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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일후, MBC 파업 그 후 “김정근 형과 끌어안고 울었어요”

강경윤 기자 작성 2017.11.16 17:06 수정 2017.11.16 19:37 조회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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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아나운서 신동호 고소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2012년 MBC 총파업 이후 우리는 드러나진 않았지만 계속 싸웠어요. 15일부터 부당 전보 당했던 아나운서들이 다시 돌아온 아나운서국은 토론이 되살아나고 활기도 되찾았어요.”

MBC 허일후(36) 아나운서는 지난 9월 시작된 총파업 기간에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파업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보는 건 허일후 아나운서의 몫이었다. 그는 마이크를 쥘 때마다 “방송을 해야 할 사람이 파업 현장에 와있다.”는 멘트를 빼놓지 않았다. 김장겸 사장 해임안이 가결됐던 지난 13일에도 허일후 아나운서가 집회에서 사회를 봤다.

2012년 170일의 총파업 당시엔 그 역할을 한 사람이 김정근 MBC 아나운서였다. 김 사장의 해임되어 MBC에게 기다리던 작은 승리가 찾아왔던 지난 13일. 허 아나운서는 이제는 MBC를 떠난 김정근 아나운서와 안고 엉엉 울어버렸다고 말했다.

5년 전과 지금, 무엇이 그들을 카메라가 아닌 길 위에 서게 했을까.

MBC파업

Q. 총파업이 종료된 지금, 아나운서국 분위기는 어떤가요.

“부당 전보됐던 아나운서들이 모두 돌아왔어요. 2012년 총파업 이후 한동안 아나운서국에는 논의도 토론도 없었어요. 회사 전체가 쥐죽은 듯한 조용한 분위기가 있었죠. 비단 아나운서국 문제만이 아니었어요. 이제야 활기를 되찾고 있어요. 이런 시끌시끌함도 오랜만이네요. 정말 벅찬 기분이에요.”

Q. 2012년 총파업을 끝낼 때 찍은 단체 사진을 게재했었습니다.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 파업에 참여했는데, 어떤 마음이었나요.

“정말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뿐이었어요. 이번에도 잘못되면 우린 정말 외면받겠구나 하는 부담감이 컸어요. 2012년 총파업 이후 우리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싸워왔어요. 이제 그 싸움에 첫 번째 끝이 왔어요.”

MBC 아나운서

Q. 총파업은 끝났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죠?

“숙제가 정말 많아요. 저희가 계속 치열하게 토론을 하는 이유는 어떻게 하면 외부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납득할만한 대답을 내놓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거예요. 그건 아나운서국뿐만이 아니예요. 전사적으로 정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잘 할 거예요. 저희는 반드시.”

Q. 김민식 PD가 '2012년 총파업 이후 가장 피해를 본 건 아나운서들'이라고 했죠. 아나운서로서 파업참여에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요.

“회사에서 아나운서국을 그렇게 극렬하게 탄압했던 이유는, 아나운서들이 시청자들에게 바로 노출될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직군 직원들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시청자들에게 그만큼 친숙한 존재일 테니까요. 아나운서들이 회사의 잘못된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게 불편했을 거예요. 그래서 아나운서국을 갈갈이 찢어놨던 거죠.”

Q. 지난 5년간 MBC 아나운서국의 피해는 외부에서도 감지될 정도였어요. 신동호 국장에 대한 아나운서들의 고소, 고발이 있었어요.

“그 건은 진행 중이에요. 아나운서들이 돌아가면서 고용노동부 서부지청 근로감독관과 만나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2015년 이후 계약직 아나운서를 11명을 뽑아놓았고 그들을 노동자로서 언론인으로서 개별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어요. MBC 소속 인원이 50명 정도 됐었는데 그중 11명은 부당전보 됐고, 12명은 퇴사했어요. 50명 중에서 절반 가까이가 날아간 거죠. 한 조직이 이 정도로 무너졌는데, 신동호 국장의 개인이 아니라 국장으로서 책임을 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라는 겁니다. 부당행위에 대해 국장으로서 충실한 실행자가 됐던 부분은 책임져야 하니까요.”

김정근

Q. 2012년 이후 회사를 떠나갔던 퇴직자들은 어떤 말을 하던가요. MBC 사태에 대해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을 텐데요.

“김장겸 사장 해임안이 통과된 날 아나운서들이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오상진 아나운서도 왔고 김정근 아나운서도 왔어요. 최현정 씨도 왔고요. 보고 싶었다면서 한걸음에 찾아와줬어요. 특히 김정근 형은 2012년 노조 집행부였어요. 전 형에 이어 2013년부터 2년 했다가 다시 이번에 집행부를 한 거였는데요. 형을 보고는 끌어안고 엉엉 울어버렸어요.”

Q. 총파업에 아나운서로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경영진 측 압력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집행부까지 하는 건 더 큰 부담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왜 파업 현장에 앞장섰던 건지요.

“노동조합 집행부를 하면서 방송과 관련해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많았어요. 대놓고 하진 않아도 무언의 압력도 많았고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맡긴다면 이제 막 방송을 해야 하는 후배들이 불이익을 받아야 할 텐데 그게 안타까웠어요.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냥 내가 하자'란 마음이 있었어요. 어차피 '피해를 보고 있으니 그냥 내가 끝까지 하자'란 마음으로 내려갔습니다.”

Q. 파업 현장에서 사회를 볼 때마다 '카메라 앞에 서야 할 아나운서가 파업현장에 있다'는 말을 했었는데요.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3번 빼고 50번 정도 파업 현장 사회를 본 것 같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오셨을 때 정말 힘들었어요. 감히 죄송하다고 말하기에도 부족한데 그 앞에서 진행을 한다는 게 힘들었습니다. 제 능력 밖의 일이었어요. 그런데 도리어 위로를 해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었어요. 그리고 방문진 앞에서 김장겸 사장 해임된 순간 집회 진행을 했다는 것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Q. 부인(김지현PD)와 함께 MBC 총파업에 참여했는데요. 무임금 무노동 파업으로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회사원이고 월급쟁이인데 두 달 넘게 월급이 안나오는 건 누구나 똑같이 부담이 되는 일일 거예요. 170일 파업 때 컴퓨터 그래픽을 하는 제 동기는 아이 유치원 비용을 대기 위해 차를 팔기도 했고, 그런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파업을 시작할 때 모두에게 공포가 있었어요. 작년 촛불 집회의 열망이 없었다면 감히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겁니다. 마이너스 통장을 가진 사람들도 많고요. 하지만 돈이야 아끼면 된다지만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절박함이 더 컸습니다.”

Q. 그런데도 왜 총파업에 나선 건지요?

“두 가지 이유였어요. 지금은 아이가 없지만 나중에 내 아이가 생긴다면 그 아이에게 아빠가 다니는 회사를 당당하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시청자들. 더는 부끄럽지 않은 마음이 컸어요.”

MBC파업

Q. 총파업은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뉴스데스크'에는 배현진 앵커가 진행 중입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무엇이 바뀌었나' 질문하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뉴스제작은 몇몇 사람들의 반발로는 어떤 종류의 해결이 되지 않아요. 특히 '뉴스데스크'는 새 경영진이 와서 보도 부분이 재정비가 절실한 부분이에요. 새 경영진이 온다고 완벽하게 판이 바뀌라고는 기대하지 않아요. 하나하나 정상화 되가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파업을 끝낸 거지, 쟁의행위를 끝낸 게 아니예요. 현 경영진과 계속해서 싸우고 있고요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합니다. 조금만 시청자분들께서 더 믿고 기다려주신다면 보도, 시사교양 부분도 정상화가 이뤄지도록 내부 직원들이 정말 치열하게 토론하고 싸우겠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Q. 복귀한 MBC 아나운서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저희의 기조는 파업 전 형태를 유지하는 걸 기본 원칙으로 합니다. 벌써 손정은 아나운서와 박경추 아나운서가 라디오 스폿 방송을 녹음했어요.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해 큰 곳까지 타부서로 부당 전보돼 나가 있었던 분들 업무 복귀가 정상화 될 겁니다. 저의 동기인 손정은 아나운서의 방송 진행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고요. 김상호 아나운서의 내레이션도 듣고 싶습니다.”

Q. MBC 아나운서들은 이제 어떤 모습을 꿈꾸고 있나요.

“저희가 꿈꾸는 아나운서국은 스포츠면 스포츠, 시사교양이면 시사교양 각 분야마다 전문성을 가진 아나운서들이 상하관계가 아니라 지금처럼 수평적인 관계로 즐겁게 일하는 거예요. 예전처럼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라 더 시끄럽고 토론도 많이 하고 얼굴도 자주 보는 그런 조직이 되었으면 합니다. 파업에 참여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는데요. MBC에 들어온 순간 예능PD든 드라마PD든 기술직군이든 아나운서든 모두 언론인으로서 사명과 이상을 추구해야 하고 그렇다고 생각해요. 계속 자기비판도 하면서 끝임 없이 시청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방송으로 인정받겠습니다. 꼭 지켜봐 주세요.”'

MBC아나운서 신동호 고소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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