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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유산싸움 아닌 반사회적 범죄…송선미 남편 사망 8개월 만에 드러난 전모

강경윤 기자 작성 2018.04.12 16:51 수정 2018.04.12 16:55 조회 2,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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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미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배우 송선미(44) 남편 고 모 씨는 지난해 8월 21일 목숨을 잃었다. 살해범은 현장에서 순순히 붙잡혔다. 고 씨가 왜 살해당했는지 그 진실은 사건 발생 8개월이 흐른 지난 11일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사촌 동생인 곽 모(38) 씨가 재일교포 재력가 할아버지 곽 모(101) 씨의 재산을 빼돌리려다가 발각되자 그릇된 분노로 살해범 조 모(28) 씨에게 고 씨를 살해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곽 씨의 살인교사, 사문서위조 등이 넉넉히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열린 살해범 조 씨의 선고 공판에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조 씨는 검찰 구형을 훌쩍 뛰어넘는 징역 22년형을 받았다. 장손인 곽 씨가 할아버지 재산을 빼돌렸고, 뒤늦게 이 사실이 발각돼 구속될 궁지에 몰리자 외손자 고 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수사기관과 재판부가 내린 판단이었다.

지난 11일 송선미는 곽 씨의 판결문을 듣던 중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숨죽여 울음을 삼켰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이 사건을 할아버지의 유산을 둘러싼 싸움으로 바라본다. 송선미는 지난해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건은 재산싸움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충격적인 사건의 진실은 뭘까.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의 시작은 2016년 8월 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령의 나이에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했던 곽 할아버지의 서울 청운동 자택에 장손 곽 씨 형제가 찾아왔다. 이들은 할아버지에게 재산상속을 요구했다. 18세 맨손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큰 호텔 사업을 일군 사업가 할아버지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곽 할아버지는 세금 문제 등을 언급하며 사실상 곽 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곽 씨는 인감 등 사문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무려 680억 원대에 이르는 재산을 자신의 명의로 돌려놓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곽 할아버지는 장손인 곽 씨 등을 고소했다. 고령인 할아버지를 대신해 딸과 송선미의 남편 고 씨가 법적 고소 등을 진행해줬다. 검찰이 사문서위조 혐의점을 포착하고 곽 씨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압박이 가해오자, 곽 씨의 분노는 할아버지를 돕는 고 씨를 향했다. 

살해범 조 씨는 재판과정에서 “곽 씨가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고 씨를 가만두면 안 되겠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조 씨는 곽 씨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알게 된 인연. 한마디로 곽 씨의 '오른팔'이었다. 곽 씨의 승용차를 운전했고, 곽 씨가 사돈어른뻘인 법무사 김 모 씨(이후 징역 1년 6월형 선고)와 만나서 할아버지 재산 상속을 준비할 때마다 따라다녔다. 조 씨는 흥신소에 문의해 고 씨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달았고 미행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조 씨 차량과 동일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고 씨는 사망 전 지인들에게 “누군가가 따라다니는 것 같다.”, “밖에 다니니가 겁이 난다.”고 종종 털어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조 씨는 치밀한 계획 하에 고 씨에게 접근했다. 조 씨는 지난해 7월경 흥신소에 청부살인을 문의하기도 했다. 이즈음 곽 씨가 살인 청부를 의뢰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은 같은 달 조 씨가 '지방의 오피스텔 집값'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기록이 확인됐는데, 조 씨는 “곽 씨가 범행이 성공하면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챙겨주겠다고 해 시세를 알아볼 요량으로 검색했다.”고 고백했다.

곽 씨가 7월 31일 조 씨에게 “필리핀에 가서 살면 돼” 등이라고 한 메시지가 발견됐는데 검찰은 곽 씨가 조 씨에게 살인을 청부하며 다양한 제안을 하며 범행을 독촉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조 씨는 고 씨에게 '곽 씨가 돈도 안 주고 부려먹기만 해 배신했다. 내가 재판에 도움 될 USB를 주겠다'며 접근한 뒤 법무법인에서 만나서 얘기하는 도중 불시에 고 씨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범행을 했다.

조 씨는 범행 현장에서 순순히 붙잡혔다. 고 씨가 수고비를 안 주려고 해 화가 나서 흉기를 휘둘렀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곽 씨의 컴퓨터 등을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해 살인교사 혐의점을 포착해 압박하자, 사건의 전말을 실토했다. 조 씨는 뒤늦었지만 유족에게 사죄하고 반성의 뜻을 밝혔다. 유족 역시 조 씨가 수사에 협조한 점을 감안해 선처의 뜻을 재판부에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계획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로 규정했다. 할아버지의 막대한 재산이 탐이 나서 이를 취하려다가 발각되자 끔찍한 범행을 저질러서 할아버지와 이를 돕는 친지들에게 겁을 주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유산 싸움을 벌이던 중 일어난 가족사 정도로 치부한다면,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하나뿐인 아빠를 잃은 유족에게는 한 번 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송선미는 지난해 MBC '돌아온 복단지' 촬영 도중 남편 사망의 비보를 접했다. 그는 2주가량 휴식을 통해 마음을 추스른 뒤 드라마 촬영을 끝까지 마무리했다. 그해 연말 그는 상을 탔다. 송선미는 무대에서 세상을 떠난 남편을 향해 “정의는 꼭 이뤄지고 밝혀진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송선미는 8개월이나 이어진 재판 기간 동안 방청석에 앉아 남편을 잃게 한 이들을 묵묵히 마주했다. 송선미가 이제는 연기로서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길 응원해본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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