 출연한 인터뷰이 중에는 히스와 사랑을 나눴던 연인도 있었다. 배우 나오미 왓츠다. 영화는 왓츠를 '히스 레저의 연인'의 카테고리가 아닌 남다른 친분을 가진 친구이자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던 동료로 부각한다. 왓츠는 고인에 대한 첫인상부터 배우로서의 성장과 변화, 고뇌 등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생생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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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멘터리는 히스 레저의 가장 찬란하고, 가장 뜨거웠던 순간을 그린다. 그러나 그의 삶에 있어 최고의 환희와 최고의 고통을 함께 선사했던 미셸 윌리엄스의 인터뷰가 빠진 것은 조금은 아쉽다. 그녀는 히스와 짧지만 불같은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의 결실로 마틸다 레저를 낳았다. 

2008년 1월 히스 레저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고, 같은 해 3월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크 나이트'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90년 역사의 아카데미 시상식 두 번째(첫 번째는 故 피터 핀치) 사후 수상자였다. 

'아이 엠 히스 레저'의 오프닝에서 스무 살의 히스 레저는 "안녕~나 이제 여행을 갈 거야. 같이 갈래?"라고 카메라에 말을 건넨다. 그의 말대로 이 영화는 진짜 히스 레저를 만나러 가는 여행이다. 

그리고 영화 말미 "혹시 사후에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생각을 해봤나요?"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아뇨.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매우 따분한 영화가 될 것 같은데요"라고 답하는 그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 말은 두 가지 면에서 틀렸다. 그의 기록은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그 영화는 히스 레저라는 인물에 대한 매우 사적이고 흥미로운 기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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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 개봉, 상영시간 91분, 12세 이상 관람가.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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