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김호창, "100편 출연" 호블리의 꿈★은 이루어진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17.11.29 12:06 수정 2017.11.29 14:36 조회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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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창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드라마와 영화, 총 100편에 출연하는 게 목표예요.”

배우 김호창(34)은 다작을 하는 배우다. 지난 2009년 SBS 11기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이례 지금껏 약 40편의 작품에 출연해왔다. 많은 작품에 출연하다 보니, 그를 보고 바로 이름을 떠올리진 못하더라도 “아, 저 배우!”라고 누구나 알아볼 만한 인지도를 쌓았다. 어떤 역할이든 찰떡같이 소화해내 자연스럽게 극에 녹여낼 수 있는 능력. 배우에게는 가장 필요한 것이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이 능력을 김호창은 갖고 있다. 이게 그가 다작을 할 수 있는 이유다.

김호창은 오는 12월 1일 종영을 앞둔 SBS 아침드라마 '달콤한 원수'(극본 백영숙, 연출 이현직)에서 밉지 않은 악역 홍세강 캐릭터로 시청자를 만나왔다. 홍세강은 하나의 성격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캐릭터였다.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본성은 착해 죄책감을 느끼고, 우유부단하면서도 엄마 앞에선 마마보이이고, 아내 최루비(옥고운 분)와는 달달하면서도 코믹한 케미를 보여줘야 했다. 김호창은 상황과 인물에 따라 달라지는 홍세강이란 어려운 캐릭터를 맞춤옷을 입은 듯 잘 소화해냈다. 그를 믿고 쓴 감독과 작가에게 제대로 된 연기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작가님이 홍세강을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로 리얼하게, 나쁜 짓들을 하지만 행동은 미워하되 사람까지 미워 보이진 않는 악역으로 그리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게 온 어려운 숙제였죠. 그래서 더 캐릭터를 분석하고 고민하면서 연기에 집중하려 했어요. 쫑파티 때 작가님이 잘했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뿌듯했어요. 그동안 일일드라마를 많이 해왔는데, 이번 작품은 마음 고생도 몸 고생도 많이 해서 가장 애착이 가요.”

김호창

김호창은 '사랑이 오네요', '아임쏘리 강남구'에 이어 이번 '달콤한 원수'까지 세 작품 연속 SBS 아침드라마를 했다. 이에 “저 배우, SBS 고위간부 아들인가요? 계속 SBS 아침드라마에 나와요”라며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의 성실성과 연기력을 잘 알고 있는 감독들이 그를 먼저 찾고, 자신에게 온 연기기회는 되도록 수용하려는 김호창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랑이 오네요'가 끝나갈 쯤, '아임쏘리 강남구' 감독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역할이 작아 주기 미안한데 그래도 하겠냐고 물으시길래 '하겠습니다' 했죠. '아임쏘리 강남구'가 끝날 즈음에는 '달콤한 원수'의 이현직 감독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감독님, 그럼 저 세 작품 연속으로 SBS 아침드라마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죠. 감독님이 '괜찮으니 하자'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의도치 않게 연속으로 SBS 아침드라마를 하게 됐어요.”

'달콤한 원수'의 이현직 감독은 지금의 김호창을 만든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SBS 공채탤런트가 6년 만에 부활하며 연기자가 되려는 지원자 수천 명이 몰렸다. 당시 극단에서 연극을 하고 있던 김호창도 지원했고, 그의 연기를 알아보고 뽑아준 심사위원이 바로 이현직 감독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처음 '드라마 고정출연'이란 뜻깊은 선물을 안긴 이 역시 이현직 감독이었다.

“공채가 되고 난 후에도 계속 단역만 하다가, 처음 드라마에서 고정이란 걸 한 게 이현직 감독님이 연출했던 2010년 SBS드라마 '산부인과'였어요. 송중기 씨의 친구인 '레지던트1' 역할로 나왔는데, 원래는 1, 2회에 잠깐 나오는 분량이었죠. 제 분량을 소화하고 돌아갔는데, 제 장면을 본 작가님이 계속 쓰고 싶다고 하셨대요. 그렇게 16부작에 다 나오게 됐어요. '레지던트1' 역할에서 '고정 의사'가 된 거죠.”

김호창

김호창은 2년의 SBS 공채탤런트 활동 기간 동안, 연기할 수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갔고 작은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했다. 오디션에 직접 응시하는 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의 상대역할만 한 적도 있다. 오디션 참가자가 준비해온 연기를 선보일 때, 그 맞은편에서 대사를 쳐주고 연기를 받아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수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높이 올라온 배우들에게 흔히 “바닥부터 시작했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김호창의 출발선은 그 '바닥'보다 더 아래였다.

“방송사 공채라고 그 방송사에서 드라마에 꼭 써주는 건 아니에요. 오디션 상대만 한 적도 있고, 작은 단역도 오디션을 봐서 들어갔어요. 드라마 제작이라는 게 큰돈이 들어가는 작업인데, 연기가 안 되는 사람을 써서 누를 끼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행인1', '군중16'을 하더라도, 어떤 설정이든 군말 없이 열심히 했어요. 저희 11기 기수들이 다 그랬어요. 다들 열심이었고 성실했죠. 그래서 그 배우들이 지금까지 많이 살아남은 것 같아요.”

김호창의 말대로, 김성오, 허준석, 진예솔, 문지인, 김가은 등 그와 함께 SBS 공채 11기로 데뷔한 배우들 대다수가 여전히 브라운관에서 왕성히 활동 중이다. 2년간 함께 열심히 달렸던 이들은 힘들었던 시기를 함께 공유한 만큼 '전우애'가 강하다. 그래서 여전히 연락을 나누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김호창

김호창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찬란한 유산', '녹색마차', '천사의 유혹', '미남이시네요', '제중원', '산부인과',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신기생뎐', '49일', '무사 백동수' 등의 SBS드라마에 출연했다. 작품 수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성실하게 움직인 배우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렇게 SBS 공채 계약 기간이 끝나 타 방송사 출연도 가능하게 된 김호창은 2012년,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을 만났다. tvN '푸른 거탑'이었다. '푸른 거탑'은 정통 드라마가 아니라 군대 생활을 코믹하게 그려낸 시트콤 개념이었다. 여기서 김호창은 실제 자신의 이름과 같은 '김호창 상병' 역을 맛깔나게 소화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푸른 거탑'은 제게 양날의 검이었어요. 저란 사람을 대중에게 많이 알린 작품이었지만, 절 개그맨으로 볼 정도로 코믹이미지가 강해졌죠. 그 이미지가 너무 세서 이후 작품 섭외가 불발된 적도 있어요. 그때 전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어요. 쉬면서 이미지가 다 소진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새 작품에 들어가던지, 아니면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해서 서서히 그 이미지를 지워가던지. 전 후자를 택했고, 그게 다작 배우가 된 시작점인 것 같아요.”

김호창은 데뷔 초 목소리 때문에 오디션에 낙마한 적이 많았다. 목소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좋은 목소리톤 때문이었다. 실제로 만나 들어본 김호창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하게 깔리는 음성이, '달콤한 원수' 속 홍세강의 목소리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김호창은 브라운관에 데뷔하기 전, 연극무대에서 주인공 역할을 주로 소화하던 배우였다. '햄릿'에서 낮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죽느냐 사느냐”를 외치던 그였지만, 드라마 판에서는 무명배우였기에 그런 목소리는 오히려 독이 됐다.

김호창

“당시 어떤 감독님이 제게 '네가 잘하는 연기는 나중에 잘 되고 난 후에 보여주면 돼. 지금은 먹고살 수 있는 연기를 선택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어떤 캐릭터든 거기에 맞출 수 있는, 쓸모 많은 배우가 되란 말씀이었죠. 그때부터 저도 캐릭터 공부를 많이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재밌고 유쾌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보니 작품 속에서 제 실제 목소리로 연기한 적이 없네요.”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그동안 배우로서 분명 힘든 일이 많았다. 그래도 김호창이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 때문이다. 식상하게 들릴지라도, 그게 팩트이기에 거창하게 꾸며낼 수가 없다.

“연기한 지 어느덧 14년 정도 됐어요. 연기를 너무 하고 싶어서 열여덟 살 때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처음 시작했어요. 제가 자란 포항에선 연기학원이란 게 없어서 극단을 찾아봤는데, 제일 가까운 곳이 대구, 부산에 있는 극단이더라고요. 어린 나이였지만 용기를 내서 대구에 있는 극단을 찾아갔고, 그때의 용기가 지금의 절 만들었죠. 절 믿고 써주는 감독님들한테 '호창이는 뭘 맡겨도 잘 해', '호창이한테 맡기길 잘했다'라는 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요. 그러려면 계속 열심히 해야겠죠.”

김호창의 연기목표는 드라마와 영화를 합쳐 100편 이상 찍는 것이다. 이미 드라마로는 40편 정도 찍었으니, 이제 영화 쪽으로 가서 다작을 꿈꾼다. 이 정도 노력과 열의라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로 보인다.

“영화와 드라마를 합쳐 100편을 하는 게 목표예요. 2018년에는 역할이 작아도 상관없으니, 이번엔 영화로 다작을 하고 싶어요. 마동석 선배님이 단역으로 시작해 조연을 거쳐 지금 '마블리'로 사랑받는 주연배우가 됐듯, 저도 언젠가 '호블리'로 불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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