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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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의 비하인드] 개그하는 정치인들 속, 정치할 수 밖에 없는 개그우먼 강유미

작성 2018.03.07 16:53 수정 2018.03.07 17:05 조회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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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미

[ SBS연예뉴스 | 김재윤 기자] “다스는 누구 겁니까?”, “가상화폐는 무엇입니까?”, “강원랜드에 몇 명 꽂으셨나요?”, “태극기를 왜 드세요? 성조기는요?”...

위의 질문들 속에는 최근 한국사회를 강타한 '문제적 키워드'들이 숨어있다. 그래서 이 질문들을 던진 사람은 '기자'일 것만 같다.

하지만, 기자는 정답이 아니다. 놀랍게도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은 개그우먼이다. 주인공은 강유미. 강유미는 SBS가 매주 목요일 밤 선보이는 거의 정통 시사 토크쇼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질문특보로 활약하고 있다.

강유미는 글자 그대로 '질문특보'답게 우리 사회의 핫 이슈 현장을 누비며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들에 대해 돌직구 질문을 던지고 있다.

파일럿 방송 때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슈를 모았던 강유미. 사실 이 질문은 온라인과 SNS상에 유행어가 될 만큼 화제를 모은 질문이었지만, 정작 이를 다루는 기자나 신문사, 방송사는 없었다.

하지만 강유미는 제작진과 함께 과감하게 이 질문을 방송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여세를 몰아 강유미는 정규 첫 방송에서도 여전히 듣지 못한 답을 듣기 위해 다시 한번 MB 집무실과 다스 본사를 찾아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끈기를 보였다.

강유미


뒤를 이어 강유미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강유미는 연일 언론에서 보도되지만, 정작 '가상화폐'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출발점으로 잡았다. 이에, 질문특보답게 강유미는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가상화폐는 무엇입니까?'라며 묻고 다녔다. 특히 강유미는 질문에 그치지 않고 직접 가상화폐에 투자해 실시간으로 널뛰는 시세에 놀란 모습을 보여 공감을 자아냈다.

또한, 강유미는 길거리는 물론 대한민국 정치의 심장 국회도 찾았다. 그녀가 국회를 찾은 이유는 평창올림픽이 개막을 코앞에 두고도 여야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남북 단일팀과 한반도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묻기 위해서였다. 이에 강유미는 '질문특보'답게 무작정 국회로 향해 "올림픽을 두고 (국회의원들끼리) 왜 싸웁니까?"라고 물었다.

강유미는 “여의도로 10년 넘게 출퇴근했지만 국회는 처음”이라며, “정말 궁금했던 질문을 하러 가는 거라 굉장히 설렌 마음으로 국회를 찾았는데, 막상 국회의원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괜히 긴장돼 질문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나더라”며 첫 국회 진출 소감을 전했다.

강유미는 국회를 종횡무진 누비며 여야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고 다녔고, 강유미의 질문을 받은 국회의원들은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강유미에게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강유미는 판사 사찰 논란의 중심에 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양 전 대법원장 집 앞까지 쫓아갔지만,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강유미는 무작정 초인종을 눌렀고, 양 전 대법원장은 "그런 거(인터뷰) 하지 맙시다"라고 거절했다. 강유미는 당황한 나머지 "사찰을 지시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결국 혹한의 추위 속에서 강유미는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강유미는 다시 힘을 냈다. 그리고는 이 실패를 거울삼아 더욱 날카롭게 창을 다듬어 더욱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고 다녔다.

강유미


'강원랜드 채용 비리 및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강유미는 카지노 딜러 복장을 하고 다시 국회를 찾아 “강원랜드에 몇 명 꽂으셨나요?”를 물었다. 특히,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의원을 직접 만나게 된 돌발 상황에서 강유미는 '증거목록 삭제 외압 의혹'에 대해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진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어준은 “강유미가 올해의 기자상을 받아야 한다. 그 어떤 언론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강유미는 지난 2월 24일 태극기 집회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서 강유미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태극기는 왜 드시는 겁니까?”라고 질문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서석구 변호사와 박근혜 지킴이를 자처하는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를 만나 태극기의 의미를 물었다.

자칫, 시위대를 자극해 돌발 위험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강유미는 굴하지 않았고 김어준은 “올해의 종군 기자상을 줘야한다”고 강유미의 용기를 높이 샀다.

사실, 강유미의 기용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개그 및 예능 프로그램 이외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없는 강유미는 “정치, 시사 이슈에 대해서는 보통의 일반인 수준”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역설적으로, 이 점이 강유미의 질문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일부 시사평론가들은 쉽게 풀 수 있는 말들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용어를 써서 시청자, 일반 국민들이 다가가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신의 고매함을 뽐낸 덕분에 대중들 사이엔 '시사=어렵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강유미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로 그 눈높이에서 질문을 던졌다. 또한, 해당 이슈에 얽혀 있지 않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처럼 계산되지 않은, 가공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질문도 가능했다.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던 그녀의 질문은 묵직한 돌직구로 다가왔다.

특히,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할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질문자의 포지션을 꿰찬 강유미의 존재감만으로도 시청자들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정치인과 재벌 그리고 일부 언론이 개그를 하고, 개그우먼이 정치 및 시사 이슈를 취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래서 강유미의 존재는 더욱 빛난다.

물론, 그녀가 던진 질문 중 돌아온 답은 거의 없다. 시사 초보, 하지만 용기만큼은 프로인 강유미의 결단력에 이제 그들이 답을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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