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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낸시랭 남편이 밝힌 나이·재벌 2세·출생의 비밀 모두 거짓"

강경윤 기자 작성 2018.01.10 11:06 수정 2018.12.21 11:25 조회 7,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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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 왕진진 기자회견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팝 아티스트 낸시랭(1976년생·42세)과 결혼한 자칭 위한 컬렉션 회장 전준주(1980년생·38·가명 왕진진)가 지난 30일 기자회견과 주위 사람들에게 직접 밝힌 자신의 인생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다.

그 말에 따르면 전준주는 이미 세상을 떠난 재벌 아버지의 숨겨둔 아들이자 거액의 유산을 상속한 문화 기업가다. 마카오에서 사업을 하는 생모가 따로 있지만 9살 때부터 전라도 강진의 한 가정에서 조건 없이 길러졌다. 2차례 특수 강간강도 사건은 억울한 옥살이었고, 10대 때 오빠동생 관계로 만난 故 장자연(1980~2009)은 이후 10년 뒤 자신이 복역 중인 교도소에 모든 폭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전준주가 한 말은 믿을 수 있는 내용일까.

◆ "나는 故 전낙원 회장의 숨겨진 아들"

전준주는 2004년 사망한 파라다이스 그룹 故 전낙원 회장의 서자라고 주장한다. 1971년 전낙원 회장과 마카오 어머니 슬하에 태어났고, 9세 때까지 마카오에 거주하다가 전라도 강진에 있는 모친의 밑에서 자라게 됐다는 것. 그는 교도소 복역 당시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전낙원 회장님이 나의 부친"이라고 주장해왔다.

전준주와 故 전낙원 회장 모두 담양 전씨인 건 사실이다. 대종회에서 확인한 결과 전준주와 故 전낙원 회장은 각각 29세손으로 같은 항렬인 데다, 두 사람의 촌수는 무려 44촌에 해당한다. 같은 성씨만 썼을 뿐 통념적으로 친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대종회에도 전준주는 1980년생으로 올라가 있다. 전준주의 부친은 1990년대 세상을 떠났고, 그 밑에 막내 전주주를 비롯해, 삼 형제가 있다. 전준주가 자신이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1971년에는 그의 첫째 형이 태어났다. 故 전낙원 회장과 전준주는 부자관계는커녕 족보상에서만 먼 친척으로 기록되어 있는 '남남'이다.

낸시랭

◆ "나의 어머니는 마카오에 거주하는 초미여사"

족보를 떠나서 故 전낙원 회장의 숨겨둔 아들일 일말의 가능성은 없을까. 전준주는 자신의 어머니는 홍콩 마카오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는 초미여사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어머니가 한국에 들어온다며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 여성을 주위 사람들에게 어머니라고 알리기도 했다. 낸시랭도 이 말을 그대로 믿은 듯 "남편의 어머니가 사는 마카오에 가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준주가 출생의 비밀을 가진 건 아닐까.

그가 사업상 만난 사람들에게 어머니라고 한 이른바 '초미여사'에게 직접 이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여성은 자신이 초미여사로 불리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황당해했다. 중국 등지에서 사업을 펼치는 한국인 K씨는 지인을 통해 '자신은 전 씨의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과의 친분으로 전준주를 소개를 받았을 뿐 그의 지인들에게 어머니로 둔갑되고 있는 사실을 몰랐고, 알았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전준주와 사업상 알게 된 한 관계자 A씨 역시 초미여사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A씨는 "중국 출장을 갔다가 초미여사를 수소문해본 적이 있었다. 그가 말한 곳에 그런 이름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중국에 출국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전준주는 20~30대를 긴 수감생활로 보냈고, 출소해서는 전자발찌 때문에 외국을 나간 적도, 비자를 발급받은 적도 없다. 초미여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그의 말은 전혀 믿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준주 낸시랭 왕진진

<전준주가 2015년 직접 보낸 SNS메시지 일부>

◆ "호적상 1980년생, 실제 나이는 1971년 1월 2일생"

전준주가 기자회견에서 "나는 호적상 1980년생이지만 실제 나이는 1971년 1월 2일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나이를 1971년생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1976년생 낸시랭도 이를 믿고 있는 듯 호적상 4세 연하인 전준주를 여전히 '오빠'라고 부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 99%이다. 전준주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17살의 나이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야 했다. 8살과 17살의 신체적 차이는 외관상 뚜렷하다. 하지만 그가 다녔던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에 있었던 도암북국민학교의 입학 기록 및 졸업 사진을 확인해보면 그의 키와 앳된 외모 등은 여느 8살의 것과 다름없다. 그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 역시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낸시랭 왕진진 기자회견

◆ "장자연과 많이 만났죠…죽은 자는 말이 없고요"

전준주의 거짓말은 2009~2011년 故 장자연 편지 위작사태 때 이미 한차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이 장자연과 50통(230페이지)의 편지를 주고받았다며 다수의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직접 제보했다.

이 사건은 국과수 감정, 경찰 조사 등을 통해 "전준주가 편지를 위조한 자작극"으로 결론 났다. 그는 증거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광주지방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8개월을 선고받았다. 전준주는 이와 같은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전준주는 다시 한번 고인과의 인연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는 허점이 있다. 전준주는 장자연과 만난 시점이 "10대 때"라고 주장했지만 그가 1971년생이 맞다면 장자연은 10세 때다.

["오빠랑 처음 인연이 됐던 1995년 겨울, 기억나? 기억나지. 광주 조선대병원 설마! 오빠가 휠체어 뱅뱅이 돌다 내달린, 오빠하구 재미난 추억"(전준주가 장자연의 편지라며 공개한 내용 일부)]

만약 전준주가 기자회견에서 나이를 거짓말한 게 맞고, 실제 나이가 1980년생이라는 주장을 전제로 두면 두 사람이 1995년 16세 때 만났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전준주와 장자연이 10대 때 서로 다른 지역에 거주해 실제로 만났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전준주는 1999년 수감 이후 2009년까지 3개월 빼고 계속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는데, 언제 친한 오빠동생 사이가 됐는지 알 수 없다. 경찰 수사를 통해 전준주와 장자연 사이에 전화통화가 없었고, 면회도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0년이 흘러 성인이 된 장자연이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준주에게 편지로 모든 걸 터놓았다는 건 믿기 어렵다.

낸시랭 왕진진 기자회견

당시 수사기관 역시 "전준주는 고인과 일면식도 통화도 없다. 신문을 보고 이런 일이 있었을 것 같다고 추측한 내용이라고 본인이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낸시랭

<사실혼 관계였던 H씨와 전준주의 사진. 2015년 H씨 이름으로 계약해 지난해 12월까지 전준주와 H씨가 함께 거주했던 이 빌라는 방 하나에 행거와 침대 하나 놓여있는 아주 작은 거처였다.>

◆ 문화기업 운영·국정원 보호·500억 자산가…끝없는 주장들

전준주가 한 주장 중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건 더욱 많다. 그가 운영한다는 위한 컬렉션은 포털사이트 개인 블로그가 전부이며 등기부등록 상 존재하지 않는 실체 없는 곳으로, 전준주가 명함에서 밝힌 주소는 위한컬렉션과는 전혀 관련 없는 목욕탕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곳이었다.

또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국정원 보호를 받고 있는 거물"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는데, 이는 전자발찌 착용을 숨기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이었다.

전준주 낸시랭 왕진진

전준주의 또다른 지인 C씨는 "마카오 어머니인 초미여사가 국정원에게 매달 500만원씩 주고 나를 보호해주라고 요청했다며 위치감지 장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전자발찌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기계에 '법무부'라고 써있으니, 정말 전준주가 대단한 사람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나중에 전준주가 이 장치를 분실해 보호관찰소 직원들이 출동하면서 전자발찌의 정체를 알게 된 황당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낸시랭

<2015년 전준주가 보낸 SNS메시지. 도자기를 파라다이스 고 전락원의 유산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 전준주는 12월경 자신이 500억 자산가라며 슈퍼마켓에서 현금카드로 계산하고 '잔액 500억원'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500억 자산가는커녕, 현재 20억원 대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해 금융거래가 어려운 상태다. 500억 자산가라는 주장은 한마디로 전혀 사실무근이다. 전 씨의 사정을 잘 아는 지인은 "500억원은커녕 지금 50만원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며 혀를 찼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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