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마약왕'·'공작'·'인랑'·'신'…2018 '천만 영화' 점쳐본다면?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1.19 16:32 수정 2018.01.21 01:04 조회 2,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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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2017년 충무로는 흉년이었다. 12월 극장가에 등판한 대작들이 잇따라 흥행하며 상반기 실적 부진을 만회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작품의 질은 기대에 못 미쳤다.

2016년 '곡성', '아가씨','부산행', '동주', '우리들' 등 거장과 신진의 수작이 넘쳤던 것과 대비된 부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지난해는 흥행과 비평 양쪽 모두 인정할만한 수준의 웰메이드 영화가 적었다.

그렇다면 올해의 충무로는 어떨까? 한국영화 시장을 쥐고 흔드는 5대 투자배급사(CJ, 쇼박스, 롯데, NEW, 워너)가 야심 차게 내놓은 2018년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작년과 달리 기대작이 넘친다.

특히 연간 농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확기로 꼽히는 여름 시장은 피 터지는 경쟁이 예고된다. 각사들이 내세우는 텐트폴(성수기용 대작)영화의 면면이 화려하다. 모두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톱스타 2~3인 이상 동반출연하는 멀티캐스팅 영화다. 그러나 높은 예산으로 인해 손익분기점만 약 500만 명에 육박하는 대작이기도 하다. 

'암살'(2015),'베테랑'(2015),'부산행'(2016), '택시운전사'(2017)까지 최근 몇 년간 여름 시장에서는 어김없이 천만 영화가 나왔다. 올해도 한 편 이상의 천만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해본다.

각 영화의 개봉 시기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여름 시장에 출격할 각사의 텐트폴 영화를 예상해봤다. 

마약왕

◆ '마약왕' 송강호, 희대의 문제적 인물 변신    

제목부터 문제적이고 강렬한 '마약왕'은 감독, 배우, 소재 면에서 이목을 집중시킨다. 2015년 영화 '내부자들'로 전국 900만(본편+확장판) 관객을 모으며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운 우민호 감독과 국민 배우 송강호가 만났다. 소재 또한 흥미롭다.

'마약왕'은 1970년대 마약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두삼'과 그를 돕고 쫓고 함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송강호는 전국 최대 규모의 필로폰 제조 및 판매업자 '이두삼'으로 분했다. 하급 밀수 업자로 생활하다 마약 제조와 유통에 눈을 뜨게 되면서 마약계의 대부로 거듭나는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필모그래피에서 찾아보기 힘든 야망에 젖은 캐릭터를 맡아 기대감을 자아낸다. 게다가 종전 영화와는 다른 남성적 매력을 어필해 '섹시한 송강호'를 만나볼 수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이성민, 조정석, 배두나, 김대명, 조우진, 김소진 등 연기파들도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최근 공개된 단 한 장의 스틸 사진은 송강호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할리우드 최고 연기파 배우 알파치노의 대표작 '스카페이스'(1983)가 떠오르는 스틸이다.

지난해 '택시운전사'를 투자배급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쇼박스는 올해 '마약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00억이 넘는 제작비, 스타 감독과 배우가 뭉친 영화인 만큼 여름 시장 출격이 예상되지만, 한 타임 앞선 6월 개봉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폭력 등의 소재로 인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불가피한 만큼 15세 관람가 격전지인 여름 시장에서는 흥행에 불리할 수 있는 판단 때문이다.

만약 '마약왕'이 이른 개봉을 택할 경우 올여름 극장가는 7월이 아닌 6월부터 달아오를 전망이다.

공작

◆ '공작', 윤종빈 감독이 만드는 남북첩보극

윤종빈,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감독이다. 대학 졸업 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2005)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한 윤종빈 감독은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2011)를 만들며 비범한 야심을 빼어난 실력으로 입증했다. 그러나 전작 '군도(2014)'가 좋은 소재를 살리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기에 신작 '공작'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최초로 북한의 핵 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으로 잠입한 남의 첩보원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 간의 첩보전을 그리는 영화. 안기부의 북풍 공작 사건으로 유명한 '흑금성 사건'(1997년 12월 15대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가 주도했던 북풍 공작)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다. 

지난해부터 재바람을 탄 남북 소재 영화의 정점이 될 작품이다. '공조'가 다소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내고, 'V.I.P'는 극단적 폭력성을 강조했으며, '강철비'가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했다면 '공작'은 현실적이고 냉철하게 남북문제를 바라볼 것으로 보인다. 남과 북 사이에서 안기부의 A급 공작원, 북한에 포섭된 간첩이라는 극단의 상황에 처했던 실존 인물을 통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북풍의 실체를 파헤치고, 그 소용돌이 안에 놓였던 인간들의 딜레마를 조명한다. 

천만 배우 황정민이 실존 인물 '박채서'를 모티브로 한 안기부 스파이로 분한다. 이 밖에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이 탄탄한 조연진을 구축했다. 게다가 이 영화에는 이효리가 인기 여가수로 깜짝 출연했다.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하는 '공작'은 하정우 주연의 또 다른 대작 'PMC'와 텐트폴 자리를 놓고 격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로서는 '공작'의 여름 개봉이 유력한 상황이다. 

   

인랑

◆ '인랑' 김지운X강동원, 전설의 日애니메이션 실사화 

어떤 영화가 나올지 예측이 안되지만, 그만큼 기대되는 영화가 '인랑'이다. 근 미래, 남북한이 7년의 준비 기간을 거치는 통일을 선포한 가운데, 반통일 무장 테러단체 섹트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경찰조직인 특기대, 그리고 통일정책에 반대하는 강력한 권력기관인 공안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암투와 격돌을 그린다. 

일본 오시이 마모루 각본의 '인랑'(감독 오키우라 히로유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남다른 비주얼과 철학적 세계관으로 충무로 수많은 감독에게 영향을 끼친 전설의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국내에서, 그것도 실사로 제작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충무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는 김지운 감독은 오랜 준비 끝에 '인랑' 실사화에 나섰고, 그만의 색깔로 원작과는 또 다른 느낌의 영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블랙코미디, 공포, 느와르, 서부극 등 장르마다 자신만의 개성을 투영한 '장르 마스터' 김지운이 SF는 어떻게 요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1960년대 일본이라는 원작 배경을 통일 국면의 한국으로 변환한 것도 인상적이다. 

투자배급은 '밀정'으로 국내 영화계에 안착한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맡았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여름 시장 출격을 예고하고 있다. 

'인랑'의 비주얼 배우 군단도 기대를 모은다. 강동원은 '인랑'에서 최정예 특기대원으로, 한효주는 죽은 섹트 소녀의 언니로 임중경의 마음에 동요를 불러오는 '이윤희' 역으로, 정우성은 특기대의 산 역사이자, 임중경을 최정예 대원으로 길러낸 특기대 훈련소장 '장진태' 역으로 출연한다. 이밖에 보이그룹 샤이니 출신의 민호, 연기파 한예리, 개성파 배우 허준호가 출연해 흥미로운 조합을 완성했다.   

신과함께

◆ '신과함께-인과 연', 최초의 시리즈 천만 가능할까

'신과함께-인과 연'은 여름 출격을 앞둔 영화 중 가장 느긋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1편 '신과함께-죄와 벌'이 전국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획 초기만 하더라도 1,2편 동시 제작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이 도전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됐다. 이미 1편의 흥행으로 1,2편에 들어간 총제작비를 회수했다.

1편의 성공으로 속편에 대한 기대치도 치솟았다. 반대로 원작 웹툰에 비교하면 실망스러웠다는 관객들에게 2편은 1편의 아쉬움을 채워 줄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예비 관객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 시사 반응 역시 1편보다 2편이 훨씬 재밌다는 반응이다. 재미와 완성도의 업그레이드가 예상된다. 

2편은 '강림'(하정우)의 전사와 '수홍'(김동욱)의 가세 그리고 '성주신'의 맹활약이 펼쳐진다. 1편 말미 깜짝 등장해 관객들을 놀라게 한 '성주신'은 대세 마동석이다.    

제작사 덱스터 필름은 1편이 개봉하자마자 2편의 개봉일을 2018년 8월 1일로 고지했다. 엄청난 자신감이다. 신들린 흥행 질주를 펼친 끝에 천만을 가볍게 넘긴 1편에 이어 한국 영화 최초 시리즈 연속 천만 돌파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까. 부진의 늪에서 완벽히 부활한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겨울에 이어 여름 시장에서 다시 한번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창궐

◆ '창궐', 조선 시대로 간 좀비…야귀 블록버스터 

2016년 '부산행'(감독 연상호)으로 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NEW가 다시 한번 좀비 블록버스터를 내놓는다. 700만 흥행작 '공조'의 콤비 김성훈 감독과 현빈을 내세운 '창궐'이다.

'창궐'은 밤에만 활동하는 '야귀(夜鬼)'의 창궐을 막고, 조선을 구하기 위한 이청(현빈)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부산행', '신과함께' 등이 잇따라 흥행하며 국내 관객의 장르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용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 증명됐다. 게다가 토종 기술력의 신장으로 인해 한국 장르물도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은 수준의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창궐' 역시 화려한 CG 기술로 야귀의 비주얼을 실감 나게 살려냈다는 후문이다.  

미남 배우들의 변신도 기대를 모은다. 현빈은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후 십수 년 만에 조선으로 돌아온 이청 역을 맡아 새로운 매력을 뽐낼 예정이다. 장동건은 조선의 개혁을 꿈꾸며 병권을 쥔 궁의 실세 병조판서 김자준 역을 통해 데뷔 25년 만에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다. 

양만춘 장군의 안시성 대첩을 그린 조인성 주연의 '안시성'도 NEW의 텐트폴 영화로 거론되고 있지만, 조금 더 촬영을 일찍 마친 '창궐'이 가능성이 더 높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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