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현빈 "인기, 언젠가 식을 것…뭘 채울까 고민"

김지혜 기자 작성 2017.11.28 16:12 수정 2017.11.29 09:12 조회 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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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현빈에게 두 번째 전성기가 왔다.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안방극장에서 약 10여 년간 시청률 왕좌를 수성한 것이 1기였다면, 2017년 1월 영화 '공조'로 700만 관객을 동원하고, 10개월 만에 내놓은 신작 '꾼'으로 200만 돌파를 앞둔 지금이 2기다.

현빈은 '드라마용 배우'라는 편견을 깨고, 영화계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나이 36살, 남자 배우의 진짜 멋은 30대 중반부터 나온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애써 꾸미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분위기만으로도 멋스러움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차기작 '창궐'의 촬영에 한창인 그는 장발에 정돈되지 않은 수염을 달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신작 '꾼'을 어떻게 봤냐는 첫 번째 질문에 지금 당장은 평가를 유보했다. 현빈은 "영화는 몇 번 더 봐야 할 것 같다. 시사 날에는 편집 위주로 보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개봉 후 극장에 가서 한 번 더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꾼'은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 잡는 사기꾼들'의 예측 불가 팀플레이를 다룬 범죄오락영화. 냉정히 말해 사기꾼 잡는 사기꾼이라는 설정만 빼면 새로움을 발견할 수 없는 영화다. 구성적으로 '도둑들'이 생각나며, 스토리론 '범죄의 재구성'이 떠오를 정도로 기시감이 가득한 영화다.

꾼

현빈은 "반전의 재미에 주력해서 시나리오를 봤다. 그리고 지성이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기꾼을 만났을 때 나오는 케미가 재밌다고 생각했다. 케이퍼 무비(Caper movie: 범죄 영화의 하위장르 중 하나로, 무언가를 강탈 또는 절도 행위를 하는 모습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가 나에겐 처음이었다. 앞으로도 이 장르의 영화는 나올 것이고 얼마나 차별화를 가질지 모르겠지만 장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은 크게 바뀌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 지성은 아버지를 잃은 뒤 복수를 꿈꾸며 전문 사기꾼으로 성장해나가는 인물이다. 현빈은 "기본적으로 사기꾼은 사기를 쳐야 하기 때문이 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지성의 경우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확실해서 더욱 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튀지 않게 먹잇감을 던진다는 구상을 하고 준비를 했다."고 연기 포인트를 밝혔다.

연기보다 어려웠던 것은 분장이었다. 현빈은 후반부 어떤 장치를 위해 특수분장을 해야 했다. 그는 "한 번 할 때 2시간 반에서 세시간 걸린다. 눈,코,입 부위별로 실리콘을 붙인 다음 색깔까지 입혀야 했다. 시간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멀티 캐스팅 영화인만큼 배우들과의 앙상블도 영화의 핵심 요소이자 재미였다. 현빈은 "같이 연기하는 신이 많다 보니 시나리오를 볼 때에도 만화책처럼 상상하면서 보게 됐다. 신을 추측하고 현장을 갔는데 매 신마다 전혀 다른 리액션이 나와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꾼

가장 뜻밖의 리액션을 보여준 배우는 배성우였다고 했다. 현빈은 배성우에 대해 "매 장면 좋은 소스가 뿜어져 나온다. 빈 것을 채워주는 느낌이었다."고 웃어 보였다.

선배 유지태에 대해서는 "그렇게 자상한 사람이 연기할 때는 표정이 확 바뀐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이 영화 데뷔작인 나나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티는 잘 안 내는데 노력파 같더라. 감독이나 배우들의 반응을 보고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또 자신의 밝은 에너지를 주변에 잘 전파해 보기 좋았다"고 칭찬했다.

드라마 '보디가드'(2003)로 데뷔한 현빈은 올해로 배우 생활 14년 차를 맞았다. 브라운관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인기와 역량을 꽃피우는 등 정점을 찍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하자 "내려가고 있죠"라고 겸손하게 반응했다.

현빈은 "작품 수에 비례해 나이를 먹고 있다. 인기란 것은 언젠간 식을 것이고, 그 빈 자리를 어떤 것으로 메워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한다. 무엇보다 배우로서 어떤 것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까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한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한 덕분에 필모그래피는 풍성하다. 그중 영화 대표작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주저 없이 2010년 작 '만추'(감독 김태용)를 꼽았다.

만추

"영화 자체도 마음에 들었고 촬영 과정에서 도전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기억에 남는다. 해외(미국 시애틀) 올 로케이션에 상대 배우도 다른 문화권에 있는 탕웨이였다. 또 감독과 촬영 감독을 제외한 대부분 스태프도 외국인이었다. 그런 모든 것을 극복하고 좋은 결과물이 나와서 뿌듯한 작품으로 남아있다"

대부분의 배우가 출연작을 다시 보지 않은 것과 달리 현빈은 가끔 자신의 드라마를 본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를 찍어야 하면 바로 전에 했던 작품을 본다. 드라마 시스템 특성상 바쁘게 돌아가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돌이켜 보게 되면 사소한 거라도 잘못된 습관이나 고쳐야 할 표현 방법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전회를 다 보기는 힘들고 몇 회 정도만 본다."고 머쓱해 했다. 

출연작들을 살펴보면 드라마 '아일랜드', '그들이 사는 세상'과 같은 잔잔한 여운을 주는 작품도 있었고,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처럼 밝은 터치의 로맨틱 코미디도 있었다. 최근 영화에서는 오락 지향적인 작품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20대나 30대 초반까지는 여운이 남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많이 했다. 최근에는 오락성을 쫓는 영화들이 많았다. 그 선택에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 눈에 들어왔고 마음이 가는 작품을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팬들은 나를 자주, 많이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좋아하실 것 같은데 앞으로도 드라마와 영화 구분없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 좀 더 다양한 이야기거리가 있으면 드라마를, 두 시간 내외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영화로 하고 싶다." 

현빈은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대중의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 그런 그에게 지난 1월 개봉한 '공조'는 700만 관객이 호응해준 특별한 영화로 남아있다. 남다른 성취감으로 남아있을 듯했다. 

"내가 했던 영화 중 흥행이 가장 잘됐다. 그 작품의 성공으로 김성훈 감독과 차기작 '창궐'까지 함께 하고 있다. 무엇보다 팬들이 (영화의 흥행을)기뻐하셨다. 개인적으로는 자신감도 얻었다. 흥행 결과가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진 않지만, 차기작을 선택하는 데 있어 폭도 넓어지고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졌다."  

현빈

그렇다면 신작 '꾼'은 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현빈은 "재밌게 일했다. 의미는 조금 지나고 나야 알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재밌게, 문제없이, 좋은 사람들을 많이 얻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관객들에게 받고 싶은 평가는 "'두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잘 본 것 같다'는 반응을 얻으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빈은 작품 활동 외에 다른 활동은 일절 하지 않는 배우다. 이에 대해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 사적인 것을 오픈하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런 것들이 이 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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