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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연인이었던 발라드 가수에게 몰카 피해”…8년 만에 꺼낸 #미투

강경윤 기자 작성 2018.03.05 09:24 수정 2018.03.05 15:42 조회 8,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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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 B양 A군 B군 A씨 B씨 몽타주 실루엣 물음표 남자 여자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성폭력
'어딘가 그 영상이 떠돌지 모른다'
불안감에 8년간 우울증 시달려

실력파 발라드그룹 리드보컬 A 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제보자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과거 2년간 사랑했던 연인 사이. 제보자는 A 씨가 교제 당시 동의 없이 촬영했던 이른바 몰래카메라를 촬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2010년 말 헤어진 뒤에도 그 상처로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

“정신적 고통이 매우 심했지만 고백할 수 있는 곳이 없었고, 자책과 낮은 자존감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연인의 이런 행동에 절대적으로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서 제보하게 됐습니다.”

제보자는 한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었던 A 씨와 대학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A 씨가 가요계 데뷔한 이후에도 여느 커플처럼 사랑을 키웠다. 교제 1년여 만에 위기를 맞았다. 제보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 A 씨가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비밀스러운 장면과 심지어 제보자의 알몸까지 몰래 촬영한 영상을 보관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

“알몸 동영상 등 몰래카메라 촬영한 것도 모자라서 휴대전화기에 보관하고 있던 걸 들켜서 심하게 다퉜습니다. 몇 차례나 얘기했지만 핑계만 댔고, 나중에야 결국 '삭제했다'고 통보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영상통화를 하자며 수차례 몸 영상을 요구했고 거절하면 지속적인 요구와 압박으로 이어졌습니다.”

제보자는 연인 사이었던 A 씨가 자신의 은밀한 영상을 수차례 몰래 찍고 보관해왔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헤어진 뒤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어딘가에 그 영상이 나돌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무려 8년간 우울증약을 복용할 정도로 큰 트라우마 속에 살면서도 은밀하게 자행된 범죄인 탓에 고립감과 막막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후 A 씨는 가수로 데뷔, 발라드 가수로서 인지도와 인기를 얻었다. 제보자가 헤어진 뒤에도 수차례 교제 당시 촬영했던 몰카 등에 대해서 항의를 하자, A 씨는 제보자에게 2015년 경 한차례 “미안하다.”고만 말했다.

발라드가수

제보자는 #미투운동이 벌어지면서 자신과 비슷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기 바란다는 마음으로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연인 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몰카 등 성폭력은 피해자의 영혼에 칼을 꽂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범죄”라면서 “더 이상 침묵하고 싶지 않아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당사자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제보자는 “한 사람에 대한 공격보다는 데이트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자는 차원으로 미투운동에 힘을 보태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보자는 제보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하기 위해서 가수 A 씨와 나눴던 대화 일부를 비보도 전제로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연인 간 동의 없이 동영상을 촬영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배포, 공개할 때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특히 정부는 몰카범죄가 기승을 부림에 따라 올해 말까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추진해 영상물을 촬영한 사람이 연인 간 복수 등 목적으로 일명 '리벤지 포르노' 등을 유포하면 벌금 등 선처 없이 징역형만 선고하게 하는 등 처벌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다음은 제보자가 직접 전한 메시지

10여 년 전 

실력파 발라드 그룹 연습생 이었던 A군와 캠퍼스 커플로 만났고

정상적으로 사랑하는 연인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는

저에게 휴대폰 사진을 보여주다가

저와의 비밀스러운 한때에 촬영한 저의 '알몸영상' 여러개를 들키고 말았습니다.

(물론 저는 그 영상을 찍겠다고 동의한적이 없었습니다)

"일부러" "몰래" 촬영한 것이죠.

사귄지 1년여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멀리있는 너를 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영상으로 간직하고 싶었다'는 말을 믿고 용서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정말 화가 났고 당황스럽기도 했고 뭐라 대처할 만한 말도 떠오르지 않아

얼굴을 붉히며 지우라고 당장 지우라고 소리쳤을 뿐입니다만

"지웠어" 라고 말할뿐 진짜 지웠는지 어디 저장했는지는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그 말을 믿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용서해준 제가 만만해 보였는지 이후로도

영상통화를 걸어 너의 몸(어디어디)이 지금 너무 보고싶다, 보고싶다." 라며

수차례 사랑한다는 달콤한 말과 함께 몹쓸짓을 일삼았던 그에게

늘 거절하고 짜증내는게 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번 정을 들인 인연이니 쉽게 정리하지 못했고

의지가 되는 부분도 있었기에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그는 데뷔를 하게 되었고 저에게 헤어지자고 통보 하였습니다.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는 그에게 사랑했던 마음과

동영상에 대한 걱정이 뒤엉켜 수십번 문자를 하고 연락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된 답도 사과도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연락을 피하거나 바쁘다고 얼버무리거나...

이러한 대답이 돌아오는게 전부 였습니다.

"사귀다 보면 그럴수도 있는거야..."

"그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니?"...

그러다 2015년

사과의 메세지 한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가 저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꼈다면

왜 저와의 비밀스러운 시간을 타인과 공유 가능한 영상안에 저장 해놓았을까요?

그의 말데로 정말 본인만 보고 싶어서 였을까요?

본인 데뷔 후 제가 거추장스럽게 하면

그 영상으로 저를 협박해서 꼼짝못하게 하려는 '치밀한 준비'는 아니었을까요?

저는 그 영상에 대한 생각과

2년간 그와의 연애의 뿌리가 되었던 '사랑'에 대한 가치 마저 부정하며

8년간 혼돈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영상이 어디로 떠돌고 있진 않은지

지웠다고 말은 했지만 아직도 어딘가에 저장이 되어있진 않을지. 그러다가 언젠가 사고로 혹은 고의성으로 유포가 되진 않을지

수도 없이 가지를 치는 의구심이 머릿속에 떠오를때는

그저 '사람보는 눈이 없었던 내탓이다' 자책하며 우울증 약을 먹는 것만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 였던때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면 순수한 그의 마음을 확인도 하기 전에

시커먼 의심부터 펼쳐놓고 혹시나, 혹시나를 반복해야만 했던

제 자신을 고백합니다.

그렇게 아프게 쌓인 시간이

8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이상 이 일을 두려워 하지 않을것입니다.


이런 일을 가볍게 생각하시는 남성분들께

' 여러분들의 쾌락이 상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 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고민으로 아파하는 여성들에게

저처럼 오랜시간 혼자 힘들어 하지 말고

부디 드러내고 신고하고 처벌하여 절대로 반복되지 않도록 하라. 고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번 미투 운동을 ' 마음을 다해 ' 지지 합니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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