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하균神'을 지켜라

김지혜 기자 작성 2017.12.05 08:38 수정 2017.12.05 15:23 조회 476
기사 인쇄하기
신하균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하균 신(神:Shin)'

배우 신하균의 영어식 표기이자, '연기의 신'이라는 의미로 팬들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신하균의 작품목록을 살펴보면 후자의 뜻을 통용해 쓴다고 해도 어색하진 않을 것이다.

2017년, 신하균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그간 부지런히 활약해온 만큼 좋은 작품도 많이 남겼다. 대표작 한 편을 꼽는 것은 그에게나 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신하균은 이른바 '충무로 르네상스'라 불리던 90년대 후반 영화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해 '공동경비구역 JSA', '킬러들의 수다', '복수는 나의 것', '지구를 지켜라', '친절한 금자씨', '웰컴 투 동막골' 등에 출연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당시의 출연작은 지금도 명작으로 회자하는 영화들이다. 단 한 편의 인생작만 남기더라도 배우에겐 유의미한 일일진대 신하균은 풍성하고 알찬 필모그래피를 만들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올해 내놓은 신작 '7호실'(감독 이용승)은 향후 20년에 대한 어떤 다짐과 같은 영화다. 신하균이라는 배우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던 연기를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여주며 '왜 하균神일까?'에 대한 의문을 말끔히 날려버렸다.

7호실

'7호실'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서 각자의 생존이 걸린 비밀을 감추게 된 사장과 청년, 꼬여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열혈 생존극을 그린 영화. 신하균은 망한 DVD방을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장 '두식'으로 분했다.

한때 강남에서 가장 핫한 동네였지만, 이제는 유행의 중심에서 멀어진 압구정동에서 한물간 DVD 방을 운영하는 두식은 가겟세를 내기 위해 밤에는 대리운전을 뛰는 생계형 사장이다. 계속된 적자에 가게를 팔고 새 출발을 하려는 그에게 불의의 사건이 닥친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갖은 수를 쓰지만, 위기 상황이 연이어 겹치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신하균은 '7호실'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용승 감독님의 전작 '10분'을 인상적으로 봤다. 배우들에 크게 연기를 안 하는 것 같은데 꽉 채우는 느낌의 디테일들이 좋았다. '7호실'의 시나리오 역시 현실적인 이야기에 영화적 재미가 가미돼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안 해본 캐릭터인 데다 관객들이 신선해할 것 같아서 끌렸다"라고 말했다.

'7호실'의 제작비는 10억 원. 신하균은 이 작품을 하기 위해 출연료도 낮췄다. 돈보다 중요했던 것은 자신이 믿는 작품의 가치였다.

그가 말한 '안 해 본 캐릭터'라는 것은 '먹고사니즘'에 연연하는 생계형 인물이었다. 영화에서 설명되진 않지만, 두식의 전사를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다가 사업 실패 후 이혼까지 한 인물로 설정했다.

7호실

DVD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빚어지는 안타까우면서도 웃긴 비극은 신하균 특유의 코미디 연기로 빛을 발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은 이번 캐릭터와 꼭 맞아 떨어진다. 

가장 잘하는 연기를 가장 맛있게 표현한 신하균을 보는 것만으로도 '7호실'을 볼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영화는 그 이상의 미덕도 갖추고 있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갑을관계, 시장경제 논리에 따른 영세민의 고통, 88만 원 세대의 아픔 등이 블랙 유머 아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신하균은 자유로운 연기를 구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대본에 따른 정확한 연기를 선호한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유독 애드립이 많았다.

"애드립이라는게 잘하면 좋은데 쉽지가 않다. 무엇보다 우리끼리의 재미에 빠져들면 안 된다. 냉철하게 분석해 이게 맞는 것인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아니면 영화가 산으로 간다. 이번 영화의 경우 그것들이 잘 맞아 떨어져서 애드립이 영화를 풍성하게 했다. 물론 그런 애드립을 잘 맞아준 내 파트너 도경수의 역할도 컸다."

'7호실'은 공간 활용이 탁월한 영화다. 촬영 대부분의 DVD방 세트에서 찍으며 좁은 공간을 폭넓게 사용했다. 특히 신하균은 두식이 기거하는 방부터, 비밀을 숨겨놓은 7호실을 오가며 역동적인 연기를 펼쳤다.

"좁은 공간에서 그렇게 다양한 것들이 나올지 몰랐다.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들고 역동적으로 찍은 장면이 많았다. 롱테이크와 롱샷이 많았기 때문에 한번 엔지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했다."

7호실

한정된 공간에서 극의 변화를 줘야 하는 연기는 보기보다 어렵다. 신하균은 액션과 리액션의 변주를 통해서 디테일을 강화해나갔다. 자칫 과장된 액션과 연기가 나올 수도 있었지만 감독의 '브레이크'를 믿었다.

'7호실'의 엔딩은 보기에 따라서 열린 결말 혹은 무책임한 마무리로도 볼 수 있다. 신하균은 감독과 함께 다양한 버전의 엔딩을 촬영했고, 수위를 조절해나갔다고 했다.

"처음에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 두식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기도 했고, 어떤 컷은 아예 우는 장면을 카메라가 잡지 않고 차 밖만 비추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두식의 모습을 루즈하게 잡은 지금의 앵글이 최종 컷이 됐다. 관객들이 그 이후의 두식의 삶을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하실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 더 잘 살았을지, 아니면 힘겨운 일들이 계속 이어졌을지...그건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

신하균은 데뷔 20주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그는 "이런 자리에서나 듣는 말이지 새삼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생각도 잘 안 하는 편이고 미래 계획도 잘 안 하는 편이라 실감도 잘 안 난다."고 멋쩍어했다.

연기 활동 20년을 통틀어 변하지 않은 한가지는 '다양성 추구'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신하균은 그 점에 대해 "'지구를 지켜라'와 '복수는 나의 것' 같은 영화는 당시에도 주류 성향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땐 영화의 다양성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분위기와 환경이었다. 영화를 막 시작했을 때는 다양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는데 지금의 영화계는 획일화된 감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신하균

작품을 고르는 시선, 연기에 임하는 자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범위가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다. 또 캐릭터가 주는 재미일 수도 있고, 이야기가 주는 재미일 수도 있다. 새로움은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감독님이 잘 인도해주셔야 하고, 상대 배우와의 호흡도 중요한 것 같다."

'빅매치', '순수의 시대', '올레 등 최근 몇 년간 의욕적으로 도전한 영화들이 흥행과 평가 면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는 못했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와 배우의 안목이 일치하지 못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 됐을 것이다.

"안정된 결과가 보장된 영화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 그럼 연기도 안정되게 해야 하는 건가.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다. 새로움을 느껴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영화적 재미와 관객의 공감대가 함께 할 수 있는 영화라면 좋을 것 같다. 나라는 인물의 역량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새로움이라는 것이 한계는 있겠지만 계속해서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다."

신하균은 '늘 새로울 것', '안주하지 않을 것', '도전할 것'을 스스로 되뇌이며 작품을 고르고 연기를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데뷔 때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20년 후까지 신하균이 추구하는 큰 그림은 '新하균'이었다.

ebada@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