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박신혜 "19금 영화, 아직은 부끄러워요"

김지혜 기자 작성 2017.11.08 17:30 수정 2017.11.10 11:04 조회 2,745
기사 인쇄하기
박신혜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변신에 대한 욕망이요? 늘 있죠. 섹시한 거 빼고는 다 좋아요. 그건 아직 부끄러워서 못할 것 같아요."

박신혜는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전천 후 배우다. 드라마는 찍는 작품마다 시청률 1위에 오르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영화에서는 단계적 발전을 거듭하며 성장해나가고 있다. 

"경계를 정해놓고 싶지는 않아요. 다방면으로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면서도 어색함이 없는 그런 배우요. 영화든 드라마든 보는 것도 좋고, (연기)하는 것도 좋아해요. 아직 도전해보지 않은 다양한 장르도 많이 있으니까요"

도전에도 열려있다. 다만 청소년 관람불가 같은 수위 센 영화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신혜는 "20대에는 힘들 것 같아요. 부끄러워요. 좋은 시기에, 좋은 감독님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제가 원한다고 다 오는 건 아니잖아요. 정말 원하는 작품인데 스쳐 가는 경우도 있고, 생각지도 않게 다가오는 좋은 작품도 있어요."

박신혜

신작 '침묵'은 후자다. 오래전부터 팬이었던 정지우 감독을 만난 것이다.

"드라마 찍는 중 연락을 받았어요. 시나리오도 안 보고 미팅부터 했어요. '은교'를 보고 늘 감독님이 궁금했거든요. 출연 여부를 떠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저를 굉장히 궁금해하는 눈빛이셨어요. 그리고 제가 하는 말, 제스추어 하나하나 유심히 관찰하는 느낌이었어요."

박신혜가 연기한 캐릭터는 새내기 변호사 희정이다. 재벌 임태산(최민식)은 딸 미라(이수경)가 약혼녀를 죽인 살인범으로 몰리자 과외 선생님이었던 희정을 고용한다.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변호사 희정은 사건의 진실에 용기 있게 다가간다.

영화의 원작인 '침묵의 목격자'(2013) 속 변호사는 연륜과 관록이 묻어나는 베테랑이었다. 박신혜는 자신이 새롭게 만들어낸 캐릭터 희정에 대해 "정의롭지만, 현실적이고 밝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변호사로 출연한 만큼 영화 대부분의 법정신은 박신혜 몫이었다. 재판장에서 연기할 때는 희안하게 분위기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고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는 정승길(조한철)과의 공방 신을 꼽았다.

침묵

"둘 사이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르고 에너지가 폭발하는 장면이에요.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눈물이 났어요. 정승길의 진실을 유도해야 하는 장면이라 어렵고 긴장을 많이 했었거든요. 정승길의 입에서 "그래. 내가 죽였어"라고 할 때는 숨이 탁 트이면서, 다리가 풀리는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박신혜에게 '침묵'은 연기의 방법론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감정을 더 하고 빼는 밀당의 연기를 배울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현장에서는 엄청나게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만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어요. 같은 상황에서도 무수히 많은 답이 나올 수 있고, 그것을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희정의 행동과 선택도 정말 많은 버전으로 연기했어요. 감정을 백 퍼센트 쏟아내기도 하고, 오십 퍼센트만 드러내기도 하고, 감정의 밀당을 제대로 한 현장이었다고나 할까요. 정지우 감독님은 배우를 마이너스부터 플러스까지 왔다 갔다 움직이게끔 하시는 분이세요. 그 과정에 약간의 고통은 따랐지만 결과물로서 보여주시는 분이니까 좋았고요."

침묵

최민식과 연기 호흡을 맞춘 '꿈같은 경험'도 잊을 수 없다. 박신혜는 "솔직히 기에 눌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전혀요. 그분은 저를 그 안에서 데려가 주셨어요. 임태산과 동성식 검사와 정승길과 미라가 앉아있는 그 법정으로요. 배우들 간에 오가는 긴장이 누구 한 명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면서 제가 쳐지지 않고 돌진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고나 할까요."라고 최민식의 배려에 고마움을 표했다.

박신혜는 올해로 데뷔 14년 차에 접어들었다. 2003년 이승환의 '꽃' 뮤직비디오, 드라마 '천국의 천국'으로 데뷔한 박신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벌써 14년이라니 신기하기는 해요. 그런데 (장)근석 오빠는 20년도 넘었는걸요. (이)홍기도 그렇고요. 돌이켜보면 감사한 시간의 연속이었어요.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는 게 저희 때만 해도 어려웠거든요. 요즘은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아역도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잖아요. 다행이죠."

늘 밝고 건강한 모습만을 보여준 박신혜에게도 슬럼프나 성장통이라는 게 있었을까.

박신혜

"스무 살 때 대학에 입학하면서 처음으로 쉬었어요. 그런데 동기들이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거예요. 1년 반 정도 쉬니까 주변에서 "작품 안 해?"라고 자꾸 묻더라고요. 그때 '나만 뒤처지는 거 아냐'라는 불안함이 생겼어요. 대학 생활을 1~2년이라도 즐기기 위해 활동을 쉰 건데 '휴학하고 다시 활동을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었어요. 하지만 소신대로 1년 정도 쉬었고 '미남이시네요'로 복귀를 했어요. 지금 친한 친구들도 대학 때 만난 친구들이에요. 잘한 선택이었던 거죠."

박신혜는 작품과 연기 외에도 연애와 결혼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솔직하게 말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연애와 이별이 겁난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제가 이 나이에 연애 한번 안 해봤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잖아요."라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이어 "여배우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작품 안 들어온다고 하지만 언젠가 저도 결혼할 날이 오겠죠. 억지로 해야겠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려고 맘 먹는다고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운명을 받아들이는 거죠. 사실 어려서부터 결혼이 오랜 꿈이었어요."라고 뜻밖의 말을 했다.

박신혜는 "대학 동기 중에는 일찍 결혼해서 벌써 출산을 한 친구도 있어요. 아직 제겐 먼 이야기지만, 친구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 신기하긴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박신혜

박신혜의 이상형은 어떤 남성일까. 동종 업계를 꺼리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같은 일 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부담이 없을 것 같아요. 연기라는 중요한 관심사가 있다 보니 방향이 비슷하잖아요. 직업보다는 가치관이 잘 맞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아, 또 제가 크리스찬이라 종교가 같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고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결혼은 아직 먼 이야기다. 박신혜는 지금은 연기 활동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장르물에 대한 도전 의식은 늘 가지고 있어요. 스릴러를 무서워하지만 찍어보고 싶기도 하고, 액션도 너무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사극도요. 영화 '상의원'(2014)에 출연했을 때 너무 좋았거든요."

ebada@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