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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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은수 "신혜선·이태환 만나면, 해 뜰 때까지 놀아요"

강선애 기자 작성 2018.03.27 15:12 수정 2018.03.27 15:41 조회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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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수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서은수를 약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지난해 초 SBS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끝내고 마주했던 서은수는 신인에게서 엿볼 수 있는 맑고 순수한 느낌이 가득한 배우였다.

그리고 1년, 그간 서은수에겐 많은 일이 일어났다. OCN '듀얼'과 KBS '황금빛 내인생'에 연이어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특히 시청률 45%로 '국민 드라마'라 불린 '황금빛 내인생'에 주연으로 출연했다는 사실은 서은수의 연기 인생에 있어 진짜 '황금빛'의 서막을 열었다.

배우로서 온도 차는 달라졌지만, 서은수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여전히 순수했고 눈빛은 영롱했다. 자신에게 엄격한 편이지만, 탄탄한 자존감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것도 여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뻤다. 웃는 게 예뻤고, 착하고 바른 생각은 더 예뻤다.

유난히 햇살이 따사로웠던 봄날의 어느 날, '황금빛' 인생의 첫 장을 연 서은수를 만났다.

서은수

Q.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 인기리에 종영했다. 소감을 듣고 싶다.

서은수: 8개월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촬영했다. 길고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리움 밖에 안 남는다. 사계절이 한바퀴 지나갔는데, 그동안 많은 추억을 쌓았고 정도 깊이 들었다. 괌으로 포상휴가를 다녀오며, 집에 돌아오는 순간 '정말 다 끝났다' 싶더라. 매일 보던 사람들을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Q. 시청률이 무려 45%까지 나왔다. 이토록 좋은 성적을 예상했나.
서은수: 소현경 작가님의 '찬란한 유산', '내딸 서영이'를 좋아했다. 소 작가님의 세밀한 감정선, 주말극 같지 않은 재미가 좋았다. 그래서 '황금빛 내 인생' 오디션을 볼 때부터 “작가님이 좋아서 꼭 하고 싶다”라고 어필했었다. 시청률이 45%까지 나올 거란 생각은 못 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Q. 중간에 천호진의 '상상암' 전개에 대해 시청자 사이에서 비판이 있었다. 작가에 대한 신뢰가 큰 만큼, 그 역시 배우로서 믿고 갔던 부분인가.
서은수: 현장에선 전혀 개의치 않았다. 시청률도 신경 안 썼고, 오로지 유쾌한 환경에서 재밌게 찍는 것에만 집중했다. 상상암이 이슈가 된지조차 몰랐다. 다들 드라마에 완벽하게 빠져있었기에, 그저 아빠(천호진 분)가 죽지 않았단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Q. 이번 작품처럼 긴 호흡의 드라마는 처음이다. 캐릭터 분석은 어떻게 했나.

서은수: 작품을 많이 안 해봐서, 매번 어려운 건 똑같다. 지수는 중간에 감정이 큰 폭으로 변하는데, 그걸 어떻게 설득력 있게 연기해야 하나 고민이 컸다. 지수가 아예 흑화되는 건 아니면서, 상처받았다는 걸 표현해야 했다. 그 안에는 투정, 애증, 사랑 같은 감정들이 혼재돼 있어 더 어려웠다. 결국엔 지수가 주변에 '나 좀 봐줘, 나 좀 사랑해줘'라고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을 큰 축으로 잡고, 그 위에서 지수의 감정을 연기하려 노력했다.

서은수

Q. 작품에서 연기한 배역 이름 서지수가 실제 이름 서은수와 상당히 비슷하다.

서은수: 지수란 이름을 보자마자 '이건 내꺼다' 싶었다. 시놉시스를 봐도 지수는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 캐릭터라 생각했다. 하나 더 신기한 게, 신혜선 언니가 연기한 '지안'이란 이름이 내 친조카 이름과 같다. 또 혜선 언니는 우리 언니랑 동갑이다. 평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관된 게 많다 보니, 이 작품은 왠지 내가 할 거 같다는 운명적인 끌림이 있었다.

Q. 지수 캐릭터에는 어떻게 몰입했나.
서은수: 배우는 캐릭터가 불쌍하다고 여기면 안 되는데, 난 지수만큼 안타까운 캐릭터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수의 행동에 대해 시청자들이 좋게도 나쁘게도 본 걸 알고 있다. 난 지수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꼈으면 그렇게 분노했을까, 만약 내가 지수였다면 어떻게 느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Q. 지수와 실제 서은수, 닮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서은수: 실제 성격은 극 초반의 지수, 해맑고 마냥 자유로운 모습이 많이 닮았다. 지수처럼 허당기도 있다. 친언니한테 하는 동생의 철없는 모습도 나와 많이 닮았다. 그래서 연기하기 편했다. 하지만 어른과 말싸움하고 자기주장을 막 쏘아붙이는 지수의 모습은 실제 내 모습과 많이 달라 연기하기 어려웠다.

Q.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또래 배우들과 많이 친해 보인다.

서은수: 이번 작품을 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 '사람'이다. 신혜선 언니, 이태환, 신현수 오빠 등 정말 좋은 인연을 만났다. 오랜 시간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거나 넉다운 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서로에게 털어놓으며 힘이 많이 됐다. 혜선 언니는 내가 힘들 때면 그걸 알아채고 응원의 말을 많이 해줬다. 태환이는 동갑내기라 빨리 친해졌고 편했다. 함께 하면 늘 재미있었던, 내게 완벽한 파트너였다. 혜선 언니랑 태환이랑 촬영 없을 때 자주 만났는데, 셋이 만나면 수다를 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해가 뜰 때까지 논 적도 있다.(웃음)

서은수

Q. 극 중 서지수와 선우혁(이태환 분)의 러브라인이 참 예쁘게 그려졌다.

서은수: 처음부터 지수와 혁이 커플이 될 거란 걸 알고 작품에 들어갔다. 지수와 혁이 썸을 굉장히 오래 탔다. 그래서 첫 키스신이 50부에서야 나왔다. 태환이랑 "두 사람의 썸이 정말 달달하게 보이도록 노력해보자"라고 이야기했다. 닿을 듯 말 듯 한 달달한 기분, 남녀가 썸을 탈 때의 그 느낌을 주고 싶었다. 우리 커플을 좋아해 주신 시청자가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신기하다.

Q 실제 이상형은 어떻게 되나.
서은수: 선하고 잘 웃는 사람이 좋다. 취향이 비슷하고, 사소한 이야기에도 함께 즐거울 수 있도록 개그 코드가 잘 맞으면 좋을 것 같다. 서로 잘 통해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Q. 전작 '듀얼'에서 연기한 류미래 캐릭터는 많이 우울했다. '듀얼'이 끝나자마자 '황금빛 내 인생'의 밝은 서지수를 소화하느라 벅차지는 않았나.
서은수: '듀얼'의 종방연 다음날, '황금빛 내 인생'의 첫 촬영에 들어갔다. 솔직히 초반에는 약간 멘붕이었다. 우울한 미래를 아직 버리지 못했는데, 밝은 지수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 가면 금방 적응하더라. 막상 머리를 땋고 멜빵바지를 입으니 자연스럽게 지수가 됐다. 감독님이 “지수야”라고 날 불러주는 순간, 난 어느새 지수가 되어 있었다.

Q. '듀얼'이 끝나고 스스로 많이 아쉬워했었다. '황금빛 내인생'이 끝난 지금은 어떤가.
서은수: '듀얼'을 할 땐 날 학대하면서 연기했다. 류미래의 감정을 잡기 위해, 혼자 몇 시간씩 화장실 같은 좁은 공간에 갇혀 음악을 들으며 고통을 느껴보려 했다. 그게 바탕이 됐는지, 지수의 감정신은 그때보다 연기하기에 수월했다. 조금의 여유가 생겼지만, 그래도 늘 내 한계를 느낀다. '황금빛 내 인생'을 마치고 나니, 부족함 밖에 안 보인다. 겸손을 떨려는 게 아니라, 내가 작가님의 의도대로 잘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매번 아쉽고 불안하고, 과제의 연속이다.

Q. 잘 끝냈으니 자기 칭찬을 해도 될 텐데. 스스로에게 많이 엄격한 거 같다.

서은수: 원래 나한테 관대하지 않다. 스스로 칭찬도 못하고, 댓글을 봐도 악플만 기억한다. 그렇다고 자존감이 낮은 건 아니다. 날 사랑하고 내가 좋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은 잘 안다. 그런 면에선 독한 거 같기도 하다. 연기 앞에선 더 그렇다. 아직까지 내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꺼내 보이는 연기를 하지는 못한 거 같다. 차기작에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날 깨보고 싶다.

서은수

Q. 집에서는 실제로 어떤 딸인가.

서은수: 지금 생각하면, 어렸을 땐 진짜 지수 같은 아이였다. 부모님을 앉혀놓고, 연기 안 시켜준다고 울고불고 떼를 부렸다. 어린아이가 “한번 사는 인생, 내 맘대로 살게 해줘”라는 말도 했었다. 그래서 극 중 지수가 그와 비슷한 대사를 할 때, 공감이 많이 됐다. 꿈 많고, 자유롭고,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막내딸이다. 친언니와의 사이도, 극 중 지안-지수 같다. 우리 언니는 내가 고향 부산에서 홀로 서울에 올라와 지낼 때, 엄마 노릇을 해줬다. 언니에게 참 고맙다. 내 분신 같은 존재다.

Q. 지난해 인터뷰를 할 때, 신인임에도 계속 좋은 작품과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 스스로 '복이 많다'고 표현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는가.
서은수: 그렇다. 사람복, 작품복이 확실히 있다. 이쪽 일은 운 없이는 될 수 없다고 하지 않나. 특히 '황금빛 내 인생'은 신인으로서 얻을 수 없는 기회였다. 신인에게 이렇게 크고 중요한 역할을 맡겨주신 것에, 정말 감사하다.

Q. 배우로서 어디쯤 온 것 같나.
서은수: 이제 작은 언덕 하나를 넘은 것 같다. 작은 언덕 한고비를 넘기고 잠깐 쉬어가는 상태라 할까.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Q. 드라마 제목처럼, 황금빛 내 인생은 어디쯤이라 보나.

서은수: 아직 황금빛은 안 왔다고 본다. 저 위의 높은 언덕을 넘으면, 그때쯤엔 황금빛이 보일 거 같다. 일단 올라보고 싶다. 올라봐야 앞이 황금빛인지, 잿빛인지 알지 않을까. 연기를 잘해 모두에게 인정받는 순간이 배우로서 황금빛일 거 같다.

서은수

Q.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서은수: 매 작품마다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면 좋겠다. '황금빛 내 인생'을 8개월 동안 하면서 내 이름 대신 “서지수 씨”라 불리는 게 정말 행복했다. 내 이름이 서지수라 착각하고 살았다. 캐릭터의 이름들이 다양하게 쌓여, 내 얼굴에서 여러 이름이 보이면 좋겠다. 천 개의 이름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Q. 한 결혼 정보회사의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배우 서은수보다 그 브랜드 모델로 인지하는 대중도 많다.
서은수: 상관없다. 그렇게라도 날 기억해주는 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솔직히 말해, 뭐든 좋으니 광고는 많이 하고 싶다.(웃음)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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