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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정소민 "내 서른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으로 설레"

강선애 기자 작성 2017.12.18 10:28 수정 2017.12.18 11:00 조회 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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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민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2017년은 배우 정소민의 해였다.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에서 애봉이 역을 맡아 제대로 된 연기 변신으로 인기를 높인 상태에서 출발한 2017년. KBS '아버지가 이상해'에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까지 연타석 홈런을 치며 배우로서 저력을 입증했다.

정소민의 데뷔는 화려했다. 지난 2010년 김남길, 한가인, 오연수 등 톱배우들이 출연한 SBS '나쁜 남자'에 신인임에도 주연으로 캐스팅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화제작에 투입된 신인, 맑고 신선한 얼굴, 여기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수석 입학이라는 이력까지 알려지며 정소민의 데뷔는 여느 신인배우들에 비해 임팩트가 셌다.

하지만 그 이후 행보에선 데뷔만큼 강렬한 한 방이 없었다. MBC '장난스런 키스',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디데이', KBS '빅맨' 등에 출연했지만 저조한 시청률 성적표를 받았고, 팬들은 “작품 보는 눈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런 정소민이 올해 드디어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하는 작품마다 잘됐고, 연기력을 칭찬받았다. 한 작품을 이끄는 여배우로서의 가치를 업계와 대중에게 제대로 인정받은 한 해였다.

정소민은 최근 종영한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드라마 보조작가이자 남세희(이민기 분)와 계약 결혼한 서른 살 윤지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민기와의 설렘 넘치는 로맨스 연기부터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 연기, 꿈과 현실 사이에서 보여주는 인물의 내적 갈등까지 섬세하게 소화해냈다.

올 한 해를 그 누구보다 뜻깊게 보냈을 정소민.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끝낸 그녀를 만나 소감을 들어봤다.

정소민

Q. 드라마를 끝낸 소감부터 듣고 싶어요.

A. 큰 사고 없이, 아프거나 다친 사람 없이 무탈하게 끝나 기뻐요. 현장 분위기도 좋았는데 시청자의 사랑까지 많이 받아 행복한 연말을 보낼 수 있게 됐어요.

Q. 작품과 소민 씨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았어요. 왜 그랬던 걸까요?
A. 제 개인적으로는 부족한 게 많았는데, 다른 분들이 각자 위치에서 정말 열심히 해주셨기에 제 부족한 점이 좋고 따뜻한 에너지로 채워졌던 거 같아요. 단 한 분도 빠짐없이 최선을 다해 정말 열심히 해주셨어요. 현장에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있는데, 한 명 한 명이 열심히 해서 쌓인 에너지, 시너지가 엄청났어요. 그 때문이 아닐까요?

Q.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트렌디 드라마인데, 결혼과 연애를 돈이나 주택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풀어낸 게 인상적이었어요.
A.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소재를 다루고 있단 점에서 저 역시 공감했어요. 그게 대본의 힘이었죠. 작가님이 굉장히 고민하셨고 생각이 많은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경제적인 것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청춘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법한 불안감, 미래에 대한 고민들에 대해서도 많이 다뤄져서, 저 역시 위로받으면서 촬영했어요.

Q. 마치 내 이야기 같다거나, 특별히 더 공감됐던 부분이 있나요?

A. 극 중 지호는 남들이 보기엔 미련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묵묵하게 자기 꿈을 좇아가요. 단지 그 일이 좋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요. 그런 지호의 선택에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갔어요. 저 역시 지호 같았던 적이 있거든요. 지호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작가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상경한 것처럼, 전 원래 무용을 했는데 정작 입시 때는 아버지 몰래 연기과에 지원했었어요. 지호를 보니 그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가고 싶은 길이지만 그 길을 걷는 게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잘 알기에, 그런 점에서 지호에게 공감을 많이 했어요.

정소민

Q. 윤지호와 정소민,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요?

A. 실제 저랑 지호가 비슷했던 건,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내가 하고 싶은 걸 좇아가는 선택을 한다는 것. 반면 지호가 저와 달라 멋있어 보였던 건, 부당한 상황을 겪거나 자기가 상처를 받았을 때 그걸 참다가 나중에 감정을 폭발시키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현명하게 '난 당신들 때문에 이런 상처를 받았어요', '나 지금 아파요'라고 말할 줄 아는 용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에요. 지호의 그런 점이 제 눈에는 멋있어 보였고 저도 그건 배우고 싶다 생각했어요.

Q. 극 후반부에 지호가 세희를 좋아하면서도 굳이 이혼하려 하고, 유쾌하던 드라마에 갑자기 진지한 전개가 휘몰아치며 시청자 반응에도 호불호가 있었어요.
A. 지호가 남들과 다른 지점은, 단추가 첫 시작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걸 인지하면 그걸 하나하나 다 풀러 처음부터 다시 단추를 채우는 사람이라는 것이에요.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단추가 잘못 끼워졌어도 남들 눈에 띄지 않는다면 대충 메워서 마무리할 텐데, 지호는 그 잘못된 첫 단추부터 제대로 채우기 위해 다 풀어버리죠. 그게 남들 눈에는 답답하고 미련해 보일 수도 있어요. 지호는 드라마 속에서 늘 한결같았어요. 그 성격대로, 세희와의 잘못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기 위해 이혼을 결심했을 뿐이죠. 그런 지호의 행동을 시청자가 충분히 이해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어요. 그걸 제가 좀 더 설득력 있게 연기했으면 좋았을텐 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Q. 지호와 우수지(이솜 분), 양호랑(김가은 분), 거침없이 솔직했던 세 절친들의 우정케미도 돋보였어요. 실제 촬영 분위기는 어땠나요?

A. 셋이 실제로 동갑이에요. 그래서 캐릭터에 관해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상의할 수 있어서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런 편안함이 자연스러운 친구 관계를 연기하는 데 많이 묻어났을 거라 여겨져요. 지호, 수지, 호랑이의 성격이 너무 다르잖아요? '쟤네 셋이 왜 친구일까?'라는 의문도 들고. 제가 실제로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저도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친구 둘이 있는데, 성격이 다 달라요. 근데 '우리가 친구가 맞구나' 하는 공통된 지점이 있어요. 그게 지호, 수지, 호랑이의 관계 같아요. 제 실제 경우랑 비슷해서, 세 친구들의 장면을 촬영할 때 재미있었어요.

정소민

Q. 상대역이었던 이민기 씨랑은 연기 호흡이 어땠나요?

A. 이민기 선배님은 오가다 뵌 적도 없고 이번 작품으로 아예 처음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엉뚱한 분이더라고요. 외모와 달리 말투가 어르신 같고 좀 독특하세요. 그런 점이 세희랑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보다 훨씬 작품 경험이 많은 선배라 제가 의지하면서 촬영할 수 있어 좋았어요.

Q. 드라마에 지호-세희를 비롯해 수지-상구(박병은 분), 호랑-원석(김민석 분) 등 다양한 커플들의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결혼관이나 연애관이 달라진 부분은 없나요?
A. 이런 결혼과 이런 선택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새로운 시각을 더 알게 되긴 했죠. 나중에 제가 결혼관을 정립하게 된다면, 그때 지금 보고 느낀 것들이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네요. 지호의 사랑관은 배우고 싶어요.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할 줄 알면서도, 상대방을 묵묵히 기다려줄 줄도 알고. 그런 점이 지호가 가진, 저랑은 다르면서 제가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해요.

Q. 2010년 데뷔한 이래 올해 가장 큰 사랑을 받았어요. '정소민의 재발견', '정소민의 전성기가 왔다'는 말도 나오고요.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A. 지호가 했던 대사 중에 제가 가장 공감했던 게 “꿈을 먹고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 깜깜한 터널을 걷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깜깜할 줄 몰랐다. 이렇게까지 외로울 줄 몰랐다”라는 것이에요. 이 대사를 하면서 저 역시 큰 위로를 받았어요. 제 깜깜하고 답답했던 적이 생각나더라고요. 전 데뷔 때부터 줄곧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같은 노력을 해왔어요. 근데 그 노력들이 바로바로 결과물로 나오지는 않더라고요. '내가 애쓰고 있는 건 맞나, 이게 결과물로 나오긴 할까, 그건 언제 나오려나' 하는 불안함이 컸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성장하는 시기가 5년 단위인 거 같아요. 5년 전에 했던 노력이 지금 제 안에서 능력치로 자라는구나 싶어요.

정소민

Q. '마음의 소리'의 애봉이, '아버지가 이상해'의 미영이,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지호까지, 모두 평범한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또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어요?

A. 개인적인 바람은 무용하는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어요. 음악영화를 좋아해서 음악에 관련된 작품도 해보고 싶고, 굉장히 하드한 액션을 하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Q. 이제 내년이면 서른이에요. 20대의 마지막이 얼마 안 남았는데, 2017년을 알차게 보낸 만큼 2018년에 대한 기대도 클 것 같아요.
A. 앞자리 수가 바뀐다는 건 개인한테 굉장히 큰일인데, 열아홉에서 스무 살 넘어갈 땐 마냥 신나고 들떴었어요. 지금은 그런 건 없는데, 소소한 기대와 설렘이 있어요. '나의 서른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는 게 묘하게 설레더라고요. 내년에도 바쁘게 일하고 싶어요. '이번 생은 처음이라'처럼 운명 같은 작품도 만나고 싶고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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