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강동원이 밝힌 할리우드 진출기…"태국→칸→LA까지"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2.18 14:36 수정 2018.02.19 09:06 조회 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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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크로와제 거리(프랑스 칸의 메인대로)에 강동원이 있다고?"

2017년 5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취재에 한창이던 국내 취재진은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초청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초청 배우 리스트에도 없던 강동원이 칸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소속사는 "영화 관계자 미팅차 참석했다"고만 짧게 말할 뿐이었다.

그 이유가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6개월 후였다. 강동원은 지난해 12월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 LA' 출연 소식을 전했다. '쓰나미 LA'는 로스앤젤레스를 강타한 거대한 쓰나미를 그리는 재난 영화. '콘 에어', '툼 레이더', '익스펜더블 2' 등을 연출한 사이먼 웨스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칸영화제 방문의 퍼즐이 자연스레 맞춰줬다. 그는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하기 위해 해외 영화 관계자들을 칸에서 만난 것이었다.

강동원은 "그때 태국인가 베트남에 있었다. 마침 재밌게 읽은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미팅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칸으로 오라더라. '미팅하러 가기엔 먼데?'라고 생각했지만, 갔다. 두 개의 미팅이 이뤄졌다. 아, 그 미팅은 '쓰나미 LA' 출연 건은 아니다. 그때 미팅은 다른 영화다. 칸에서 1차 미팅이 있었고, 2차 미팅은 영화사 분들이 한국으로 오셨다. 그 작품은 지금도 출연 논의 중이다."

그렇다면 '쓰나미 LA'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강동원은 이 영화의 출연을 위해 오디션도 봤다. 데뷔 약 15년 만에 본 두 번째 오디션이었다.

강동원

"오디션을 본 건 데뷔작인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2003) 이후 처음이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서는 전작이 오디션이 되는 시스템 아닌가. 미국 제작사에서 오디션 제안을 하면서 (출연 작품)비디오를 보내라고 하더라. 때마침 촬영으로 엘에이에 갈 일이 있었다. 그래서 '나 어차피 LA 가야 하니까 직접 오디션을 보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그럼 더 좋지!'라고 하더라. 그래서 LA에서 오디션을 봤다."

강동원의 오디션 풍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라라랜드'의 미아(엠마 스톤)처럼 즉흥연기를 했을까, 아니면 쪽대본을 받았을까.

"다행히 대본이 있는 상태에서 오디션을 봤다. 15년 만에 오디션이란 것을, 그것도 영어로 보려니 떨리더라. 전날 대본을 달달 외워서 갔다. 그런데 굳이 외울 필요는 없었던 게 중간중간 끊어서 보더라. 내 오디션을 보더니 캐스팅 디렉터가 되게 마음에 들어 하더라. 그래서 속으로 '이제까지 해온 게 결실을 맺나' 싶었다. 그 뒤로도 몇 번 오디션을 봤는데 대본이 없이 즉석에서 대사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 대사 어디서 많이 봤는데 싶으면 슈퍼히어로 영화 대본이더라.(웃음)"

이쯤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강동원의 영어 수준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에서 무리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영어 실력을 자랑한다.

강동원

"잘하는 건 아니고 캐주얼한 프리토킹이 되는 수준이다. 아무래도 외국 생활을 장기적으로 한 건 아니니까 능숙하다고 볼 수 없다. 처음엔 힘들었다. 다행히 주변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꽤 있다. 그 친구과 만날 때는 무조건 영어로만 대화하자고 했다. 그리고 계속 내 영어 문장을 수정해 달라고 하면서 실력을 키워 나갔다."

충무로는 여전히 강동원에 대한 소구가 엄청나다. 캐스팅만으로도 투자를 끌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타 중 한 명이다. 여성 관객들도 열렬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왜 지금 이 시점에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하게 됐을까.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시장이 크지가 않다. 제작비는 늘 모자라 배우와 스태프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영화를 정말 사랑하지 않고서는 일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다. 시장을 넓히려면 배우가 해외 진출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만들어서 직배로 해외에 선보일 수도 있다. 한국 배우가 나와도 해외에서 많이 볼 수 있으려면 배우가 경쟁력을 키우는 법밖에 없다고 본다. 또 세계에 있는 많은 재능꾼이랑 작업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할리우드는 단순히 재미만으로는 진출과 성공이 쉽지 않은 무대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의 난다 긴다 하는 배우들이 모여든다. 게다가 동양인 배우의 문턱은 한없이 높고 좁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강동원은 어떤 각오일까.

"한국에서 연기하는 것과 크게 다를 건 없다고 본다. 시스템이 다르겠지만 그건 차차 적응하면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 대사 준비를 훨씬 많이 해야 한다. 다만 그런 걱정은 있다. 한국에서는 내가 맡은 거 열심히 하면 되는데 외국에서는 내가 못하면 한국 망신 시키는 거란 생각,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강동원

강동원은 해외에서도 통할까. 한국에서 느끼는 강동원만의 특별한 매력을 해외에서는 어떻게 바라볼지도 궁금했다.

"사실 나도 궁금해서 '쓰나미 LA' 감독에게 왜 날 캐스팅했냐고 물어봤다. 그의 대답이 궁금하고 기대도 했는데 돌아온 답이 "그냥 좋던데?"였다. 하하하."

강동원은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자랐다. 거창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99년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올라왔다. 99학번인 그는 1학년 말부터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시골 아닌 시골("서울 사람들은 서울 아니면 다 시골로 생각하니까요")에 있다가 서울에 올라왔는데 서울 사람들이 "(모델)한번 해보라"고 하길래 '진짜 되려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우리 동네 사람들만 그렇게 생각하는가 했었는데... '해볼까?'라는 생각에 아는 사진작가와 촬영을 하게 됐다. 이후 길거리 캐스팅이라는 것도 당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되려나'라는 막연한 생각이 오늘날 강동원의 시작이었다. 할리우드에서 강동원을 발탁한 가장 단순하고도 명확한 이유는 '좋던데'였다. 거창에서든 서울에서든 LA에서든 강동원을 특별하게 보는 그 시선만큼은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강동원은 '인랑'(감독 김지운) 촬영을 마치는데로 유럽으로 넘어가 '쓰나미 LA'의 촬영을 시작한다. 배역은 LA에 사는 한국인 청년이다. 강동원에 따르면 원래는 브라질 청년이었으나 미팅 후 캐릭터의 국적을 한국으로 바꿨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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