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이규형 "뽕쟁이 주제에, 너무 큰 사랑 받았죠"

강선애 기자 작성 2018.01.24 14:16 수정 2018.01.24 15:14 조회 1,457
기사 인쇄하기
이규형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뽕쟁이 주제에, 너무 큰 사랑을 받았죠.”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극본 이우정 정보훈, 연출 신원호)에서 '해롱이'라 불리는 마약사범 유한양 역을 연기한 배우 이규형은 지금의 인기가 실감나지 않는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향한 시청자의 뜨거운 열기 가운데에는 이규형이 있었다. 귀여움과 짠함, 코믹과 진지, 통쾌와 답답을 오가며, 그가 맛깔나게 표현한 해롱이의 다채로운 매력은 시청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래서 해롱이가 끊었던 마약에 다시 손을 대는 결말에 시청자는 큰 충격을 받았고 애정어린 원성을 쏟아냈다. 주연의 존재감마저 잡아먹은 해롱이 이규형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최대 수혜자임이 분명하다.

이토록 뜨거운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이규형은 처음 받아본다. 그렇다고 그가 '무명' 배우는 아니다. 이규형은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끊임없이 올라 공연계에선 잔뼈가 굵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중은 TV나 영화로 배우를 인지한다. 그래서 갑자기 떠오른 이규형이란 이름의, 이 연기 잘하는 낯선 배우가 누군지 궁금하다.

이규형은 드라마 '도깨비'에서 보험금 때문에 아내를 죽이는 사악한 캐릭터로 짧지만 강렬한 눈도장을 찍더니, '비밀의 숲'에선 아군인줄 알았으나 죽은 자식에 대한 애끓는 복수로 살해계획을 설계한 반전 캐릭터 윤과장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그리고 이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드디어 배우로서 존재감을 빵 터뜨렸다.

“같이 합시다”라는 감독의 한마디에 왈칵 눈물이 날만큼 간절한 마음이었던 배우 이규형. 아직 자기도 모르게 해롱이 표정이 나와 간혹 난감하다는 그를 만나, 배우로서 '꽃길'에 첫 발을 내딛은 소감을 들었다.

이규형

Q.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출연 배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인기를 실감하나?

A. 집돌이라 평소에 밖에 잘 안 돌아다닌다. 그래도 가끔 나가면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셔서 기분 좋다. 촬영 중간에 2상6방 사람들끼리 술 한잔할 때도 있었는데, 저희가 죄수들이라 불쌍하게 여기셨는지 그렇게 계산들을 해주시더라. 먹고 계산하려 나가면 누가 이미 계산하고 갔다고 했다. 그런 거 하나하나가 다 감사했다.

Q. 수많은 캐릭터 중 해롱이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해롱이가 사랑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 답답한 구석이 많았던 전개에 해롱이가 시원함을 선사한 것 같다. 주인공인 김제혁(박해수 분)한테 연쇄적으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와중에, 해롱이도 범죄자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악질의 캐릭터가 많았는데 그들에게 할 말 다 하는 해롱이가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안겼다고 생각한다. 또 약을 끊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모습도 시청자가 해롱이에게 애정을 가졌던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Q. 그랬던 해롱이가 출소 후 다시 약에 손댔을 때 시청자가 받은 충격이 컸다. 해롱이의 결말, 어떻게 생각하나.

A. 사실 해롱이가 출소하자마자 약을 다시 한다는 건 감독님이 사전에 알려주신 부분이다. 하지만 이유나 과정은 몰랐다. 배우는 캐릭터에 정당성을 만들어 연기해야 하기에, 나름 해롱이가 왜 다시 약을 할지 추측해봤다. 연인 지원(김준한 분)이가 해롱이를 버리고 떠나나? 했는데, 그 전개는 아니더라. 저도 마지막 대본을 받고 처음엔 충격이었다. 하지만 금방 수긍했다. 이게 바람직한 결말이라 생각했다. 범죄자를 미화시키지 않는 것이 저희가 가장 크게 신경 썼던 부분이다. 해롱이가 아무리 귀여웠어도, 마약을 한 행위 자체가 절대 쉽게 보여서는 안 된다. 뽕쟁이 주제에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마약은 초범, 재범, 그리고 상습범이다'란 말이 있더라. 그만큼 끊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란다. 또 모든 캐릭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거 자체가 비현실적이지 않나. 다시 마약에 손대는 해롱이나 간을 떼어주고도 아들한테 외면받는 문래동(박호산 분)처럼 비극적인 결말도 있어야 한다. 교도소는 범죄자에게 벌을 주는 곳이자 그들을 교화시키는 목적도 있는 공간이다. 장기수(최무성 분)처럼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교화되는 사람도 있고, 해롱이나 문래동 같은 사람도 있고. 이런저런 모습을 다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규형

Q. 해롱이가 다시 감빵에 들어가는 게, '슬기로운 감빵생활' 시즌2를 위한 밑그림이란 말도 나온다.

A. 정말 시즌2가 만들어지고 절 불러주신다면, 언제든 달려갈 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미 해롱이의 모든 서사가 풀렸기 때문에 주연으로 등장하진 않을 것 같다. 신원호 감독님이 새로운 배우를 발굴해내는데 워낙 탁월한 능력을 갖고 계시니, 새로운 인물들 위주로 가지 않을까. 시즌2가 된다면, 해롱이는 카메오 정도로 나올 거 같다.

Q.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는 어떻게 합류한 건가.
A. 재작년 말, 연극 '날보러와요'와 뮤지컬 '팬레터' 초연을 했는데, 신원호 감독님과 이우정 작가님이 두 공연을 모두 보시고 오디션에 불러주셨다. '날보러와요'에서 1인 4역을 했는데, 그 역할들 중 하나에 목소리 톤을 살짝 바꾸면 해롱이 캐릭터와 어울리겠다고 생각하셨단다. 운이 좋았다. 배우가 일을 안 하면 생계유지가 힘들어 두 작품을 했는데, 그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첫 번째 오디션을 2시간 정도 봤다. 분위기가 좋았고, 캐스팅디렉터도 좋은 쪽으로 연락이 갈 거 같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3주 동안 연락이 안 왔다. 낙담하고 있는데 2차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2차 때는 10분 정도 짧게 오디션이 진행됐고, 신 감독님이 “같이 하시죠”라 말했다. 그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울 뻔했다.

Q. 해롱이의 표정과 말투는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귀여운 약쟁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라 분석이 쉽지 않았을 거 같다.
A. 다큐멘터리나 마약 관련 드라마, 영화를 찾아보며 연구했다. 실제로 약을 한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고, 나름 수소문해서 히로뽕을 하는 사람의 특징을 알아봤는데 틱이 있다고 하더라. 과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틱 증세를 넣어야겠다 싶어, 한쪽 눈을 깜빡이거나 입꼬리를 올리는 표정을 특징적으로 반영했다. 해롱이가 귀여우면 좋겠다는 건, 신 감독님이 오디션 때부터 요구하셨던 부분이다. 그래서 원래 해롱이로 20대 중반의 배우를 캐스팅하려 하셨단다. 감독님이 절 해롱이 역할로 낙점하신 후, 나름 피부도 가꾸면서 어려 보이게 관리하라고 하셨다. 극 중 동갑 유대위 역할을 맡았던 정해인은 동안에 피부도 좋고 잘생기지 않았나. 너무 잘생겨서 제가 애드립으로 “잘생겼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웃음)

Q. 애드립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코믹한 장면이 많아 애드립도 많았을 것 같다. 특히 해롱이의 명대사인 '난 고통을 느끼지 않지'는 지문에 있던 대사인가 애드립인가.

A. 그 대사는 애드립이었다. 2상6방 멤버들끼리 싸운 이후에 나온 대사들은 거의 다 애드립이었다. 해롱이가 요가를 하는 설정은 대본에 나온 건데, 그때 제가 실제로 요가를 배우고 있었다. 등산을 하다가 무릎을 다쳐 재활목적으로 요가를 다니고 있었는데, 딱 대본에 해롱이가 요가 하는 게 들어가 있더라. 감독님도 작가님도 모르고 설정하신 거다. 신기했다.

이규형

Q. 해롱이가 할 말을 다 하는 성격인 탓에 많이 맞았다. 특히 문래동이 니킥을 많이 날렸는데, 그런 싸움 신들은 어떻게 촬영했나.

A. 문래동의 니킥은 CG였다.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문래동이 때리는 장면과 해롱이가 쓰러지는 장면을 따로 찍어 하나로 합쳤다. 던지는 물건들에 맞는 장면은 실제로 제가 다 맞았다. 연기를 하며 그 정도 고통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Q. 2상6방 수감자들의 브로맨스가 돋보였다. 특히 해롱이는 어느 캐릭터와 붙든 다채로운 케미를 만들어냈다.
A. 문래동과는 제일 티격태격했고, 김제혁은 엄마처럼 해롱이를 챙겼고, 유 대위와는 초딩처럼 싸웠다. 저마다 색깔이 달랐는데, 다들 어떤 애드립이든 잘 받아줘 케미가 살아났다. 2상6방 사람들과는 계속 방안에서 지지고 볶고 다 하다 보니, 호흡이 잘 맞았다.

Q. 해롱이는 동성애자였다. 해롱이와 지원의 동성 로맨스, 특히 두 사람의 발만 보여줬던 키스신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A. 원래 그 키스신은 두 사람의 커튼 실루엣 그림자로 표현하려다가, 발로만 묘사하는 걸로 그려졌다. 감독님이 최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는 선에서 잘 표현하신 거 같다. 동성애를 그리며 가장 고민했던 게, 시청자가 거부감을 가져선 안된다는 거였다. 해롱이는 2상 6방의 긴장감이나 어두운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 캐릭터에게 거부감이 들어버리면, 2상 6방에서 해롱이가 재미있게 해도 시청자가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다. 그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원 역의 준한이도 동갑이라, 바로 말을 트고 편하게 대화하며 합을 맞췄다.

Q. 아직 이규형이란 배우에 대해 잘 모르는 대중이 많은데, 해롱이가 워낙 세다 보니 그 캐릭터로만 보여질 수도 있다. 실제 이규형은 어떤 사람인지 말해달라.
A. 일단 전 이성애자이고 마약도 하지 않는다.(웃음) 실제로는 감기약도 별로 안 좋아한다. '감기약의 진실'이란 다큐를 보고 나서 감기약도 잘 안 먹는다. 또 그렇게 귀엽지도 않다. 말도 느릿느릿하고. 실제 어머님과의 사이는 너무 좋다.

Q.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에 '이규형 결혼'이 있더라. 이건 왜 그런 건가.

A. 저도 왜 '결혼'이 연관검색어로 붙어있는지 모르겠다. 저 결혼 안했고, 갔다 온 적도 없다. 연애도 쉰 지 좀 됐다. 연애를 하고 싶긴 한데, 앞으로 더 바빠지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제가 워낙 일하는 걸 좋아한다. 쉬지 않고 일하는 스타일이라, 대학로에서도 소처럼 일한다고 불렸다. 놀면 뭐하나. 계속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

이규형

Q. 연기경력은 10년이 넘었는데, TV 데뷔는 늦은 편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A. 예전에는 공연 배우가 매체로 진입하기 쉽지 않았다. 지금이야 많은 관계자분들이 공연계에서 괜찮은 배우를 찾으려 하고, 케이블이나 종편에서도 드라마를 만들어 채널이 많아졌지만, 그땐 드라마가 공중파밖에 없어 진입장벽이 높았다. 군 제대하고 2007년부터 대학 동기들과 '프로필 투어'를 다녔다. 자기 프로필을 뽑아 영화사에 돌리는 건데, 100개를 돌려도 오디션 하나 볼까 말까였다. 그래도 제가 운이 좋았던 게, 그걸 통해 영화 '김씨표류기' 오디션을 봤다. 당시 이해준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 하시며 119대원으로 목소리 출연을 했다. 그 인연으로, 이 감독님이 영화 '나의 독재자'를 하며 저한테 철주란 역할을 주셨다. 그 영화에서 또 절 좋게 보신 관계자가 오디션 기회를 줘서 드라마 '화랑'을 하게 됐고, 이어 '도깨비'를 시작으로 여기까지 왔다. 예전에 했던 노력들이 나비효과로 돌아오더라. 과거 선배들이 제게 '프로필 투어'가 노력대비 얻는 게 없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전 후배들에게 안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하라고 한다. 뭐라도 할 수 있는 건 해야 기회가 온다.

Q. 프로필 투어를 다녔던 과거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제 '불러주는' 배우가 되지 않았나.
A.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끝나고, 감사하게도 여기저기서 많이 찾아주신다. 들어오는 작품 수도 늘었다. 지금 하고 있는 뮤지컬 '팬레터' 공연이 2월 3일까지인데, 그 후 계획은 잡힌 게 없다. 이런저런 작품이 거론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아직 그 무엇도 확정되지 않았다.

Q. 해롱이란 캐릭터가 이규형에게 정말 많은 것을 안겨줬다.
A. 해롱이에게 고맙다. 해롱이로 인해 많은 분들께 저란 배우를 널리 알릴 수 있게 됐으니까. 오디션부터 준비한 걸 치면, 11개월 가까이 해롱이로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이야기하다 보면, 자꾸 해롱이 표정이 나온다.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고 그런다. 얼굴도 근육이라, 훈련한 부위의 근육이 단련된 만큼 잘 움직이는 거다. '팬레터' 공연 중에도 상대 배우가 해롱이 표정이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 안되는데. 이제 작정하고 (해롱이를) 빼야겠다 싶어, 인식하고 그런 표정을 안 지으려 노력 중이다.

Q. 2018년의 시작을 기분 좋게 열었다. 올해 계획이 있다면?
A. 일단 지금 하고 있는 공연 잘 마무리하고,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포상휴가도 잘 다녀오겠다. 연기적으로는 '비밀의 숲'의 윤 과장,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해롱이와는 또 다른 캐릭터로 찾아뵙고 싶다. "저 배우가 이런 것도 가능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새로운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로 인사드리겠다. 개인적으로는 연애도 하고 싶다.(웃음)

[사진제공=엘엔컴퍼니]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