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크리스탈이든, 정수정이든, "행복하고 싶어요"

강선애 기자 작성 2018.01.22 11:24 수정 2018.01.22 11:30 조회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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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정 크리스탈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자신의 시작점을 부담스러워하기 마련이다. 아이돌로 활동한 인지도가 클수록 더욱 그렇다.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연기자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연기력을 평가받기 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대중의 마음도 돌려야 한다. 그래서 일부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가수 활동 이력이 자꾸 들춰지는 것을 꺼려한다.

배우 정수정은 'f(x) 멤버 크리스탈'이란 이름으로 인지도가 더 높은 게 사실이다. 연기 쪽으로 더 활동영역을 넓이고자 한다면, f(x) 크리스탈이라 불리는 걸 꺼려해야 맞다. 그런데 정수정은 다르다. 연기만큼 음악에, f(x) 활동에도 애착이 크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가수로서 정체성을 숨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수정과의 인터뷰는 마음이 편했다. 가수 활동 언급을 해야 할까, 앨범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정수정은 연기도 음악도 모두 좋아했다. 굳이 분리하려 하지 않았고, 두 분야에서 모두 재미와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치 처음부터 배우였던 것처럼 자신을 애써 포장하는 일부 다른 연기돌과는 달라, 그 마음이 예뻐 보였다.

정수정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야구 스타 김제혁(박해수 분)의 연인 김지호 역을 맡아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알콩달콩 연애부터 가슴 아픈 이별, 다시 뭉클한 재회까지, 재미와 공감을 자아내는 연기로 시선을 모았다.

연기를 하든, 노래를 부르든,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다면 된다는 정수정.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의 행복까지 깨닫게 됐다는 그녀를 만났다.

정수정 크리스탈

Q.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인기리에 끝났다. 소감부터 듣고 싶다.

A. 정말 재밌게 읽은 대본인데,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제게 온 것에 처음부터 감사했던 작품이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더 좋았고, 행복함을 느꼈다. 좋은 기억밖에 없는 작품인데 끝났다니 너무 아쉽다.

Q. 마지막 촬영을 막 끝냈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A. 제작진이 “마지막 신입니다”라고 말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다들 끝내는 게 너무 아쉬워 일부러 NG를 내자고 장난치고 그랬다. 새벽 3시였는데도 말이다. 그 정도로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마지막 신의 마지막 컷이 제혁과 지호의 신이었는데, 해수 오빠를 바라보고 있자니 짠했다. 오빠도 저도 많이 아쉬워했다. 아, 지금도 아쉽고 그립다.

Q. 극 중 지호는 교도소 밖 인물이라, 교도소 안 수감자나 교도관을 연기한 배우들과는 붙는 신이 없어 친분을 쌓기 힘들었을 것 같다.
A. 붙는 신이 없었어도, 사석에서 많이 만나 분위기가 좋았다. 회식도 많이 했다. 저와 임화영(김제희 역)언니는 촬영이 없는 날에도 촬영장에 놀러 가고 그랬다. 배우들, 스태프들, 다들 정말 친했다. 늘 보고 싶고, 만나 같이 놀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크리스마스 때도 봤다.

Q.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A. 연기는 늘 어려운데, 그래도 재미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하면서, 새롭고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다. 신기하게 몰입이 잘 된 작품이다. '왜 몰입이 유독 잘 됐을까' 생각해봤는데, 주변 모든 환경이 그렇게 만들어준 거 같다. 감독님의 디렉션과 세트장, 스태프들이 만들어준 분위기, 해수 오빠와의 호흡, 좋은 사람들, 그 모든 게 다 저한테 영향을 미친 거 같다.

정수정 크리스탈

Q. 상대 배우였던 박해수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A. 해수 오빠랑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그 느낌 그대로, 촬영장에서도 편했다. 오빠가 워낙 잘 챙겨주고 편하게 대해줬다. 제 촬영 장면에서도 오빠는 최선을 다해 맞춰줬다. 항상 고마웠다. 실제론 열 세 살의 나이 차가 나는데, 연기하면서는 오빠랑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걱정 없이 촬영했다.

Q. 극 중 제혁과 지호의 진한 키스신이 화제를 모았다. 촬영 당시 분위기가 궁금하다.
A. 첫 키스신 촬영 땐, 저도 해수 오빠도 둘 다 조심스러웠고 긴장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해야 예쁜 각이 나올지 감독님들과 함께 연구하며 무사히 첫 키스신을 찍었다. 한 번 해보니 그다음 키스신부터는 한결 편해졌다. 대본 지문에 '뜨겁게 키스한다'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냥 일반적인 연인들의 키스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걸 보신 분들이 '진하다'고 받아들이실 줄 몰랐다.

Q. 지호의 표정이나 말투가 '그냥 정수정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실제로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에 투영한 것인가.
A. 신원호 감독님이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셨고, 저 또한 그런 연기가 편하고 좋다. 제가 생각했을 때 인위적이거나 오글거린다고 여겨지는 장면은 연기도 어색하게 나오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걸 추구하는데, 지호를 연기할 땐 제가 갖고 있는 말투나 일상적인 모습이 자연스럽게 묻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절 지호에게 많이 반영하려 했다.

Q. 지호를 연기하기 위해 머리도 단발로 자르지 않았나. 데뷔 후 짧은 머리는 처음이라 낯설었다.

A. 감독님이 단발머리를 먼저 제안하셨다. 제가 좀 차가운 이미지가 있는데,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절 만났다가 잘 웃고 밝은 모습을 보고 친근한 매력을 가진 지호 캐릭터와 어울릴 수 있겠다 생각하셨다고 한다. 감독님이 느낀 걸 시청자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줘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셨다. 그렇게 지호 역 때문에 단발로 자른 건데, 어릴 때부터 계속 긴 머리만 해 와서 처음엔 저도 어색했다. 이젠 익숙하다. 단발도 단발 나름의 매력이 있는 거 같다.

정수정 크리스탈

Q. 진짜 예전에 비해 차가운 이미지가 많이 희석된 거 같다. 단순히 헤어스타일의 변화 때문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느낌이 그렇다. 더 밝고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A. 요즘 제 주위의 많은 분들, 심지어 회사 직원분들까지도 '너 이런 모습 처음 봐'라고 말해주신다. 그동안 날 차갑게 본 사람이 많았구나, 싶다. 누구나 차가운 면도, 따뜻한 면도 있는 게 아닌가. 자연스러운 변화라 생각한다. 전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도 좋다. 그걸 굳이 바꾸려 하진 않는다. 최근 1, 2년 사이에 많이 변한 거 같긴 하다. 데뷔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동안 너무 갇혀 살았다고 느꼈다. 지난 7~8년간 똑같이 살아왔다. 요즘엔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정말 집순이였는데, 이젠 집 밖으로 나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려 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과정 위에 있는 거 같다.

Q.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도 변한 게 있나.
A. 지금보다 어릴 땐, 연기에 대해 제대로 훈련받은 게 없었다. 연기하는 게 재미있긴 했지만, 기회가 주어져 책임감에 한다는 느낌이었다.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이후 연기를 2년간 쉬었는데, 그때 많은 생각을 했다. 이후 2년 만에 '하백의 신부'로 연기에 복귀했다. '하백의 신부'는 연기에 재미를 다시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그리고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연이어 하면서, 연기에 보다 더 진지하게 임하게 됐다. 지난 1, 2년간 저한테 좋은 영향을 주는 환경들이 형성된 거 같다.

Q.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배우 정수정, 인간 정수정에게 모두 끼친 영향이 큰 거 같다.

A. 이 작품을 통해 좋은 인연들을 정말 많이 얻었다. 제가 진짜 집순이인데, 집 밖의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들이 어떤 일을 겪으며 살아왔는지 듣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깨달았다. 세상에 많은 일이 있고, 거기서 배울 점도 많다는 걸 느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 전 인복이 있는 거 같다.

정수정 크리스탈

Q. 극 중 지호와 제혁은 서로를 많이 알고 신뢰하는 만큼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는 존재였다. 정수정에게 제혁 같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

A. 제시카 언니다. 아무래도 같은 직업에 가족, 또 둘 다 여자다 보니 나눌 게 많다. 일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언니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제게 가장 의지되는 사람은 언니다. 그 외에는 친구들. 제가 진짜 인맥이 좁다. 친구도 초등학교 때 친구 몇 명이 전부다. 이번 작품을 하며 많은 사람을 알게 됐는데, 사람을 많이 아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Q. 삶의 목표나 지향점,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나.
A. 구체적으로 목표나 계획을 잡고 사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냥 막연하게, '행복'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모든 일은 행복하기 위해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 속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을 깊게 한다면 끝에 있는 행복에 도달하지 못할 거 같다. 그래서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되, 고민을 너무 고민으로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려놓고 즐기려 한다.

Q. f(x)의 앨범을 기다리는 팬도 많다. 다음 앨범은 언제 만나볼 수 있는 건가.
A. 좋은 곡이 있고 시기가 맞는다면 언제든지 낼 거다. 아직 구체적으로 잡힌 계획은 없지만, 멤버들 모두 앨범을 내고 싶어 한다. 회사가 안 내 준 것도 아니고, 그동안 멤버들의 시기가 계속 안 맞았다. 앨범 발매 일정을 잡고 준비를 시작한 적도 있다. 그런데 또 다른 일이 생겨 어긋났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공백기가 너무 길어 팬들한텐 미안한 마음뿐이다. 저도 음악이 좋고, 그래서 f(x)를 놓고 싶지 않다. 연기도 음악도 잘 병행하면서 하고 싶다.

Q. 2009년에 데뷔했으니, 이제 10년 차 연예인이다. 오랜 활동의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A. 재미와 행복을 느끼니 계속할 수 있는 거 같다. 안 하고 있으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 무대 위에선 팬분들과의 교감에 더 영향을 받는다. 앨범 준비과정도 재밌고 행복하다. 연기도 그렇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하는 동안에 정말 행복했다. 배우들끼리도 '진짜 행복하다'란 말을 서로 많이 했다.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게,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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