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어벤져스3'가 바꾼 개봉 풍경3…스포주의보·암표·착한독과점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4.25 15:46 수정 2018.04.25 17:39 조회 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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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대한민국은 마블 공화국일까. 지금의 열기만 놓고 보자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할리우드 최고 기대작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가 금일(25일) 전국 극장에 개봉했다.

'어벤져스3'는 마블 스튜디오의 10주년 기념작이자 19번째 히어로 무비다. 국내에서도 1편이 707만, 2편이 1,045만 명을 모으며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시리즈다.

3년 만에 돌아온 3편은 메인 히어로만 23명, 제작비만 한화로 1조 원('인피니티 워' 파트 1,2 포함)에 달하는 물량 공세다. 개봉 전날 언론시사회를 통해 선공개된 영화는 기대 이상의 완성도와 재미를 자랑하며 전 세계적인 흥행을 예고했다.

2018년 마블의 최고 이벤트로 꼽히는 영화인 만큼 국내 관객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어벤져스3'의 개봉일 대한민국 극장가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을 짚어봤다.

어벤져스

◆ "눈 막고 귀 막자"…스포일러 경계령

"타노스가 조용히 해달래"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루소 형제는 개봉 2주 전 SNS에 글을 올려 스포일러 경계령을 내렸다. 출연 배우는 물론이고 언론, 예비 관객 모두를 향한 경고였다.

지난 12일 '어벤져스3' 주역들의 내한 기자회견에서도 스포일러에 대한 언급이 있을 정도였다. '스파이더맨' 역할을 맡은 톰 홀랜드는 '스포일러 대마왕'이라는 자신의 별명에 대해 "스포일러와 관련해서는 실수를 인정한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앞서 톰 홀랜드는 SNS에 영화의 스포일러를 올려 마블과 팬들의 빈축을 산 바 있다.

마블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의 충성도는 상당하다. '안 봤으면 안 봤지 한편만 보고는 못 배긴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자랑해왔다. 마블산 히어로 무비에 매료된 팬들은 영화를 제 눈으로 확인하기 전 어떤 정보도 미리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동시간대 진행된 북미와 한국의 언론 시사 이후 기사 및 SNS에 경계심을 보인 것도 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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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인 오늘(25일) 오전 7시를 기점으로 마블이 공표한 엠바고(보도 시점 유예)가 풀렸고, 언론의 리뷰가 일제히 쏟아졌다. 이 중 몇몇 기사는 스포일러가 되는 줄거리 요약이 상당 부분 포함돼있었다. 영화의 완성도와 관람 포인트가 궁금한 관객은 생각 없이 기사를 클릭했다가 스포일러를 당했다. 분노한 네티즌들은 악플로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비난했다. 

영화 리뷰 기사는 통상적으로 줄거리를 포함한다. 그러나 '어벤져스3'의 경우 오프닝부터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149분의 상영 시간 전체가 스포일 정도로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그러다 보니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조차 안전망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개봉일 조조로 일찌감치 영화를 관람하고 온 관객들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히어로의 이름과 어벤져스의 생사 여부 등을 SNS와 기사 댓글에 올려 예비 관객의 원성을 샀다. 스포일러에 대한 열기가 과열되자 일부 관객은 "브루스 윌리스가 범인이래"와 같은 말장난 댓글을 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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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조건 보니까"…티켓 인상에 10만 원 암표까지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3사는 최근 티켓 가격 1천 원 인상을 공표했다. CGV가 지난 11일, 롯데시네마가 19일부터 인상안을 적용했으며, 메가박스는 오는 27일부터 적용한다. 이제 주말에 영화 한 편을 보려면 1만 1천원에서 1만 2천원까지 내야 한다.

'어벤져스3' 개봉을 앞둔 극장의 '가격 담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날짜의 차이만 있을 뿐 동시기에 가격을 올린 데다 '어벤져스3'가 비수기 극장가의 호재로 작용할 것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난은 잠시였다. '어벤져스3'의 개봉이 다가오자 예매율과 예매량은 치솟았다. 개봉 일주일 전 이미 예매율은 90%를 돌파했고 예매량은 30만 장을 넘겼다. 개봉일인 오늘(25일)은 오전 9시 기준 예매율 96.5%, 예매량 110만 장을 기록했다. 

어벤져스

시청각적인 볼거리가 넘치는 마블 영화는 일반관보다 특별관 인기가 더 높다. 특히 '어벤져스3'는 전체 분량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러다 보니 오리지널 포맷으로 영화를 보려는 관객의 경쟁도 치열했다.

아이맥스 상영관이 있는 용산 CGV, 왕십리 CGV, 천호 CGV는 물론이고 대안으로 떠오른 슈퍼플렉스, 슈퍼플렉스 G가 있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등은 금주는 물론 2주 차 좌석까지 매진됐다. 특별관 관람료는 일반관에 비해 30~40%(평일 기준 일반관 1만원, 아이맥스관 1만 8천원, 슈퍼플렉스G 1만 3천원)가량 높다.

문제는 '어벤져스3'를 보기 위한 불법거래도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관의 좌석을 선점한 뒤 고가로 되파는 재판매 사례가 속출한 것.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아이맥스관 티켓이 장당 7만 5천 원에서 10만 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이를 적발한 극장 측은 재판매를 경고하고 나섰지만, 실거래를 막기는 쉽지 않다. 

어벤져스

◆ 10개 관 중 8개 관…그럼에도 '착한 독과점'? 

'어벤져스3'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멀티플렉스 10개관 기준 절반 이상은 차지하고 있다. 금일을 기준으로 '램페이지', '그날, 바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등 종전 박스오피스 1~3위 작들은 사실상 교차 상영에 돌입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현재 자사의 전국 스크린에서 '어벤져스3'의 상영 비율은 60%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극장들의 스크린 배정 기준은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이다. '어벤져스3'는 개봉 일주일 전 예매율 90%를 돌파하며 관객의 압도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 뒤를 쫓고 있는 인도 영화 '당갈'의 예매율은 0.6%에 그쳤다. 

어벤져스

수요에 따른 공급이라고 해서 비판이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산업이기 전에 문화다. 문화 다양성 차원에서 독과점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장 경제 차원에서는 합당한 결과다. 대작 개봉 혹은 성수기 시즌을 맞을 때마다 등판하는 '독과점 논란'은 그야말로 난제 중 난제다.   

오늘(25일)은 문화의 날이다. 오후 5~9시 사이에 영화를 관람하면 5,000원(일반관만 적용)에 볼 수 있는 만큼 관객들이 극장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관객은 신작이자 기대작인 '어벤져스3'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멀티플렉스 3사의 실시간 관객 집계에 따르면 오후 2시 현재 '어벤져스3'는 전국 관객 60만 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2017년 '군함도'가 기록한 97만 516명)가 오늘 깨질지도 모를 일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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