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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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양수경 “직업란에 점을 찍던 시절도...이제는 당당히 가수라 적는다”

작성 2018.03.27 16:33 수정 2018.03.27 16:57 조회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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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경

[SBS연예뉴스 |이정아 기자] 감성을 머금고도 시원한 목소리와 서구적인 외모로 기억되는 가수, 양수경이 돌아왔다.

어느덧 데뷔 30주년. “나는 30주년이라고 하는 게 좀 부끄럽다”라고 말하는 그녀지만 데뷔 이후 그 시대를 산 대중들의 가슴 한 켠에 늘 남아있었던 그녀인 만큼 팬들에게는 이렇게 곁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이 30주년이 너무나 특별한 시간임에 분명하다.

# 30주년을 너무나 축하드린다.
“고맙다. 그런데 난 좀 부끄럽다. 해놓은 것이 없는 것 같아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어쩔 수 없이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중, 고등학교 때 내 팬이었던 친구들이 아직도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에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이제는 함께 나이 먹어가며 생활을 한다는 동질감도 느낀다.”

# 얼마 전 팬 미팅을 했다. 모든 팬이 기억에 남겠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팬이 있을 것 같다.

“나를 만나면 사소한 일에도 삐치고 그랬던 본인들의 중, 고등학교 시절, 20대가 생각난다는 친구들이 많다. 그럴 때마나 나는 '너희도 아픈 이별을 많이 했구나' 그런다. 왜 내 노래 중에 이별 노래가 많지 않냐. 이제는 그 친구들이 자신들의 아내, 남편,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면서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는 팬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지켜준 사람들이고 어쩌면 가수 양수경을 가족들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을 보는 심정은 이루 다 말로 표현을 못 한다. 첫 컴백 쇼에서도 울고 계속 운다. 내가 원래 남 앞에서는 잘 안 우는데 너무나 울컥하더라. 건강하기만 하라고 말해주는 분들이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다.”

양수경

# 건강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전히 예전에 TV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어떻게 건강 관리, 외모 관리를 하는지 공개해 달라.
“아직은 나이 드는 것을 잘 모르겠다. 관리법은 잘 모르겠다. 철이 없다고 해야 하나. 아직 그런 면이 있고 늘 예쁜 거 좋아하고 늘 아름다워지고 싶어서 자면서도 웃으려고 노력한다. 잘 때도 얼굴 근육이 뭉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몸만 스트레칭 하지 말고 얼굴 근육도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 내가 나이 들어서 방송 나갈 때 사람들이 나를 보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세월의 흔적이 너무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주는 흔적은 어쩔 수 없지만 궁상맞게 안 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다. 다이어트는 늘 한다. 또 늘 예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내게 여러 번의 이별이 오고 나쁜 상황이 있었을 때 '너 가수 할래' 아니면 '복잡한 여러 가지 것에 끼어들래' 했을 때 가수 하겠다고 했다. 여자이고 가수인 것도 잊고 엄마이자 아내로 그렇게 살았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해야 다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 이렇게 보면 정말 이런 천생 가수가 또 없는 것 같은데 무려 17년간이나 활동 공백기가 있었다. 그동안 노래하고 싶어 어떻게 참았나.
“정말 노래하고 싶었다. 너무나 노래하고 싶을 때는 미국 집에 노래방 기계가 있는데 거기서 밤새 노래하고 그랬다. 이제는 정말 숨을 쉬고 사는 것 같다. 맑은 공기에서 숨을 쉬고 있는 기분. 또 가수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자부심과 자존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지키면서 현실과 타협하고 산다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이다. 아직은 고집스럽게 그 자존심, 자부심을 지키려 하고 있다. 멋진 가수가 되고 싶다. 옆에서 보면 답답할 수도 있지만 그 꿈은 꼭 지키려고 한다.”

# 당신 하면 하이힐에 면양말을 신고 똑 부러지는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당시에는 '솔직히' 좀 촌스럽다는 반응을 듣기도 했는데 요즘 보면 당신이 그 옛날에 선보였던 패션이 다시 유행이다. 그러고 보면 시대를 앞서간 트렌드세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하하. 그런가. 어렸을 때는 패션을 생각하고 옷을 입을 만큼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패션에 따라가려면 많이 입어보고 그래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데뷔를 해서 갑자기 매일 매일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니까 세련돼 지고 싶은데 그러기 힘들었던 것 같다.(웃음) 나이가 들면서 더 편해진 면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말도 잘 안 했다.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으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면 이제는 '언니라고 그래'라고 하면서 내가 먼저 다가갈 수 있을 만큼 편해졌다. 사람들이 싫어서 2년 동안 술 마시고 집 밖에도 잘 나오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양수경

# SBS '불타는 청춘'을 통해 오랜만에 예능에서도 모습을 볼 수 있어 반응이 뜨거웠다.
“'불타는 청춘' 출연은 최근 가장 즐거운 기억 중에 하나다. 나는 좀 차갑고 쌀쌀맞은 이미지가 있었고 어렸을 때 데뷔를 해서 친구들과 여행을 가보거나 그런 경험이 없다. 이선희와 여행을 간 적은 있지만 연예인 친구들과도 그런 경험이 별로 없는 편이다. 연예인 친구들과 여행을 간 것은 처음이라 정말 새로웠다. 다른 사람 말도 진솔하게 들을 수 있고 잠을 자는데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옆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도 너무나 행복했다. 멤버들 모두 정말 좋은 사람이다.”

# 올해는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이 나올 것 같아 더욱 기대가 된다. 앨범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됐는지 궁금하다.
“앨범 만드는 게 가장 행복한 시간인데 곡이 잘 안 온다. 세미 트로트 장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랑과 이별을 진솔하게 녹여내고 싶다.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지만 그 또한 지나가는 일이다. 그것보다 시간이 지나서도 사랑받을 수 있는 명곡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30주년 콘서트도 하고 그럴 계획인데 일단 앨범이 나와야 하니. 그 전의 히트곡이 있지만 늘 새로운 히트곡을 꿈꾼다. 가수라면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 1994년에 이종범, 선동렬과 투앤원(Two & One)이라는 이벤트성 그룹으로 노래를 발표한 적도 있다. 어떻게 보면 요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콜라보레이션 앨범의 원조격이기도 하다.
“이종범과는 지금도 친한데 당시에 하기 싫다고 하면서 노래를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앨범은 많이 안팔렸지만 이슈는 많이 됐다. 난 요즘 가수들 중에는 자이언티와 꼭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다. 그 친구와 가족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성장을 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노래에 담았다는 그 마음이 너무나 예쁘지 않냐.”

#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그녀의 2G 폰이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문득 놀랍게 느껴질 즈음, 벌써 그녀와 다음을 기약해야 할 시간이 됐다. 아팠던 시간도, 괴롭던 시간도 모두 뛰어넘어 다시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 곁에 선 그녀. 올해, 앞으로도 오랫동안 노래하는 '가수' 양수경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계치라 뭘 바꾸는 것은 싫어하는 편이다.(웃음) 앞으로 싱글맘들을 많이 돕고 싶다. 그분들한테 혼자가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또 17년을 쉰 만큼 앞으로 그 이상은 더 하고 싶다. 건강하게, 예쁘게 무대에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 섹시한 여자 가수든, 나이 곱게 든 여자 가수든 건강함이 없어지면 안 될 것 같다. 한동안 직업란에 뭐라고 써야 할지 몰라 점만 찍었다. 그런데 이제는 직업란에 당당히 '가수'라고 쓴다. 영원히 '가수 양수경'으로 불리고 싶다.”

happy@sbs.co.kr
<사진>양재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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