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홍반장·광식이…故 김주혁이 남긴 '불멸의 캐릭터 5'

김지혜 기자 작성 2017.10.31 12:28 수정 2017.10.31 20:44 조회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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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대표작 제목처럼 당장 영화 현장에, 예능 녹화장에, 시상식장에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날 것만 같다. '홍반장'은 언제라도 IPTV를 통해 볼 수 있지만, 김주혁은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됐다.

배우 김주혁이 지난 30일 오후 불의의 교통사고로 마흔여섯 짧은 생을 마감했다. 데뷔 20년, 이제야 연기의 맛을 알 것 같다던 배우는 두 편의 유작('흥부', '독전')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갔다.

그는 성실한 배우였다. 스물일곱, 다소 늦은 나이에 시작한 연기지만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왕성한 활약을 펼쳤다. 그 결과 관객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는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김주혁의 인장이 각인된 '불멸의 캐릭터' 다섯을 꼽아봤다. 

김주혁

◆ '싱글즈', 모든 여성들의 이상형

배우 김주혁의 존재감을 알린 영화다. 고인이 된 장진영과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며 뭇 여성들을 설레게 했다. 김주혁이 분한 '수헌'은 외모와 능력에 매너까지 갖춘 증권맨. 직장을 잃은 29살의 나난(장진영)은 패밀리 레스토랑 매니저로 취업을 하고 수헌은 나난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대놓고 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회사 동료들과 해당 레스토랑에서 회식을 하며 나난과 자주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어느 날 나난이 전 회사 상사에게 성추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남자에게 어퍼컷을 날린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뉴욕으로 발령 난 수헌은 나난에게 월 천만원을 벌어줄 테니 자기계발을 하라며 프로포즈를 한다. 그러나 나난은 홀로서기를 선택하며 수헌과 짧은 이별을 한다. 이별이 슬프지 않은 아름다운 엔딩이었다.  

김주혁

◆ '광식이 동생 광태', 한 여자만 보는 해바라기남

김주혁에게 '해바라기남'의 이미지를 선사한 작품이다. 광식(김주혁)은 대학 시절 윤경(이요원)을 7년간 짝사랑했다. 하지만 그녀 앞에만 서면 말 한마디 못한 채 돌아서는 쑥맥이다.

세월이 흘러 광식이는 동네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친구 결혼식에서 윤경과 재회한다. 그러나 여전히 말과 행동이 따로 놀며 보는 사람 애만 태운다. 그 와중에 동생 광태의 친구인 일웅이 윤경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멜로 달인' 김현석 감독 특유의 해바라기남 캐릭터는 김주혁이 시초였다. 이후 엄태웅(시라노-연애조작단), 정우('쎄시봉')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의 김주혁의 연기는 사랑에 서툰 남자들의 첫사랑 감성을 일깨우며 큰 호응을 얻었다.  

◆ '홍반장', 뭐든지 해결하는 동네 슈퍼맨

훤칠한 키에 수려한 용모,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 재꾸꾼 홍두식(김주혁)은 동네 반장을 역임하고 있다. 동시통역관, 유명 가수의 보디가드 등 전력에 대한 무수한 소문이 떠돌 정도로 미스터리한 인물이기도 하다. 어느 날 치과의사 윤혜진(엄정화)이 개업하고,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힌다. 혜진은 세상에 둘도 없는 오지랖을 떨며 사사건건 참견하는 홍반장이 못마땅하지만 서서히 그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김주혁의 능글능글한 연기와 독특한 유머 센스가 빛을 발하며 김주혁의, 김주혁을 위한, 김주혁에 의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김주혁의 츤데레 매력이 빛을 발한 홍반장 역시 수많은 여성들의 워너비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김주혁

◆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유아적 내면의 화가 

40대 중반의 배우 김주혁이 유의미한 변화를 시도했고, 큰 인정을 받은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과 만난 김주혁은 캐릭터 연기에 특화된 자신의 역량을 넘어 생활 연기에도 탁월한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화가 영수로 분한 주혁은 여자친구 민정(이유영)과 싸우고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민정과 싸우고 연남동 거리를 배회하는데 곳곳에서 민정과 꼭 닮은 여자들이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한다. 그러나 그 여자들은 자신이 민정이 아니라고 하며 영수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민정과 민정을 알고 있는 남자들의 괴리가 영수를 괴롭게 한다. 

김주혁은 이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17살 연하의 배우 이유영과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두 사람 모두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것은 물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공조

◆ '공조', 처음 보는 악의 얼굴

김주혁은 데뷔 20년간 선량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공조'는 김주혁의 연기 인생에서 있어 가장 도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이 작품에서 김주혁은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조직의 리더 차기성으로 분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싸늘한 얼굴에 북한에서 갓 내려온 듯한 사투리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악역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늘 악역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김주혁은 이 작품을 통해 미지의 영역을 개척했다. 그 결과 데뷔 20년 만에 첫 남우조연상(더 서울 어워즈) 수상이라는 큰 기쁨을 맛봤다. 세상을 떠나기 불과 3일 전의 일이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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