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핫 리뷰

[리뷰] '사라진 밤', 리메이크의 장단점 다 있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3.07 14:42 수정 2018.03.07 16:56 조회 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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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오리올 파올로는 스페인의 떠오르는 감독이다. 지난해 완성한 '인비저블 게스트'는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9월 정식 개봉해 9만 4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국에서 온 스릴러는 국내 영화 관계자들도 사로잡았다. '인비저블 게스트'는 '광해', '신과함께' 등을 만든 리얼라이즈 픽처스가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했다. 이보다 앞서 국내 관객을 매료시킨 스릴러가 있다. 전작 '더 바디'(2012)다. 당시 영화를 배급했던 (주)싸이더스는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하고 한국화에 돌입했다. 그 결과가 오늘(7일) 개봉한 '사라진 밤'(감독 이창희)이다.

진한(김강우)은 부유한 아내 설희(김희애)를 만나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구속과 집착에 지친 진한은 새 출발을 위해 설희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완전 범죄에 성공하고 자축을 하려던 찰나 "시체가 사라졌다"는 국과수의 연락을 받는다. 형사 중식(김상경)은 진한을 의심하고, 진한은 아내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사라진

원작이 범인의 복수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리메이크는 시체의 행방에 중점을 두고 미스터리를 펼쳐나간다. 오리올 파올로는 한정된 공간과 인물을 대상으로 한 서스펜스 축조에 능한 감독이다. 엔딩까지 범인을 예측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반전을 치밀하게 설계했다. 이창희 감독도 원작의 장점인 발상과 반전을 계승했다. 

시체가 사라졌다는 발상은 무척 흥미롭다. 사망 선고가 내려진 시신이 없어진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침입 흔적도 불분명하다.

영화는 시체가 사라진 밤부터 타이머를 켜고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공간과 인물을 파고드는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주요 공간은 국과수 시체보관실이다. 초반에는 자백을 받아내려는 중식과 진실을 숨기려는 진한의 대립 구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더불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연이은 발생과 어딘가 의뭉스러운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각자 범인을 유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리메이크만의 개성이라면 유머와 드라마의 강조다. 이는 원작이 흥미로운 설정과 반전에도 불구하고 종반까지 다소 루즈한 전개를 펼친 것에 대한 타개책으로 보인다.

사라진

원작의 형사 하이메(호세 코로나도)는 중년의 가장으로 상처에 찌든 다소 어두운 인물이었다. 한국판의 형사 중식은 훨씬 가볍고, 어딘가 어설프다. 김상경은 어둡게 침전하는 극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연기가 다소 과장된 면이 있어 유머 타율이 그리 높지는 않다.

중반 이후에는 드라마를 강조하며 반전의 공감 지수를 높이는 시도를 한다. 큰 틀에서 원작과 차이가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반전이 드러나는 후반부 플래시백과 인물의 감정신 분량을 늘였다. 다만 이 과정이 갑작스럽고 진부한 편이라 중반부까지 이어온 서스펜스의 참신함이 휘발되는 느낌이 든다.

또한 영화가 제시한 반전이 관객 대다수를 속이는 놀라움은 있지만, 복선의 활용을 통한 치밀한 퍼즐이었나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그러나 범인 찾기에 집중하고 온갖 자극으로 범벅된 국산 스릴러에 질린 관객에게 이국의 향취가 물씬 나는 '사라진 밤'은 꽤 흥미롭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범인을 알고도 엔딩을 예측할 수 없는 재미가 있다. 

진한으로 분한 김강우의 연기가 좋다. 순수와 욕망을 오가는 인물의 내·외면을 탁월한 감정 조율 끝에 잘 표현해냈다. 상영시간 101분, 15세 이상 관람가, 3월 7일 개봉.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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