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김아라 “북한 출신 편견 딛고 배우로 평가 받을래요”

강경윤 기자 작성 2018.03.22 17:05 수정 2018.03.22 18:45 조회 2,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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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라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MBC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에서 엉뚱한 중국인 가사도우미 빙빙을 연기하는 배우는 중국인이 아닌 북한 출신 배우 김아라(27)다. 앞으로 극 중 재벌2세 세주(김민재 분)의 조력자로 활약할 예정인 김아라는 북한 회령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으로 온 지는 10년 정도 됐다.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는 김아라에게는 그 이상으로 더 극적인 인생 스토리가 있다. 돈 벌어오겠다며 떠난 어머니를 기다리던 김아라는 배고픔을 견디다가 못해 12살 때 탈북했다. 김아라가 '위대한 유혹자'에서 유창한 중국어 대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탈북해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중국인 가정에 입양돼 길러졌기 때문이다. 

김아라

한국으로 건너와 미용을 배우던 김아라는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것을 인연으로 배우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마동석과 영화 '원더풀 라이프'에 출연했고 연기 기본기를 위해서 연극 '댄서의 순정'에 출연했다. 특공무술과 발레 등을 배우며 닥치는 대로 연기를 배웠던 김아라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지상파 드라마에 캐스팅됐다. 그는 배우라는 꿈을 가진 뒤 느리지만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땐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많은 새터민 출신들이 꿈을 꿨다가 좌절하고 상처를 받곤 해요. 저 역시 그랬어요. 우울증약도 먹고, 누군가가 저를 쳐다보면 '혹시 내가 북한에서 왔다고 하는 건 아닐까' 주눅이 들었어요. 학원을 다닐 때는 사람들이 제가 벙어리인줄 알았대요. 제가 겪어온 일들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기에 속으로만 계속 삭히고 입을 닫았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방송을 하게 되면서 제 상처를 털어놓게 됐고, 그러면서 조금씩 치유를 하게 됐어요.”

김아라

김아라는 언뜻 가녀려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목숨을 걸고 엄마를 찾아서 북한을 떠났던 용감함이 그대로 있다. 그가 새터민 출신들이 감히 꿈꾸지 못했던 배우의 영역에 최초로 도전장을 낸 것 역시 “한번 부딪혀보자.”는 마음 때문이었다. '위대한 유혹자' 촬영장도 어렵고 어색할 만 하지만, 김아라는 놀라우리만큼 잘 적응했다.

“큰 역할은 아니지만, 통통 튀고 주관이 있는 빙빙이라는 역할이 마음에 들어요. 김민재 씨를 돕는 역할인데요. 민재 씨가 현장에서 '누나, 누나'라고 하면서 많이 도와주고 편하게 대해줘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작은 배역이라도 시청자들에게 눈에 띌 수 있는 개성을 보여주는 게 제 목표예요.”

지난해 김아라가 연극 '댄서의 순정' 무대에 선 게 그가 연기에 자신감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성실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김아라는 연극 준비와 함께 스포츠댄스를 매일 연습했고 첫 주연작임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1시간 반 동안 끌고 가야 하는 연극 무대에 서면서 호흡과 집중력을 이끌고 가는 걸 많이 배웠고, 관객들을 보면서 경직되고 긴장하던 게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아라

그를 도와준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배우 김호창도 그중 한 명이다. 2015년 웹드라마 '아는 사람'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호창은 '아는 오빠'로서 김아라에게 연기적인 도움을 많이 줬다. 김아라는 “꿈을 함께 시작해서 친오빠처럼 애틋하다.”면서 “북에 두고 온 동생 얘기를 할 때 같이 고민해줄 정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아라는 자신을 둘러싼 '편견'의 시선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새터민으로서 편견은 무시할 수 없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저 북한에서 왔어요'라고 하면 선뜻 쉽게 대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가장 힘든 건 스스로를 이기는 거예요. '나는 북한에서 왔기 때문에 안될 거야'라는 마음이 들면 자신감이 사라져요. 편견은 편견대로 받아들이되 자신감을 잃고 싶지 않아요. 계속해서 노력해왔던 건 스스로 아는 사실이니까 많은 사람들이게 이젠 배우로서 받아들여지길 바라요.”

2018 평창 올림픽 이후 한반도에 오랜만에 평화 분위기가 도래한 것에 대해서 김아라는 기쁘다고 말했다. 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왔을 때 최근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개방된 분위기가 조금은 감지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아라는 북한에 여동생을 두고 왔기 때문에 더욱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고 있다. 김아라가 제주평화문화축제 홍보대사를 맡은 이유도 아시아의 평화가 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아라

“북한에 있는 여동생이 올해 스물다섯이 됐어요. '언니가 먹을 걸 가지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아직 못 갔네요. 작년에 통화를 했을 땐 아직 결혼은 안 했다고 했어요. 너무 위험하다 보니까 전화통화를 길게 하진 못해요. 그래서 아직 제가 한국에서 배우가 됐다는 얘기를 못 했네요. 동생이 예뻐서 동네 분들에게 '배우 해라'라는 얘길 많이 들었었는데, '언니 여기서 배우 됐어'라고 하면 동생이 얼마나 좋아할까요.”

김아라는 이제 배우로서 시작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도 그의 인생 스토리가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소개되면서 김아라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뜨거워졌다. 조만간 일본에서 에세이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김아라는 조금씩 꿈을 이뤄나가면서 새터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큰 꿈을 꾸고 있거나 하진 않아요.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노력을 해서 이뤘다면 그것만으로도 꿈을 이룬 거라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크게 후회되는 건 없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아요. 공짜를 바라지 않고 살아왔다는 게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됐어요. '죽기 살기로 하면 안 되는 게 없더라'라는 걸 길지 않은 인생을 통해 배웠네요. 배우라면 누구나 그렇듯 이 옷, 저 옷 가리지 않고 모두 어울리게 맞추고 싶을 거예요. 저 역시 진정성 있고 성실하게 평생 공부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아라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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