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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의 비하인드] 수다 대신 소통... 라디오의 新 생존전략

작성 2017.11.04 08:11 조회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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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이숙영
MC이숙영

[ SBS연예뉴스 | 김재윤 기자] '감성 채널', '아날로그 매체'...

'라디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런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라디오는 화려해졌다. 각 사 프로그램은 저마다 보는 라디오는 물론, 화려한 입담으로 무장한 인기 연예인 게스트,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가수들의 라이브 무대를 통해 진화해왔다.

그런, 라디오가 최근 다시 초심(?)을 되찾아 가고 있다. 화려한 볼거리와 말의 성찬 대신 라디오 본연의 색깔을 강조하며 청취자들 곁을 다가가는 것.

지상파 방송은 물론 케이블 종편 등 TV의 공세, 그리고 모바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1인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무한 경쟁 시대에서 올드 미디어, 더 나아가 구시대 유물로까지 취급받았던 라디오가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바로 '소통'에 있다. 최근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공통분모를 살펴보면, DJ와 게스트들의 '수다'가 차지했던 공간에 '소통'을 채워 넣은 경우가 많다.

특히, 이들 프로그램은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청취자들의 사연을 직접 확인하며 공감과 위로, 치유의 소통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주자는 SBS 러브FM. SBS 러브FM은 프로그램의 재미는 유지하되 청취자들에게 좀 더 유익한 정보와 상식을 전달한다는 골자로 지난 9월 1일 가을 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새 단장에 나선 두 프로그램은 공감과 소통을 전면에 배치했다.

그 중 '이숙영의 러브 FM'과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의 행보는 단연 눈에 띈다.

'이숙영의 러브FM'은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출근길에 지친 청취자들을 위해 유쾌한 에너지와 기를 주고, 9시부터 10시까지는 위로와 감성 회복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특히, 청취자들의 러브 스토리를 미니 드라마로 만들어 소개하는 '내 안의 그대'와 청취자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소개하는 '고사리(고맙고 사랑하고 이해해)'를 방송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언니네라디오 이수정교수
언니네 라디오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도 마찬가지. '언니네 라디오'도 정오 프라임 시간대(오후 12시 5분 ~ 2시)로 전진 배치되며 점심시간의 나른함을 날려버릴 다양한 공감형 이벤트를 개최, 호응을 얻고 있다.

'언니네 라디오'는 지난 10월, 고정 청취층 확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청취자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아 실시간 청취 중임을 인증하는 '인증샷'을 보낸 청취자들에게 간식 모바일 쿠폰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것. 아울러, '언니네 미식회', '언니네 음감회' 등 다양한 특집 코너로 청취자들의 오감을 자극시켰다.

한편, '감성'보다는 '이성'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것 같은 시사프로그램에서도 감성전략이 도입되고 있다.

가을 개편 이후 오전에서 저녁 시간대로 자리를 옮긴 '시사전망대'도 SBS 메인 뉴스 앵커로 활약했던 김성준 기자가 마이크를 잡으면서 보다 감성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는 새로운 시각, 사건 이면을 꿰뚫는 통찰 등 시사프로그램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덕목은 물론 영화, 책, 역사, 스포츠, 건축 등 사회 문화 전반과 현재 트렌드에 대한 이슈도 소개한다.

또한, 지난 10월 31일에는 청취자들을 스튜디오로 직접 초청해 공개 방송 '10월의 어느 멋진 저녁'을 진행했다. 시사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인 일.

가을 특집으로 진행된 공개 방송은 시사와 음악이 공존하는 특별한 시간으로 꾸려졌다. 성대모사에 일가견이 있는 개그맨 안윤상과 개그우먼 전영미, 시사평론가 김용민이 함께 출연해 풍자와 개그를 접목시킨 세상사는 이야기를 다뤘으며, 시 낭송과 아름다운 연주가 어우러진 코너도 선보였다.

음악과 DJ의 간결한 멘트가 어우러지는 클래식한 방식으로 정체성을 확립한 채널도 있다. CBS 음악 FM이다.

CBS 음악FM은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게스트들의 신변잡기식 수다를 지양하고, 보다 많은 양질의 음악을 선곡해 들려주고 있다.

김성준
시사전망대


CBS 음악FM은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신지혜의 영화음악' 등 오전 시간엔 쉽게 접할 수 있는 클래식과 영화음악, 그리고 '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박승화의 가요 속으로' 등 나른한 오후엔 가요 등 맞춤형 선곡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저녁과 밤 시간대를 책임지는 DJ 트로이카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김현주의 행복한 동행', '허윤희의 꿈과 음악 사이에'는 CBS 음악 FM의 백미다. 이 시간대에는 양질의 음악은 물론 DJ의 편안한 목소리와 감성적인 멘트로 라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을 극대화하며 청취자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무엇보다 눈여겨 볼 점은 기술의 진화에 따라 역설적으로 라디오의 아날로그적인 감수성도 극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 방송사마다 앞 다퉈 라디오 전용 앱을 개발, 난청 지역은 물론 해외에서도 라디오 청취가 가능해졌다. 시 공간적 청취 장벽이 사라지면서 보다 많은 청취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웹과 모바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연 접수와 피드백도 가능해졌다. 그만큼 청취자 소통에 대해 이전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청취자의 또 다른 반응을 이끌어내기 수월해진 것.

예를 들어, 생일을 맞은 청취자가 지하철로 이동 중에 축하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기면, 제작진은 이를 바로 접수해 DJ 축하 멘트를 내보내고, 청취자의 휴대폰으로 케이크 쿠폰을 보내주는 식이다.

이에 대해 한 라디오 관계자는 “청취자의 사연과 신청곡이 기반이 되는 라디오야 말로 '소통'이 본질인 매체”라며 “청취율 경쟁이 심화되면서 게스트 섭외와 잡담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동안 본질과 멀어진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다시 청취자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예전 방식으로 회귀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청취자 사연이나 댓글 중 일부를 선택해 방송하는 소극적 소통”며 “아직까지는 제작진에서 청취자에게 소스를 얻어 제작진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식의 방송”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라디오의 적은 동시간대 경쟁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TV가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 개인 방송이 라디오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완제품인 콘텐츠를 따라가는 수동적 시청이나 청취를 할 것인가, 내가 적극적으로 사연신청이나 채팅에 참여하고 대화하듯 소통하며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느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jsam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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