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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마이크 드롭 리믹스’ 세계는 왜 방탄소년단이 필요한가

작성 2017.11.30 16:03 수정 2017.11.30 16:54 조회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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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SBS연예뉴스 |이정아 기자]세계적인 디제이 겸 프로듀서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가 방탄소년단의 노래 '마이크 드롭'(MIC Drop)을 리믹스 해 발표했다. 여기에 래퍼 디자이너(Desiigner)가 합류했다.

EDM 신을 대표하는 디제이 중 한 사람인 스티브 아오키와 현재 전 세계 힙합 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래퍼 디자이너, 그리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 하나로 미국 현지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방탄소년단이 만남이라는 특별한 사건에 전 세계적으로 차트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음원 공개 직후 '마이크 드롭' 리믹스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50개국 아이튠즈 차트 1위를 기록했다. K팝 그룹 최초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은 이 곡을 통해 전 세계 음악 신이 그들에게 무얼 필요로 하는지 보여줬다.

방탄소년단

# 누가 방탄소년단의 리믹스를 원하는가

국내에서는 낯선 일이지만 해외의 경우 톱스타의 새 앨범이 성공하면 기본적으로 한두 장, 많게는 세네 장씩 리믹스 앨범이 쏟아져 나온다. 당장에 사운드클라우드에만 들어가도 전 세계 디제이,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이 업로드한 리믹스 트랙이 하루에 수십, 수백 곡 씩 올라온다. 스티브 아오키가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곡을 리믹스해 발표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리믹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제이들의 음악 작업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디제이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백 수천 수만 개의 노래 중, 과거 발표된 수없이 많은 곡들 중 숨어있는 보석 같은 트랙을 캐내는(디깅, Digging)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단순한 플레이든, 리믹스 형태의 재창조를 목적으로 하든 디깅은 디제이의 기본 소양이다. 이 과정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방탄소년단의 트랙이 발견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리믹스는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완성되는 음악이다. 여기에 필수적인 것은 뛰어난 오리지널 트랙이다. 현재 전 세계 음악 신을 견인하고 있는 디제이, 리믹서들에게는 늘 좋은 곡이 필요하다. 힙합이던, EDM이던, 팝이던, 심지어는 록이나 컨트리 등 장르를 불문하고 지금까지 듣던 음악과 감성의 결이 다른 사운드와 멜로디가 필요하다. 이는 전 세계 모든 디제이, 리믹서들의 공통적인 니즈며 이는 스티브 아오키 조차도 마찬가지다. 때마침 그들 앞에 뛰어난 완성도의 곡과 묘하게 다른 정서를 가진 방탄소년단이 나타났다. 지금 전 세계 음악이 필요로 하는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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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의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스티브 아오키는 방탄소년단의 '마이크 드롭'을 자신의 일렉트로 트랩(Electro Trap) 스타일을 가미해 리믹스 했다. 방탄소년단의 강렬한 힙합 사운드는 스티브 아오키에 의해 감각적이고 댄서블 하게 재해석 됐다. 이 곡은 매년 전 세계 초대형 일렉트로닉 페스티벌을 돌며 수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디제잉을 하는 스티브 아오키가 자신의 플레이 리스트에 심기 최적화된 리믹스 트랙이다. 디제이로서, 자신의 공연에 모인 관객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흥미진진한 사운드를 발견했다.

'마이크 드롭' 리믹스가 음악적으로 흥미로운 건 디자이너의 랩 피처링을 더해 들려준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국 힙합 뮤지션 디자이너의 랩이 더해지면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랩의 정서적 차이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우리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우리 힙합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정서가 극대화됐다. 익숙하지만 낯설게, 더 새롭게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마이크 드롭' 리믹스 트랙인 셈이다. 방탄소년단의 현재와 같은 상승세라면 이들의 음악은 스티브 아오키가 리믹스 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재창조되고 재생산돼 대중들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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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왜 방탄소년단이 필요한가

지난 5년간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그들의 음악을 즐겼다. 전 세계 팬들이 앨범과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그들의 노래를 듣고, 유튜브를 통해 퍼포먼스에 감탄하고, 공연장을 찾았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고 공감하는 팬들에게 자신들의 믿음을 돌려주기 위한 특별한 캠페인도 시작했다. 유니세프와 러브 마이셀프(#LOVEMYSELF) 캠페인을 통해 5억 원을 비롯해 향후 2년간 앨범, 공식 굿즈 수익의 일부, 일반인 후원금 등을 모아 기부하기로 했다.

한국의 보이그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특히 미국 대중문화시장에서 보여준 성장 스토리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ABC, NBC, CBS 등 미국 지상파 대표 토크 프로그램에 초청을 받고, 영국 BBC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건 음악 하나로 이룬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지금 세상에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는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애초 기대하지 않았던 팀의 엄청난 성공, 모두에게 필요했던 스토리다.

방탄소년단이 필요했던 이유는 여기까지도 이미 충분해 보였다. 이번 리믹스는 여기에 또 한 가지 새로운 필요를 더한다. 이는 끊임없이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음악과 뮤지션의 존재다. 전 세계 대중음악계는 뛰어난 오리지널리티, 새로운 감성, 선명한 메시지를 지닌 뮤지션을 기다려 왔다. 방탄소년단이 동료 뮤지션들에게, 이제 음악을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영감의 역할을 시작한 것이다. 이제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단계 더 높아진 자신들의 역할과 스스로의 의미를 증명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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