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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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셀러브리티]정용화 특혜 논란이 우리에게 남긴 박탈감

작성 2018.01.19 15:37 수정 2018.01.19 15:59 조회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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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화

[SBS연예뉴스 |이정아 기자] 씨엔블루 멤버 정용화가 경희대학교 대학원 특혜 입학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20, 21일 예정대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지난 16일 SBS '8뉴스'는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 A씨가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공식 면접에 불참했음에도 최종 합격해 경찰이 특례 의혹을 제기하고 수사에 나섰다"는 보도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10월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 지원, 서류 전형과 면접을 모두 거쳐야 하지만 면접에 불참하고도 최종 합격했다는 것이었다. 이 보도 이후 특혜 입학 논란이 크게 일었고 이후 이 A씨가 씨엔블루 멤버 정용화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씨엔블루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 사과문을 읽으며 느낀 씁쓸한 뒷맛이 사라지지 않는다.

FNC 측은 "최근 정용화와 저희 소속사 담당자가 정용화의 경희대 응용예술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문제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정용화는 학교 측의 수회에 걸친 적극적인 권유로 지난 2017년 1월 경희대에서 실시한 응용예술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추가모집 전형에 응시해 합격했다"고 밝혔다.

또 "정용화는 2016년 가을학기에 응용예술학과 박사과정에 지원했다가 원서 기재 실수로 입학전형에서 불합격했다. 그런데 해당 학과의 박사과정 지원자가 부족해 계속 정원미달이라 학교 측이 지속적으로 소속사에 정용화가 추가모집에 응시할 것을 권유했고 이에 따라 2017년 1월 대학원에 지원하게 된 것이다. 정원미달로 실시된 2017년도 추가 모집 시 지원자는 모두 합격될 정도로 경쟁이 없었으므로 정용화가 들어가기 어려운 과정을 특혜를 받아 부정하게 입학한 것도 아니고 대중의 평판을 생명으로 삼고 있는 인기 연예인으로서는 그럴 이유도 없었다(학칙상 개별면접은 불가능하고 학교에 가서 면접을 보아야 하는 것을 알았더라면 정용화의 일정을 조정해서 몇 시간을 내 면접에 참석했을 것이며 공인으로서의 평판에 치명적인 위험을 야기하는 일을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도 말했다.

백번 양보해 소속사의 설명대로 정용화가 들어가기 어려운 과정을 특혜를 받아 부정하게 입학한 것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었음을 이해한다고 하자.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이 부분이다.

"아이돌 스타와 같은 인기 연예인들은 공연 등으로 바쁜 일정 때문에 소속사가 모든 일정을 정하고 연예인들은 그 일정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 정용화의 경우에도 이번 대학원 입학을 위한 응시원서 작성-제출이나 학교 측과의 연락 등 모든 업무를 소속사가 알아서 처리했다. 소속사와 정용화는 모두 본건이 문제가 되기 전까지 정용화가 정상적인 면접 절차를 거쳐 대학원에 합격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정용화는 개별면접 역시 정상적인 면접절차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정용화는 소속사가 짜 준 일정에 따라 면접을 본 것이다."

이 부분을 보면 '아이돌 스타와 같은 인기 연예인들'의 경우 소속사가 모든 일정을 정하고 대학원 입학을 위한 응시원서 작성-제출과 같은 모든 업무를 소속사가 알아서 처리한단다.

미성년자일 경우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성인이다.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성인 아닌가. 이 설명대로라면 박사 과정을 밟는 게 본인의 뜻인지 소속사에서 정한 '일정'인지도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박사 과정을 밟기로 결정하면 됐지 나머지 제반 사항은 소속사가 해줄 수도 있는 일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석사 과정을 밟고 박사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면 그 지원과정이 어떤지, 어떤 전형을 거쳐야 하는지 정도는 숙지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박사 학위가 그냥 등록해서 합격만 하면 얻어지는 것이었나. 본인이 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 딸 수 있는 게 아닌가. 이번 일을 보면서 박사 과정이 이토록 쉬운 일이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떻게 보면 언제 응시를 해야 하고 지원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챙기고 전형에 필요한 자료를 만드는 것부터가 해당 공부를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교에 갔으면 무사히 졸업을 해서 학사 학위를 따기 위해 피땀을 흘리고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한다. 또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하기 위해 마치 또 다른 수능을 공부하듯 공부를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이들이 대신 응시원서를 작성, 제출하거나 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자기소개를 잘 쓰기 위해 학원도 다닌다는데 그럼 그런 사람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석사 역시 마찬가지다. 석사에 지원하기 위한 응시원서를 작성하고 때가 늦지 않게 지원서를 넣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는 일은 당연하다. 또 어떤 이들은 우편으로 지원서를 접수하는게 불안해 직접 지원하는 학교에 가서 지원서를 넣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모든 일들이 바쁜 '아이돌 스타'가 아니기에 해야 하는 일들인가.

그런 일들을 하는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돌 스타'보다 공연 등으로 바쁘지 않아서가 아니다. '아이돌 스타'보다 한가해서도 아니다. 우리 모두 다 자신들의 일로 각자 너무도 바쁘고 고단한 일상을 산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게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 절차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그 해당 절차를 숙지하고 있고 그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다.(물론 그들처럼 특별한 제안을 받지 않아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음을 아예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긴 하다.) '아이돌 스타'들에게 '직접' 가서 지원서를 접수하라고까지 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무엇이 적법 절차인지 정도는 숙지를 하고 있으라는 거다. 소속사가 공부를 대신해주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하는 거니까 말이다. 그리고 소속사는 어린 시절부터 활동을 하느라 어쩌면 이런 과정들을 잘 모르고 있을 이 멤버들에게 올바른 조언을 해줄 수 있었으면 한다. 

정용화는 예정대로 20, 21일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이 공연을 여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었을까. 이것 역시 소속사에서 정해준 모든 정해진 일정 중의 하나는 아니겠지.

happ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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