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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18년 한국 떠나겠다”…낸시랭 남편 전준주의 ‘1조 아트펀드’ 큰 그림은?

강경윤 기자 작성 2018.01.18 10:06 수정 2019.03.05 11:05 조회 9,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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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 왕진진 기자회견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팝 아티스트 낸시랭(42)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전준주(37)의 상황은 달라졌을까. 전준주가 故 장자연의 조작 편지의 주인공이었다는 신분을 기자회견에서 드러내지 않았더라면, 2013년부터 전 씨가 썼던 자칭 문화기업 위한컬렉션의 왕진진 회장이라는 가면의 유효기간이 더 늘어났을까. 

전준주가 2017년 12월까지 마무리하고 2018년 상반기를 목표로 했던 자칭 위한컬렉션 사업들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1조원 대 아트펀드의 조성, 마카오 윈팰리스 투자 유치, 세계 명화전시 사기 등을 계획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위한컬렉션은 실체가 없었고, 사업들은 모두 거짓 위에 세우려던 모래성이었다.

◆ “1조원 대 아트펀드 만들겠다”

전준주는 해외에 나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지만 '마카오 출생'과 '파라다이스 故 전낙원 회장의 서자'라고 거짓말을 했다. 학력, 사업경력, 재정력 등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거짓 배경은 전 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끄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전준주는 지난 9월 사업가 A씨에게 '1조 아트펀드'를 첫 언급했다. '1조 펀드'는 전 씨가 가졌다고 주장하는 세계적 명화 전시 라이센스와 故 전낙원 회장에게 물려받았다는 감정가 1조 5000억 원의 도자기들을 이용해 펀드를 조성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가 이 모든 게 사기라는 걸 판단한 건 2달 뒤인 11월이었다. 전 씨는 아침 7시부터 그다음 날 새벽 3시까지 쉬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며 A씨가 이성적 판단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A씨가 전시 라이센스와 도자기들의 감정서 등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보내달라고 요구하면 “나 못 믿냐.”며 오히려 호통을 치며 시간을 끌었다.

사실혼 관계였던 H씨의 단칸방에 얹혀사는 신세였으면서도, 전준주는 다른 사람의 집을 자신의 것인 양 보내면서 재력을 과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 평창동에 사는 백 회장이라는 재력가 양아버지가 2000억원대 투자를 해줄 것이라고도 속였다. A씨는 전준주의 배경이 속속 거짓임이 드러나고 전준주가 보낸 도자기 감정서 10장이 모두 위조라는 걸 파악한 뒤 모든 게 '사기'였음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전준주는 사업가 A씨의 사업자등록증을 보증 담보로 인터파크에서 전시 관련 티켓 계약금 3억 원을 선급금으로 받아 챙기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다행이 A씨의 사업자등록증이 보증 기준자격에 부합하지 않는 바람에 A씨는 전준주의 사기행각 이후 3억 원을 고스란히 떠안을 위기를 넘겼다. 

낸시랭

◆ “샤갈·팝아트…세계 명화展 아시아 판권 있다”

전준주의 사기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세계 10대 명화들에 대한 아시아 전시 10년 판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난 9월부터 샤갈, 피카소, 팝아트 전을 기획한다고 큰소리를 쳤다. 거짓 배경들을 이용해 '심복'들도 만들었다. 전준주까지 5명으로 이뤄진 이른바 '독수리 오형제'. 자칭 위한컬렉션 회장 전준주를 중심으로 미술관 대표, 여행사 대표, 엔터테이먼트 대표, 금융회사 대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준주는 R호텔에서 진행되는 '팝아트 전시'과 전혀 관련이 없으면서 자신이 전시회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으며 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수리 오형제 만남에서 “10년 아시아 판권을 이탈리아에서 계약해왔다.”면서 “한국에 이어 그다음에는 중국에서 할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독수리 오형제 중 한 명인 미술관 대표 박 모 씨가 해당 전시회 기획사와 맺은 MOU계약서를 위한컬렉션의 사업 계약서인양 위조하기도 했다.

전준주는 개관을 앞두고 인테리어가 한창인 미술관을 자신의 것인 양 소개했으며, '시공테크'에 인테리어 계약을 맺었다며 사람들 앞에서 관계자와 통화를 하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측은 전준주 일당과 계약을 맺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해당 미술관의 인테리어 시공사 역시 시공테크가 아닌 제3의 업체다. 

낸시랭

◆ “마카오 윈 팰리스에서 300억 투자를 받는다”

전준주는 국내에서 해외로 사기의 범위를 넓혔다. 그는 “어머니가 마카오에 거주하는 중국인”이라는 거짓 배경을 언급하며 마카오 윈팰리스와 투자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머니의 소개로 윈팰리스 사람과 미팅을 했다고 했지만, 지인 중 한 명을 통해 해당 관계자를 접촉해 '상속' 도자기 300점을 빌미로 300억원 대 투자를 받으려고 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미술관 대표 박 씨를 앞장세웠다. 박 씨에게 윈팰리스와의 전시의향서를 만들도록 했다. 전준주의 회사는 실체가 전혀 없지만 박 씨는 실제 그 분야에 종사하고 있었다. 박 씨는 “전준주가 30억, 10억원을 투자해주겠다고 접근했다. 실제로 투자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금전적, 정신적 손해만 봤다. 너무나 부끄럽고 할 말이 없다. 어려운 미술계를 이용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준주가 진행한 사기행각이 드러나더라도 모든 걸 박 씨에게 떠넘기려고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전준주가 인터파크에서 사업자 A씨에게 보증을 서게 하고 3억원 대를 투자받으려고 했던 것처럼, 박 씨 역시 낸시랭과의 결혼 이후 보도가 없었다면 더 큰 피해를 막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독수리 오형제'는 전준주의 실체를 확인하고 모임이 와해됐다. 법적인 부인 낸시랭만 그 곁을 지키고 있다.

낸시랭

◆ 팝 아티스트 낸시랭에게 접근한 전준주

전준주가 낸시랭에게 접근을 시도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 그가 팝아트 전의 10년 라이센스 계약을 따왔다며 전시회 관련해 거짓말로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닐 때였다. 낸시랭은 스위스에서 돌아와서 전시회를 알아보고 있는 시기였다. 전준주는 낸시랭을 잘 아는 사업가 A씨에게 낸시랭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고, 전 씨를 의심하기 시작했던 A씨는 낸시랭을 아끼는 마음에 계속해서 이를 거부했다.

전준주와 낸시랭은 “오래전 대학교에 다닐 때 홍대 앞 클럽에서 처음 만났다.”고 주장했지만, 전준주는 오랜 수감 시간 때문에 낸시랭을 봤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다'는 말은 전준주가 故 장자연, 사실혼 관계 H씨, 독수리 오형제 중 한 명에게도 했던 말이었다. 전 씨가 상대의 호감을 끌기 위해서 자주 하는 말이기도 했다. A씨에게 전준주는 “지인이 20년 전부터 낸시랭을 해외에서부터 알고 있었다.”며 낸시랭과의 자리를 만들어달라며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낸시랭

전준주를 수년간 봐온 한 지인 B씨는 전준주가 올해까지 사기행각을 펼치다가 내년부터는 해외 도피를 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9월 전화통화를 하는데 '저 올해까지만 국내에서 고생하고 내년부터는 어머니가 있는 마카오에 가서 편하게 살래요'라고 하더라. 다 정리하겠다, 이제 거의 다 왔다는 말도 하기에 그땐 '그저 또 거짓말 하는구나' 했다. 그런데 낸시랭도 이 말을 하더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낸시랭

전준주를 기소한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그가 단 한 번도 출국한 사실이 없고, 전낙원 회장과도 무관하며, 금융권에서 신용거래가 정지된 상태인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법정 밖에서 만난 낸시랭은 여전히 전준주의 거짓말을 믿고 있는 듯 했다. 낸시랭은 “마카오에 있는 시어머니와 통화를 했고, 올해 마카오에 가서 결혼식을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팝아트 전과 개인전을 열어서 작품 활동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낸시랭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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