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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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월호 영화 '그날, 바다' 음모론인가 팩트인가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4.16 15:54 수정 2018.04.16 16:44 조회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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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그날, 바다'(감독 김지영, 제작 프로젝트 부)는 클라이맥스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다. 극영화로 치면 사건의 발발을 오프닝에 배치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20분경, 유조선 두라에이스의 문예식 선장은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교신을 시도했다. 그리고 다른 배들에게도 침몰 좌표를 전달하고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배가 침몰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승객이 나오지 않는 데다 뒤늦게 도착한 해경은 구조에 나서질 않았다. 

영화는 문 선장이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를 재현해 오프닝을 연다. 최초 목격자의 눈에도 너무나 이상하게 비친 풍경을 제시함으로써 이 사건은 시작부터 잘못됐음을 환기한다.

김어준이 이끄는 프로젝트 부에서 만든 '그날, 바다'는 정부, 언론, 국민들이 간과했던 중요한 사항을 짚는다. '왜 구하지 못했나'가 아닌 '왜 침몰했을까'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지난한 여정을 보여준다. 

영화를 연출한 김지영 감독은 몇 해 전 유가족 측으로부터 세월호 참사에 관한 5분 내외의 영상을 제작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김 감독은 영상을 만들기에 앞서 자신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에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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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급변침에 의한 단순 사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 감독은 세월호가 남긴 AIS(선박자동식별장치) 기록을 따라가며 정부의 발표가 진실인지를 따져 봤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AIS(선박자동식별장치)의 수상한 점을 발견한다. 프로그램 규칙상 나올 수 없는 기록이 다수 발견된 것이다. 결국, AIS 소스코드 원문을 입수해 전문가와 함께 사고 지점, 사고 시각, 사고 과정을 분석했고, 기록의 조작 가능성을 발견한다.

게다가 세월호 선원들이 사고 시각을 번복한 사실을 알게 된다. 한 선원의 특별조사위원회에 자신이 배가 급변침하는 것을 느낀 시점이 8시 25분과 30분 사이였다고 증언했지만, 경찰 조사에서는 8시 50분이 사고 시각이라고 증언한 것이다. 제작진은 이 선원이 아내에게 보낸 카톡을 근거로 국정원의 개입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영화는 총 6장의 챕터 구성을 했다. 침몰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사고의 발발과 구조의 과정, 선원과 탑승객의 당시 증언, 선박 내 CCTV 분석을 총망라한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제작진은 놀라운 가설에 도달한다. 이것을 팩트라 할 수 있을까.   

제18대 대선의 부정 개표 의혹을 다룬 '더 플랜'은 가설의 근거가 빈약해 '끼워 맞추기'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개봉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뉴스타파 등에서 반박과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어준은 충분한 해명을 내놓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근거 있는 의혹 제기'라는 의견과 '결론을 특정한 끼워 맞추기'라는 극과 극의 관객 평이 엇갈리면서 한동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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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비교하면 '그날, 바다'는 훨씬 조심스러운 태도와 자세를 취한다. 정부의 발표를 부정하고, 조작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가설을 도출하기까지 검증 과정이 꽤 정밀하고 꼼꼼하다.

자칫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상황 분석에서는 그래프와 애니메이션 등을 이용해 더욱 빠른 이해를 돕는다. 게다가 배우 정우성의 내레이션은 관객이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여섯 번째 챕터가 제시하는 가설을 팩트라고 단정 짓는 것은 조심스럽다. 제작진 역시 여지를 남겨둔다. 과학적 검증 과정을 통해 이상한 물음표들을 발견했다.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이 아닌 누가 봐도 이상한 의문임을 영화는 강조한다. 더불어 그 물음표에 대한 답은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제작진은 "이대로 덮지 말자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애도의 방식"이라고 말하며 영화를 닫는다. 

음모론과 팩트 사이, 김어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또 반복이다. 그러나 이것은 못된 물음표가 아니다.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고 수장돼있다. 대한민국의 4월 16일은 여전히 모두에게 죄스러운 날이다.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물음표들이 각자에게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4월 12일 개봉, 상영시간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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