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양세종의 自問 “난 어디에…잘사는 것 맞나?”

작성 2017.12.03 08:34 수정 2017.12.05 10:02 조회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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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종

[SBS연예뉴스 | 손재은 기자] 단숨에 올라섰다. 짧은 시간 안에 드라마 포스터 앞부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괴물 신인'이라는 애칭을 얻을 만큼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1992년생 26살, 배우로는 아직 어린 나이임에 불구하고 스타덤에 올랐으니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도 한 데 평상심이다.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딴 세상 속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양세종과 면대면 만남은 약 1년 만이었다. 올 초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사임당 빛의 일기'를 통해 인사를 나눴고, 이번에는 드라마 '사랑의 온도'로 마주하게 됐다. 그사이 위치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도 변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 업계에서 한결같음을 보기란 쉽지 않음에 반가우면서도 안쓰러웠다. 그 스스로를 볼트 나사처럼 너무나 조이는 듯했다.   

양세종은 지난달 종영한 '사랑의 온도'(극본 하명희, 연출 남건)에서 온정선 역을 맡아 사랑하는 여자에게 직진하는, 가식 없는 연하남으로 설렘 지수를 높이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때로는 사랑스럽게, 때로는 냉랭하게,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팔색조 매력을 펼쳤다.

“드라마 '듀얼'을 하고 '사랑의 온도'를 바로 했다. 끝나자마자 빨리 털어내고 싶다 였다. 그래서 종영 이후 다음날부터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못 마신 와인을 엄청 마시고 일부러 풀어졌다. 그래서인지 살도 좀 붙었다. 촬영할 때는 거의 해골 수준이었으니까.(하하)”

양세종

양세종에게 있어, '사랑의 온도'는 지상파 첫 주연이었다. 첫 주연이라는 부담감에 힘겨웠을 텐데 준비 과정도 거의 없었다. '듀얼'을 마치자마자 바로 촬영에 돌입해야 했으니까.

“다행히 부담감은 짧게 느꼈다. 내게 시간이 없었기도 했지만 '듀얼' 하면서 부담감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 마인드 콘트롤을 좀 했다. 문제는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민을 했다. 대본이 좋고 재미도 있고 온정선은 입체적인 캐릭터여서 욕심이 났다. 결국 '사랑의 온도' 측에 시간을 좀 달라 했었다. '듀얼'을 털어내야 했다. '사랑의 온도' 리딩을 하는데 '듀얼' 호흡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시간을 달라 요청했다”

팬들은 다 알겠지만 양세종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 원룸을 얻어 속세와 끊고 오롯이 작품과 캐릭터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작품 속 캐릭터로만 살며 작품을 준비한다. 그는 그것을 “골방 작업”이라고 표했다. 

“물론 이번에도 골방 작업을 했다. 내 주위 사람한테 스트레스를 또 주고 말았다. 가족, 친구들, 회사 식구들에게… 휴대폰도 무음으로 해놓고 문자가 와도 3개월 뒤에 하고 외부하고 차단해 버렸다. 물론 힘들다. 그런데 이렇게 안 하면 연기에 집중을 못 한다. 이런 내 자신이 싫어서 골방 작업을 안 해봤는데 촬영장에서 모든 신을 망쳐버렸다”

양세종

그렇게 골방 작업을 통해 곧장 다른 옷을 입고 시청자들 앞에 나타났다. '듀얼' 속에서 선과 악, 극과 극 면모를 부각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사랑 앞에 돌진하는 따뜻한 남자로 변해 있었다.

“온정선은 나랑 좀 다르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표현하는 방식에 있다. 정선이는 마지막에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믿고 의지하고 사랑을 확신한다면 바로바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난 정선이와는 달리 이 여자가 좋아도 의심하는 타입이다. 그렇게 탐색 시간을 갖다가 확신을 가지면 싹 다 보여준다. 모든 것을 다 주는 스타일. 솔직하다.(하하)”

여느 드라마나 마찬가지겠지만 멜로나 로맨스 등 사랑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경우는 특히 남녀 주인공의 케미가 중요 요소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양세종은 서현진과 최적의 온도로 앙상블을 이뤘다.

“촬영을 하며 사랑 앞에서도 많은 아이러니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며 정당성을 갖고 연기했다. 다행히 (서)현진 선배가 진짜 이현수처럼 보이는 타고난, 완벽한 능력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입과 집중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모두 현진 선배가 만들어 준 것이다. 키스신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동선 리허설을 엄청 했다. 그런 것들을 많이 해서 NG도 없었다. 매 순간 기억에 남을 정도다. 사실 키스신 보다 여수에서 현수가 길을 잃어 헤매다가 정선이를 발견하고 뛰어와 안기는 신이 있었다. 그때 정말 심장이 쿵쾅쿵쾅할 정도로 떨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서현진은 드라마 시작 전 “감정선 자체가 사건인 드라마”라고 했었다. 그만큼 인물들이 맞물려 그 사이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해야 했다. 감정 연기를 한다는 것이 배우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체력 소모를 요한다. 

양세종

'사랑의 온도'가 감정을 계속 쏟아내야 해서 고된 작업이긴 했다. 유독 시간이 빨리 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현장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만큼 쏟아내고 집중해서 그런 게 아닐까.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래도 표현과 소통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단시간 안에 주연 배우로 우뚝 솟았다. 기쁜 마음이 있는 반면에 두려운 마음도 있는, 복잡 미묘한 마음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양세종은 고개를 휘저었다.

“사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난 다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모토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좋고 설렘도 경계한다. 칭찬도 경계한다. 누군가 내게 칭찬을 하면 '아니다'라고 자리를 피할 정도다. 습관이 돼 그런지 그런 생각 자체도 하기 싫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괴물 신인'이라는 애칭 역시 엄청 경계한다. 그거 절대 아니다. 그거 부끄럽다. 괴물은 엄청 많다. 숨겨진 괴물이 많다”

이 말을 또 들을 줄이야. 양세종은 1년 전에도 “주어진 대로 잘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다”라고 했었다. 여전히 그것이 목표인 건지 궁금했다.

“주위에서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묻는다. 확신하거나 단언하지는 못한다. 살아가면서 환경이 바뀌지 않냐. 이런 가치관이 바뀔지 안 바뀔지 모르겠지만 경계를 하고 있다. 사실 내 평상시 모습은 굉장히 불안하고 충동적이다. 그걸 내가 잘 안다. 그래서 억제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좋은 쪽으로 갈 것 같지 않다. 배우가 아닌 온전한 양세종은 그렇다”

양세종

양세종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렇게 자신을 경계하고 구속하면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 같았다. 더군다나 골방 작업을 할 때는 자신을 버리고 작품 속 캐릭터로 살지 않는가. 그렇다면 배우 아닌 인간 양세종에겐 굉장히 고된 삶이다.

“맞다. 전혀 안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다. 연습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데 잘못되고 있는 것 같다. 잘못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가는 느낌이 든다. '나 어딨지? 양세종 어딨지?'라는 생각이 든다. 2017년에는 나, 양세종이 없었다.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곧 '내가 어디 갔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뭐 하는 거지? 잘살고 있는 것 맞나?' 자꾸 의구심이 든다”

이런 고민은 한 해 동안 쉼 없이 달려왔기 때문이지 않을까. 양세종에게 당분간은 충분한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아 보였다.

“차기작은 좀 천천히 보려고 한다. 일단은 선택을 받아야 할 직업인데 선택해줘서 감사한 마음이다. 시나리오는 다 보고 있다. 머리와 마음을 다해서 보고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쉬고 싶다가도 작품 보면 끓어오고 의심하고 왔다 갔다 한다. 정확히 지금은 어떤 게 하고 싶다 상태보다 열어두고 싶다” 

양세종은 끝까지 “주어진 것을 행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바뀌는 계기가 올 텐데 나도 그 순간이 정말 궁금하다”고도 했다. 자신을 너무 구속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그에게 눈을 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생긴 시간이었다.  

양세종

사진=굳피플
손재은 기자 jaen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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