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영원한 소년, 블락비 피오를 응원하며

강경윤 기자 작성 2018.03.11 17:24 수정 2018.05.19 09:40 조회 2,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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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블락비 피오(표지훈·25)가 제대로 일(?)을 냈다. 한림고등학교 동창들과 극단 소년을 만들었다. 극단을 꾸린 것도 모자라서 연극 '슈퍼맨닷컴'을 무대 위로 올렸다. 피오가 직접 주인공을 맡았다. “꼭 해야겠니?”라는 주변의 만류도 많았다. 피오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일을 추진했다.

대단한 우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른바 '피오와 친구들'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에 출연한 배우 정수환에게서다. 피오와 정수환, 위너의 송민호, 래퍼 인크레더블(정현태) 등은 한림고교 1회 졸업생으로, 끈끈한 의리로 정평이 나 있다. 정수환은 인터뷰 당시 피오에 대해서 “정 많은 친구고, 학창시절부터 배고픈 친구들에게 먹을 것 많이 사주던 친구”라고 떠올렸다. 

졸업 이후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학창시절에 “꼭 극단을 만들자.”던 약속은 유효했다. 블락비 멤버로서 자리를 잡은 피오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재작년 사비를 털어 4주간 워크샵 공연을 올렸다. 그리고 2년 만에 정식 공연으로 돌아왔다. 피오는 극 중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조은달이란 인물을 연기한다.

블락비 피오 슈퍼맨닷컴

Q. 몇 번의 공연을 했다. 적응은 많이 했나.

“적응은 공연 시작 전에 다 해놨다.(웃음) 빈 부분을 많이 채워나가는 중이다. 오늘 비었던 부분을 다음날에는 메울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하고 있다.”

Q. 가수로 무대에 설 때와 배우로서 무대에 설 때, 기분이 다른가.

“어떻게 보면 비슷하다. 준비된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같다. 공연에 대해서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보러오신 분들에게 웃음을 드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피오

Q. 극단 소년을 꾸렸다. 다른 경로로 연기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을 텐데.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극단을 만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연극을 하고 싶었다. 많이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Q. 고등학교 때 어떤 학생들이었나.

“까불까불하고 그런 친구들이었다. 사고도 많이 쳤지만 선생님들이 많이 예뻐해 주신 그런 학생들이었다. 공부는 못해도 연극도 자주 보러 가고 영화도 자주 보러 다녔다.”

Q. 그래도 극단을 만든다는 게 쉽진 않은 일일 텐데.

“친구들이 제대를 했고, '얼른 시작해야겠다' 했다. 이제 어느 정도 회사에도 '블락비 활동이 없을 때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점이 된 것 같다. 사실 회사가 그렇게 엄청 좋아하시진 않는다.(웃음) 회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하지만 대표님은 저에게, 아버지 혹은 삼촌 같은 분이다. '너가 하고 싶으면 빈 시간에 해라'란 허락을 받았다. 지금은 밥값도 내주신다.”

피오

Q. 어릴 때부터 빅피처(큰 그림)를 그렸다고 봐야 하나.

“그건 아니다. 중고등학교 때 연기를 했고, 송민호라는 친구와 고등학교 때 음악을 시작했다. 사실은 연기과였다. 입시 준비를 했는데 연기와 음악 중에서 음악에 더 재미를 느꼈다. '제대할 때쯤 하자'하는 약속만 했다가 실행에 옮기게 됐다.”

Q. 송민호 씨는 같이 하지 않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연기에)관심은 있지만 음악적으로 더 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다.”

Q. 왜 굳이 연극인가.

“친구들과 같이할 수 있으니까. 그게 제일 행복하다. 소품이며 무대 구성이며 소소하게 다 어울리며 배울 수 있다. 연극 경험을 하고 나서 드라마 '사랑의 온도' 촬영장에 가보니 소품이며 배우들 연기며 모든 게 더 소중하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Q. 극단에서 피오의 역할을 정확히 무엇인가.

“음.. 바지사장이다. 친구들이 훨씬 더 열심히 홍보하고 시간도 투자한다. 나는 뭐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바지사장' 역할을 하고 있다.”

Q. 바지사장으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재작년 워크샵 공연을 할 때 많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고생을 했지만 페이 지급을 못 했다. 얼른 페이를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연도 다행이 투자를 받고 공연을 올렸다. (투자를 받는데 피오 씨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아닌가?) 그건 맞다.(웃음)”

Q. 사비를 털어서 투자한 셈인데, 돈이 아깝진 않았나.

“옷을 좋아해서 사고 친구들과 밥 먹는 것 외에 생각보다 돈을 쓸 곳이 별로 없다. 일찍 일을 시작해서 친구들과 만날 때 내가 밥값을 내는 게 거의 소비의 전부다. 연극에 돈을 투자한 건 배우에 돈을 쓴 거라고 생각한다. 배울 수 있었으니 아까운 건 없다.”

Q. 실제로 밥값은 거의 다 피오 씨가 낸다고.

“내가 다 산다. 그렇게 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또래에 비해 엄청 큰돈은 아니지만 벌었기 때문에 친구들 밥값을 사주고 싶은 거다. 예전에는 농담으로 '고마워해라'라고 했는데 이제는 아예 그런 것도 없다. 당연해졌다. 없어선 안 될 친구들이고, 이 친구들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밥값을 낸다.”

피오

Q. 블락비 멤버들은 공연을 봤나.

“다 봤다. 신기해 하기도 했고, '네 성격과 잘 맞다'고 해주기도 했다. '지금 마음을 잃지 않고 잘해라'라고 지지해줬다. 사실 워크샵 공연 때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막내다 보니 형들이 나를 믿지 못했다.(웃음) '팬분들이 많이 갈 텐데 네가 잘해야 한다. 허투루 하면 안 된다. 장난으로 하지 마라'란 말을 많이 들었다. 연극을 보고 나서는 '네가 진짜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하고 있다'며 응원을 해줬다.”

Q. 관객들은 어떤가. 주로 피오를 보기 위해 오는 팬들도 많을 텐데.

“팬분들이 많은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이번 공연으로 처음 연극을 접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다. 팬들과 일반 관객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숙제다. 어렵고 배워야 한다. 사실 홍보 방법을 잘 모르겠다.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려고 해서 전단지도 돌릴까 했다. 그런데 요즘 불법이라더라.(웃음)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Q. 제일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재작년 워크샵 공연 이후 쓰고 또 쓰고 다시 썼던 캐릭터들이 공연을 하기 전 배우들이 분장을 하고 의상을 입고 나니, 뭔가 울컥했다. 연습할 때는 못 느꼈는데 '꿈꿔왔던 게 진짜 됐구나' 해서 공연 시작 전에 울컥했다.”

피오

Q. 극단 이름이 소년이다.

“고등학교 때 얘기했던 걸 할아버지가 돼도 마음만은 꼭 소년처럼 있자고 이름을 소년으로 지었다. 나이가 들더라도 얼굴에는 소년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걸 잃지 않고 싶다.”

Q. '슈퍼맨닷컴'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배우들에게 나오는 에너지가 정말 크다.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다.”

Q. 배우를 꿈꾼 이유는.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를 영화관에서 보고 같은 영화를 4번 보러 갔다.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같은 영화를 봐도 되게 좋은 거구나'란 걸 느꼈다. 어렸을 때부터 죽는 걸 두려워했다. 늘 생각했던 게 천국의 이미지였는데, 천국에 지상과 똑같은 세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누군가 내가 상상했던 걸 영화로 보여줘서 덜 무서워졌다. 그래서 이 영화가 참 좋았다.”

피오

Q.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연기자가 꿈이었다고 하기보다는 우연히 시작했다. 우리 집에 가훈이 있었는데 '정정당당'이었다. 어떤 사고를 치더라도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혼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굳이 거짓말을 칠 필요가 없었다. 어느 날 TV를 보다 보니,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 생각났는데 그게 배우였다. 그래서 연기학원을 알아봤고, '조강지처클럽' 나쁜친구3 등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Q. 극단 소년이 연극 '슈퍼맨닷컴' 이후 꿈꾸는 건 무엇인가.

“재밌는 걸 실행에 옮기는 그런 극단이 되고 싶다. 우리끼리만 얘기한 거지만 웹드라마나 독립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연극을 올리는 과정을 독립영화로 촬영해보고 싶다. 다른 극단과 콜라보레이션도 하고 싶고, 배우들을 트레이드해서 새로운 배우들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Q. 지난해 드라마에도 출연했는데.

“회사에서 드라마 오디션을 추천했다. '네가 연극을 하고 연기를 좋아하는 건 이해한다.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걸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했다. 그래서 오디션을 직접 찾아가서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오디션이 되게끔 노력하겠다'고 했다. 1차, 2차 오디션을 거쳐 '사랑의 온도'를 하게 됐다.”

Q. 그럼 탈락한 경험도 많겠다.

“연락이 안 온 적은 많이 있었다. 그런 경험들을 재밌게 생각했다.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기도 했다. 친구들은 '넌 아무것도 아냐'라고 막 놀렸다.”

Q. 극단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쉬운 길을 놓고 어려운 길을 찾아가며 즐거움을 느낀다는 점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항상 느끼는 부분인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걸 잘 알고 싶다. 유명해지는 게 목적이 아니라, 배우고 싶은 걸 배우는 걸 좋아한다. 배우는 것 자체로 행복하다. 궁금하고 좋아하니까 세세한 것까지 알고 싶은 마음이다.”

피오

Q.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

“팬들도 걱정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막내고 까불까불한 데다, 랩만 하던 애가 갑자기 친구들과 공연을 한다고 하니까.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게다가 멤버들과 회사에 피해가 되면 안 되고 블락비로서 피오에게도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한다면 좋아해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걱정도 있었지만 그것에 비해서 더 큰 좋은 반응을 보내주셨고 그래서 감사했다.”

Q. 연기자로서 피오는 어떻게 다가가고 싶은지도 궁금하다.

“연기자로서도 극단 소년으로서도 이런 걸 꿈꾸는 친구들에게 재밌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 행복해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그렇게 비쳐졌으면 좋겠다.”

Q. 데뷔 8년 차 블락비로서는 달라진 부분이 있나.

“아직 재밌고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다. 사실 저희는 달라진 걸 모르겠다. 재밌고 좋은 음악을 좋아하는 건 같다. 남자들이고 또래들이니까 일본 공연을 하느라 호텔에 모여 맥주 한잔을 할 때가 있는데, '이 노래 정말 재밌고, 이 래퍼 정말 재밌는 것 같다, 이렇게 접목시키면 재밌겠다'는 얘기를 한다. 그런 게 재밌고 어렸을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남자는 나이가 든다고 철이 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웃음) 성숙해졌냐고 물으면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작업 방식도 같고 재밌는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같다.”

사진=김현철 기자 kch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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