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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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나인'·'더유닛' 봤다면, 허황된 아이돌 꿈은 깨라

아이돌, 꿈과 현실의 차이
강선애 기자 작성 2017.11.13 17:12 수정 2017.11.13 17:44 조회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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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나인더유닛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잠재력이 있는 멤버들을 뽑아 새로운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두 개가 동시 방송 중이다. KBS '더 유닛'과 JTBC '믹스나인'이 바로 그것. 두 프로그램에는 가요계에 데뷔했으나 소위 '망했다'는 평가 속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잡으려는 절실한 참가자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한국의 아이돌은 K팝의 한류열풍을 선두하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성공한다면 엄청난 부와 인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성공이란 게 쉽지 않다. 지난 10년간 데뷔한 아이돌이 무려 436팀이나 있는 걸로 집계됐지만, 그중에 대중에게 이름이 익숙한 팀은 손에 꼽힌다.

여전히 청소년의 장래희망 순위 상위권에 연예인, 특히 아이돌이 랭크돼 있다. 수많은 젊은 친구들이 연습생이란 이름으로 아이돌 데뷔를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그렇게 연습생으로 수년간 열심히 준비해 데뷔라는 꿈을 이뤄도, 그 꿈 너머에는 '현실'이라는 더 높은 벽이 존재한다.

'더유닛'과 '믹스나인'을 통해 데뷔가 끝이 아닌, 아이돌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 중소, 신생 기획사의 한계..기회가 없다

힘들게 데뷔의 문턱을 넘어도 TV에 자주 보이지 않으면 대중의 관심을 사기 힘들다. 1년에 수십 팀의 아이돌이 데뷔하다 보니, 예능은커녕 음악방송조차 한 번 출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방송사들도 이름있는 소속사부터 챙기는 게 사실. 이에 중소기획사, 특히 신생회사는 소속 아이돌을 방송에 단 몇 초라도 출연시키려 안간힘을 쓴다.

'믹스나인' 첫 회에 출연한 강화도의 FM엔터테인먼트 이아인사랑 대표는 “아이돌 제작이 이번이 다섯번째인데, 방송에 한 번도 내본 적이 없다. 만들기만 해놓고, 그다음 단계를 못 하겠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데뷔를 한다 해도 TV 출연 한 번 못해보고 사라지는 그룹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더유닛' 1회에 출연한 에이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에이스 멤버 준은 “신생회사다 보니까 '데뷔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많이 들었고, 데뷔하고 나선 '잘 될 수 있을까'란 생각들로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에이스 멤버들은 데뷔 전과 후가 달라진 게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반지하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편의점 음식들로 끼니를 때운다. 데뷔했지만 무대에 설 기회가 없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 서바이벌은 너무나도 '간절한 무대'다.

2014년에 데뷔한 그룹 핫샷 멤버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간절하게 돌파구를 찾고 있다. 멤버 하성운(워너원)과 노태현(JBJ)이 Mnet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가운데, 이번엔 김티모테오와 고호정이 '더유닛'의 문을 두드렸다. 김티모테오는 '더유닛' 2회에서 “처음 데뷔했을 때 큰 기회가 없었고, 사람들이 말하기를 '망한 아이돌'이란 이미지가 컸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회사가 좋은 상황이 아니라 많은 것들을 지원받지 못한다. 한 번 더 팀 대표로 나와서 핫샷과 저희를 알리려 지원했다”라고 설명했다. 영세한 회사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그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회사에서 버려졌다..어른들에게 상처받은 아이들

회사가 힘이 없어서 데뷔 후에도 빛을 발하지 못하는 아이돌이 있는 반면, 회사문제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아이돌도 있다. 매드타운이다.

매드타운은 지난 2014년 제이튠캠프 소속으로 7인조 아이돌로 데뷔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2016년 매드타운은 다른 회사로 이적했다. 그런데 이번엔 모기업 회장이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계약된 상태에서 소속사가 마비됐으니, 매드타운도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매드타운은 소속사를 상대로 소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승소한다 해도 팀 활동은 불투명하다.

'더유닛'에 출연한 매드타운 멤버 대원과 이건의 현재는 암담했다. 회사도 연습실도 차도 매니저도 없는 상황.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인의 연습실에 가서 겨우 연습을 하며 '더유닛' 오디션을 준비했다. '더유닛'의 심사위원 황치열은 “어른들 때문에 상처받은 것들을 이 기회에 잘 치유했으면 좋겠다”라고 이들을 위로했다. 두 사람의 간절함은 충분히 전해졌고, 모두 선배들의 부트를 받아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 노력한다고 풀리지 않아, 힘든 아이돌 세계

아이돌로 성공하기 위해선 끼, 실력, 적절한 시기, 운 등 다양한 요소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열심히 하고 간절하게 임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그 노력 끝에 반드시 잘 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게 아이돌 세계의 냉정한 현실이다.

'믹스나인' 2회에 출연한 리얼걸프로젝트의 김소리는 28세라는 아이돌치고 많은 나이로 양현석의 독설을 들어야만 했다. 양현석의 공격적인 심사에 호불호가 갈렸지만, 중요한 건 그동안 자신은 열심히 해왔다는 김소리의 울먹임이었다. 김소리는 “사람들이 망했다, 이제 와서 나이가 많네, 이런다. 전 그냥 열심히 해왔을 뿐인데...”라며 눈물을 보였다.

보통, 열심히 하는 자에게 언젠가 기회가 찾아오고 결국엔 복을 받을 것이라 위로하곤 한다. 하지만 아이돌 세계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는 곳이 여기다.

비슷하게 데뷔했지만, 인기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진 그룹들도 있다. '더유닛'에 출연한 스피카 양지원은 데뷔초 걸그룹 A.O.A와 함께 1위 후보에 올랐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 후 A.O.A는 승승장구했고, 스피카는 다시 기회를 잡지 못하더니 결국 데뷔 5년 만에 해체했다.

소년공화국도 데뷔 초에는 방탄소년단과 비슷한 출발선에서 함께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방탄소년단은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했고, 소년공화국은 '더유닛'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비슷하게 시작한 경쟁그룹이 탄탄대로를 걷는 반면, 점차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아이돌. 이걸 단순히 이들이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치부할 순 없다. 이들 역시 열심히 노력했을 테고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길운(吉運)은 들지 않았다.

'더유닛'에 출연한 6년 차 빅스타 래환은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포기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거 아니면 할 게 없더라.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도 노래밖에 없더라”며 진심을 드러냈다. 이들의 이런 간절함이, 언젠가 통하는 날이 올까.

# 건강문제, 멤버들의 탈퇴..생각지 못한 이유들

데뷔했지만 생각지 못한 이유들도 활동을 중단하는 아이돌도 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넘쳤으나 예기치 못한 사연들로 꿈을 접어야 할 위기 앞에서, 이들의 간절함은 더 커졌다.

걸그룹 에이프릴 출신의 이현주는 '더유닛'에 출연해 자신이 건강문제로 팀에서 탈퇴한 심경을 밝혔다. 이현주는 "너무 억울했다. 제 몸이 아파서 못 한다는 게"라며 "제 꿈을 아예 다 포기할 수가 없더라. 전 꿈이 있고 노력할 자신도 있고, 정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절대 후회 안 할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시 찾아온 기회를 온 마음을 쏟아 다잡았다.

'더유닛'에 출연한 유키스 준은 그룹에 중간투입된 멤버다. 남들이 '아이돌의 끝'이라 평하는 데뷔 7년 차의 유키스에 막내 멤버로 들어갔다. 신생 그룹에 들어가 데뷔 조로 활약해도 손색없었을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준은 “왜 유키스에 들어가느냐”는 우려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 유키스 새 멤버로 합류했다.

하지만 유키스는 멤버들의 연이은 결혼과 탈퇴 등으로 제대로 된 팀 활동이 이뤄지지 않으며 점차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준은 “제가 열심히 해서 우리 유키스라는 팀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좋은 시선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안고 '더유닛'의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관객 대다수의 인정을 받은 '슈퍼부트'로 당당히 2라운드에 진출했다. '비운의 그룹'이라는 오명을 딛고, 유키스 준이 자신의 바람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습생들은 데뷔가 꿈이고, 데뷔만 하면 다 되는 줄 안다. 하지만 아이돌은 그 데뷔 이후가 더 녹록치 않다. 저마다 가슴 속에는 '간절함'을 품고 있지만, 그 간절함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데뷔 이후에 더욱 쓰디쓴 고배를 마신 아이돌들. 그들이 '더유닛'과 '믹스나인'을 통해 비로소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

[사진=JTBC '믹스나인', KBS '더유닛' 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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