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이쯤 되면 '사골 액츄얼리'?"…재재재개봉의 속사정

김지혜 기자 작성 2017.12.09 10:11 조회 1,071
기사 인쇄하기
러브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이쯤 되면 사골 액츄얼리 아닌가요?"

영화 '러브 액츄얼리'가 재개봉 소식을 전하자 나온 반응 중 하나다. 지난 2003년 개봉해 '크리스마스 멜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러브 액츄얼리'가 또 한 번 재개봉 소식을 전했다. 2013년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했으며, 2015년 12월 재재개봉, 오는 20일 재재재개봉 한다. 첫 공개 이래 14년간 무려 4차례나 개봉 소식을 전한 것이다.

이 중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경우는 개봉 10주년을 기념한 무삭제판 개봉이었다. 국내 개봉 당시 삭제됐던 포르노 배우 커플의 에피소드가 추가돼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바 있다. 

개봉 당시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인 만큼 재개봉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만 해도 반갑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케이블 채널에서도 단골로 트는 영화가 돼 더이상 희소식이 아니다.

비단 '러브 액츄얼리'만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겨울 시즌을 겨냥한 멜로 영화의 재개봉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똑같은 콘텐츠를 포스터만 바꿔 매년 개봉하는 영화는 속내는 무엇일까. 

러브

◆ 멜로가 사라진 극장가…재개봉으로 감성 채우다

재개봉 영화 중 가장 잘 팔리는 장르는 멜로다. 국내는 물론 해외도 멜로 영화는 품귀다. 이 장르는 늘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하지만 영화보다 뛰어난 드라마가 많은 상황에서 제대로된 멜로 영화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관객의 눈도 높아졌다.  

이미 한 차례 개봉을 통해 국내 관객들의 사랑을 받거나 명작으로 회자된 영화의 경우 재개봉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대부분의 재개봉 멜로 영화가 가을, 겨울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어 데이트 무비로도 각광받고 있다. 

올해의 경우 11월에만 '원스'(11월 1일 재개봉),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11월 16일 재개봉),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11월 16일 개봉), '이프 온리'(11월 29일 재개봉) 등 7편의 영화가 재개봉 했다. 11월 전체 개봉작 59편 중 약 10%에 달하는 수치였다.

12월에도 '러브레터'(12월 13일 개봉), '사랑과 영혼(12월 27일 개봉) 등의 멜로 영화 재개봉이 이어질 전망이다. 해당 영화를 사랑한 관객에겐 추억의 영화를 다시 보는 재미, 동시대 관객이 아닌 사람들에겐 풍문으로만 듣던 명작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이터널 선샤인

◆ 사골 영화 등장 이유? 시장성과 효율성

재개봉 영화의 비율과 빈도가 커지는 것은 시장성과 효율성 때문이다. 기념비적인 성공 사례가 있다. 지난 2015년 재개봉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대박 흥행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2004년 개봉 당시 전국 17만 명을 모았지만, 10주년을 기념해 재개봉한 2015년에는 두 배가 넘는 32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같은 해 재개봉한 멜로 영화 '노트북'과 '500일의 썸머'도 각각 18만 명과 15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쏠쏠한 수입을 올렸다. 

전국 100개 미만의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다양성 영화 혹은 독립 영화의 경우 관객 10만 명만 들어도 '대박' 소리를 듣는다. 재개봉작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개봉하고 알찬 흥행까지 거두다 보니 '남는 장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재개봉을 위한 판권 구매도 경쟁이 과열되는 분위기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몇 해전까지만 해도 재개봉 영화들은 2차 시장을 노리는 경우가 많았다. 판권 만료 시점 전에 재개봉을 하면 2차 시장에서 개봉작 프리미엄을 얹어 종전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어차피 묵히다 계약이 끝날 바에야 마케팅 미용을 조금 들여 재개봉하는 게 나쁘지 않는 모험이라는 생각이 팽배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재개봉

◆ 재개봉 영화의 증가vs작은 영화들의 신음

몇몇 성공 케이스들이 나오자 재개봉 영화의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요즘은 멜로 뿐만 아니라 액션, 느와르 장르의 영화도 재개봉을 추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독 개봉의 수혜도 재개봉 영화의 차지가 되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독점 콘텐츠를 관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단독 개봉'을 해오고 있다. 중소 수입사와 독립영화 배급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는 '단독 개봉'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과거 이 프리미엄이 작품성과 재미가 뛰어나지만 상영 여건이 좋지 않은 독립영화나 다양성 영화에게 돌아갔다면 요즘은 재개봉작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원스'는 CGV, '이프 온리'는 롯데시네마가 단독 개봉했고, 그 결과 스크린은 100여 개 이상을 확보했다.

문제는 재개봉 영화 시장이 커지면서 크고 작은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재개봉작의 범람으로 인해 신작 영화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규모를 내세운 상업영화에게 피해가 가는게 아니라 관객들과 만나는 창구가 제한적인 작은 영화들이 직격타를 맞고 있다.

극장 입장에서는 검증된 재미와 인지도를 갖춘 재개봉작을 편성해 관객을 모으겠다는 의도다. 이같은 시장 논리를 탓할 순 없다. 극장은 재개봉작이든 신작이든 관객의 선호를 반영할 뿐이다. 그러나 다양성 영화라고 이름붙힌 영화들이 가깝게는 5년 전, 멀게는 10여년 전 개봉한 또 다른 다양성 영화에 잠식되고 있는 상황은 씁쓸할 수 밖에 없다. 재재재재개개봉은 너무 하지 않는가.   

ebada@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